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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 늘어도 내수 식으니…기업 체감경기, 3년5개월만 최저

중앙일보

입력

지난 18일 서울 명동 거리 모습. 뉴스1

지난 18일 서울 명동 거리 모습. 뉴스1

기업 체감경기가 나빠지면서 3년 5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나타냈다. 내수 부진과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여파 등이 겹친 영향이다. 수출 기업 업황은 상대적으로 개선됐지만, 전반적인 체감경기 악화를 막지 못했다.

21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2월 전산업 업황 실적 기업경기실사지수(BSI)는 전월보다 1포인트 하락한 68을 기록했다. 2020년 9월(64)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지난해 10~12월 70을 유지하다 올해 들어 두 달 연속 떨어졌다. 현재 경영 상황에 대한 기업가 판단을 담은 BSI는 100보다 낮을수록 부정적 응답이 많다는 의미다. 이달 조사는 5~14일 전국 3305개 업체를 대상으로 이뤄졌다.

2월 제조업 업황 BSI는 전월보다 1포인트 내린 70으로 집계됐다. 업종별로 들여다보면 가전제품·자동차 등 전방 산업의 전자부품 수요 감소에 따라 전자·영상·통신장비(-7포인트)의 체감경기가 악화했다. 황희진 한은 통계조사팀장은 "반도체를 중심으로 수출은 좋았지만, 내수 부진이 이어지다 보니 해당 업종의 BSI가 크게 하락했다"고 말했다. 의료·정밀기기(-13포인트), 석유정제·코크스(-7포인트) 등도 수익성 악화 여파로 BSI가 내려갔다.

김경진 기자

김경진 기자

기업 형태별로는 내수 기업이 한 달 새 3포인트 하락한 68을 찍었다. 반면 수출 기업은 2포인트 오른 73으로 체감경기가 다소 나아졌다. 내수는 고물가, 소비 감소 등으로 가라앉은 상황이다. 소비 동향을 나타내는 소매판매는 지난해 12월 기준 전월 대비 0.8% 감소했다. 지난 연말까지 3%대를 지키다가 지난달 2.8%로 내려온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이와 달리 수출 전선엔 훈풍이 불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달까지 수출은 4개월 연속 '플러스'(+)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달 수출 증가율도 반도체 경기 회복 등을 타고 20개월 만에 두 자릿수(18%)를 회복했다.

비제조업의 업황 BSI는 67로 전월과 동일했다. 업종별로는 건설업(-7포인트) 부진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한은은 "부동산 PF 사태로 인한 자금조달 금리 상승,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수익성 악화가 지속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반면 사업시설관리·사업지원·임대서비스업(+5포인트)은 수요 증가, 운수창고업(+2포인트)은 해운업 업황 개선으로 각각 BSI가 상승했다.

한편 3월 업황에 대한 전망 BSI는 전월 대비 3포인트 상승한 72로 나타났다. 제조업(75)에서 4포인트, 비제조업(70)에서 2포인트씩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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