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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역 가중처벌 연세대 과방 절도범…판사 실수? 대법의 반전

중앙일보

입력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학교 캠퍼스 모습. 사진은 본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뉴스1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학교 캠퍼스 모습. 사진은 본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뉴스1

연세대 과방을 털었다가 징역 1년 2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은 절도범이 재판을 다시 받게 됐다. 대법원이 하급심 판사들이 전과 기록을 제대로 살펴보지 않고 ‘동종범죄의 누범’으로 잘못 가중처벌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50대 남성 A씨는 지난 2022년 9월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학교 한 학과 과방에 침입했다. 학과 학생들이 자유롭게 드나들며 사용하는 공간이다 보니 문이 잠겨있지 않았고 마침 그날은 축제 날이었다. A씨는 학생들의 가방을 뒤져 현금 14만원과 이어폰, 두유 등을 가지고 달아났다.

A씨는 이 일로 1·2심에서 모두 징역 1년 넘는 실형을 선고받았다. 지난해 5월, 서울서부지법 정철민 판사는 A씨에게 징역 1년 4개월을 선고했다. 지난해 9월 항소심을 맡은 서부지법 형사항소 2-3부(부장 이순형·이주형·정문성) 역시 징역 1년 2개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A씨가 1심에서 이어폰은 돌려주고, 항소심에서 피해 학생 7명 중 3명과는 합의하고 나머지 피해자를 위해 공탁도 했지만 형량은 2개월밖에 줄지 않았다.

서울서부지법 판사들이 실형을 선고한 건 A씨의 동종범죄 전과 때문이었다. 특정범죄가중처벌법에 따르면 절도죄(미수죄 포함)로 3번 이상 징역형을 선고받고도 누범 기간(형 집행이 끝난 지 3년) 안에 또 같은 죄를 저지르면 가중처벌한다. A씨는 2007년 8월 특가법상 절도죄로 징역 3년을 선고받은 것을 시작으로 2018년 10월까지 총 4차례 실형을 선고받았고 이듬해 12월 마지막으로 출소해 가중처벌 대상에 포함되는 듯 보였다.

문제는 A씨 전과 4번 중 3번이 절도죄로 징역형을 산 것이었으나 마지막 네 번째 사건은 아니었다는 점이다. A씨는 2018년 10월 사건에선 특가법상 절도죄를 포함한 여러 혐의로 기소됐지만, 최종적으론 절도죄 부분은 무죄를 받았고 함께 기소된 다른 죄(준강도미수죄)로 징역 2년을 받았다. 하지만 1심에서부터 판사가 이를 절도죄로 징역 2년을 받은 것으로 잘못 봤다. 2심 재판부도 잡아내지 못했다.

특가법상 누범은 절도는 야간주거침입절도·특수절도 등의 동종범죄끼리, 강도는 특수강도·준강도·인질강도·해상강도 등 동종범죄끼리만 가중처벌하도록 돼 있는 데 법 조항을 잘못 적용한 것이다.

대법원 1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지난달 25일 이를 바로잡으며 “A씨는 누범 기간 내 같은 범죄를 저지른 것이 아닌데도 서울서부지법이 특가법상 가중처벌 조항을 잘못 적용했다”며 돌려보냈다. 대법원 공보연구관실은 “하급심 판결에서 전과 기록을 제대로 보지 않은 잘못을 대법원에서 찾아내 직권으로 시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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