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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알렉스 조이너의 마켓 나우

한데 묶어보기엔 너무 다른 한·중·일 경제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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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알렉스 조이너 IFM인베스터스 수석 이코노미스트

알렉스 조이너 IFM인베스터스 수석 이코노미스트

동북아 3국을 ‘선진국 경제’나 유로존처럼 하나의 분석 단위로 설정할 수 있을까. 그런 다음 예컨대 ‘연착륙이냐 경기침체냐’를 따질 수 있을까. 지리적으로 인접한 한국·중국·일본은 경제 상황의 편차가 크다. 셋을 나란히 놓고 살피면 차이가 두드러진다.

중국을 보면, 최근 국제통화기금(IMF)이 2024년 예상 성장률을 4.2%에서 4.6%로 높이긴 했지만, 부동산시장 부진과 글로벌 수요 위축이 여전히 핵심 리스크로 꼽히고 있다. 부동산시장의 약세는 최근의 경제회복을 견인한 가계소비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데, 수출 역시 성장을 이끌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지방정부를 위한 재정부양책, 추가적인 인프라 지출, 통화 완화 및 부동산시장 지원 등의 추가 부양책 없이는 목표 성장률 5%를 달성하기 어려울 것이다. 다만 중국 정부가 정책적 개입을 추진할 확률이 높으며, 결국 성장이 안정화될 것이다.

마켓 나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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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경우, 가계소득 증가를 위해 기시다 후미오 총리가 작년 11월에 발표한 17조엔 규모의 재정지원 정책 덕분에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소득증가가 성공적으로 이루어진다면, 경제의 약 54%가량을 차지하는 민간소비를 뒷받침하여 물가 상승으로 소비가 위축되는 것을 극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산업 분야의 지속적인 회복을 위해서는 에너지 가격에 외부 충격이 없어야 하고, 글로벌 연착륙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지난해 1.7%를 기록한 경제성장률은 올해에는 추세치인 1.0% 수준으로 회귀할 것으로 예상된다

마지막으로 한국은 수출 부문의 약진에 힘입어 2024년 GDP 성장률이 2%를 상회하는 수준으로 반등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중국 경제가 예상보다 부진하거나 기술주가 하락 사이클로 전환되는 상황을 주의해야 하며, 미국 기업들의 설비 투자 사이클이 지속해서 회복되는 것 역시 관건이다. 다른 선진 경제와 마찬가지로 인플레이션 전망이 국내 성장에 중요한 요소다. 작년 말부터 민간 서비스 인플레이션이 둔화하고 노동임금 상승 압력이 지속해서 완화되었는데 이러한 추세가 계속된다면, 한국은행이 하반기부터 금리 인하를 단행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한국은행은 이를 위해 가계부채 비율이 일정 수준에서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것을 확인할 것이다. 한국은행은 조심스러운 통화정책을 펼칠 것이고, 이는 완만한 원화 가치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지만 수출주도 경기회복을 방해할 수준은 아닐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전망은 현존하는 지정학적 리스크가 크게 불거지지 않는 경우를 가정한 예상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이스라엘-하마스 분쟁, 미국 대선과 같은 요인들은 한·중·일 각국에 제각기 다른 형태로 영향을 미칠 것이다.

알렉스 조이너 IFM인베스터스 수석 이코노미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