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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만혼·비혼 증가의 역설…30대 경제활동 역대 최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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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저출산이 빚은 슬픈 통계

지난 20여년간 전 연령층 중 가장 왕성한 경제활동을 보였던 40대가 지난해 처음으로 그 자리를 30대에게 내줬다. 비혼·만혼·저출산으로 육아에 본격적으로 뛰어드는 시기가 40대로 옮겨가면서 30대의 경제활동 참여가 증가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20일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30대의 경제활동참가율은 81%로 통계 조사가 발표된 2000년 이후 처음으로 40대(80.1%)를 넘어섰다. 경제활동참가율은 전체 인구 중 취업자와 실업자가 차지하는 비율이다. 수치가 높을수록 일하고 싶다는 사람이 많다는 의미여서 노동시장에 노동력을 공급하는 주요 축이라고 볼 수 있다.

김영옥 기자

김영옥 기자

특히 40대의 경우 지난 20년간 모든 연령층 중 경제활동참가율이 가장 높았던 연령대다. 2000년의 경우 40대 인구(690만9000명)가 30대(847만5000명)보다 적었던 탓에 경제활동참가자 수 자체는 40대(547만5000명)가 30대(637만6000명)보다 적었지만, 참가율은 79.2%로 ▶20대(65%) ▶30대(75.2%) ▶50대(68.8%) ▶60세 이상(38.2%) 등 모든 연령층을 앞섰다.

신재민 기자

신재민 기자

이후 쭉 1위 자리를 지켜오던 40대는 지난해 30대가 81%를 기록하면서 자리를 뺏겼다. 2000년 대비 40대의 경제활동참가율이 0.9%포인트 오를 때 30대에서 5.8%포인트 증가하며 가파른 오름세를 보인 영향이다. 다만 20년 전과 달리 40대 인구(796만3000명)가 30대(678만7000명)를 앞서면서 경제활동참가자 수는 40대(638만1000명)가 30대(550만명)를 앞섰다.

신재민 기자

신재민 기자

30대의 경제활동참가율이 40대를 뛰어넘은 건 비혼·만혼·저출산의 여파가 작용해서다. 임경은 통계청 고용통계과장은 “만혼이나 비혼이 많아지면서 결혼 연령이 밀리고 있고, 출산하더라도 30대 후반~40대 초반에 주로 이뤄져 육아할 시기가 30대에서 40대로 늦춰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출산과 육아가 미뤄지면서 30대 여성의 사회 진출이 활발해졌다는 의미다.

실제 코로나19 여파가 사그라든 2021년 이후 인구 감소에도 불구하고 30대의 경제활동인구 증가를 견인한 건 여성이었다. 여성의 경제활동인구는 2021년 대비 13만9000명 늘어난 반면 남성은 오히려 7만3000명 감소했다.

다만 ‘풍선효과’처럼 30대에서 줄어든 육아 부담이 40대로 옮겨가며 40대에서 경력단절여성(경단녀) 비율은 증가하는 추세다. 통계청의 최근 5년 새 경단녀 추이를 보면 30대 경단녀는 2018년 88만6000명에서 지난해 54만4000명까지 꾸준히 감소했지만 40대 경단녀는 2021년(57만9000명) 이후 2022년 58만8000명, 지난해 59만명으로 반등하고 있다.

김지연 한국개발연구원(KDI) 부연구위원은 결국 일·가정 양립이 가능한 사회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김 부연구위원은 ‘30대 여성 경제활동참가율 상승의 배경과 시사점’ 보고서에서 “자녀가 없는 30대 여성이 현시점에선 노동공급 둔화를 완화하는 데 역할을 하고 있으나 궁극적으로는 생산가능인구와 노동공급 감소를 야기해 경제사회 문제를 심화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며 “일·가정 양립에 대한 지원을 지속해 출산·육아기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과 출산율이 함께 상승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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