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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LB 투수 만나보니 알겠네…이정후가 찾은 ‘키’ 포인트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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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20일(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스코츠데일 스타디움에서 스프링캠프 첫 라이브배팅에 나선 이정후. 톱타자로 낙점된 이정후는 25일 텍사스 레인저스와의 시범경기에 대비해 빠르게 컨디션을 끌어올리고 있다. [사진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20일(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스코츠데일 스타디움에서 스프링캠프 첫 라이브배팅에 나선 이정후. 톱타자로 낙점된 이정후는 25일 텍사스 레인저스와의 시범경기에 대비해 빠르게 컨디션을 끌어올리고 있다. [사진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메이저리그 훈련, 만만치 않네요.”

메이저리그(MLB)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이정후(25)는 20일(한국시간) 처음으로 등 번호 51번이 새겨진 새 유니폼을 갖춰 입고 타석에 들어섰다. 미국 애리조나주 스코츠데일 스타디움에서 이정후를 포함한 샌프란시스코 투·포수 조와 야수 조 전원이 처음으로 공식 훈련을 시작하는 날이었다.

이정후는 지난 16일부터 애리조나의 팀 스프링캠프에 합류해 현지 적응 훈련을 해왔다. 그러나 이제 자율적으로 스케줄을 관리하던 시기는 끝났다. 선수단 전체가 팀이 짜놓은 스케줄에 따라 일사불란하게 움직여야 하는 시간이 왔다. 현장에서 만난 이정후는 “지금까지는 공식 훈련이 아니여서 잠깐씩 쉴 틈도 생기곤 했다. 그런데 이제는 그럴 시간 없이 빨리 이동하고 계속 움직여야 한다”며 “하루가 정신없이 흘렀다. 이제 시작이니까 시범경기를 시작하면 좀 나아지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이날 이정후가 클럽하우스에 출근한 시간은 오전 7시였다. 그는 “예외적인 날이라 일찍 출근했다”고 했다. 도착하자마자 그는 간단한 검사를 받은 뒤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면서 본격적인 훈련 준비를 시작했다.

오전 9시 선수단과 코칭스태프 미팅이 끝난 뒤엔 오전 11시40분까지 스트레칭과 주루·송구·수비 훈련이 차례로 이어졌다. 이후 야수 3~4명씩 8개 조로 나뉘어 라이브 배팅(실제 투수의 전력투구를 타석에서 때리는 훈련), 그라운드 타격 훈련, 플라이볼 포구 훈련, 배팅 케이지에서 하는 프리 배팅 등을 돌아가며 소화했다. 땡볕 아래 숨돌릴 틈 없이 이어지던 일정은 오후 1시 30분이 다 돼서야 마무리됐다. 이 훈련은 시범경기 기간에도 계속된다.

훈련 도중 동료들과 대화하는 이정후. 샌프란시스코 선수들은 이정후에게 한국말을 물어보기도 했다. [사진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훈련 도중 동료들과 대화하는 이정후. 샌프란시스코 선수들은 이정후에게 한국말을 물어보기도 했다. [사진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이정후는 “한국은 캠프 초반엔 천천히 몸을 만드는데, 여기선 첫날부터 (몸을 다 만들고 들어왔다는 전제 아래) 라이브 배팅부터 한다”며 “시범경기 횟수도 한국보다 훨씬 많다. 야구선수들은 경기에 출전하기 위해 존재하고, 그래서 훈련이 아닌 경기를 통해 몸을 만든다는 의미인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정후는 마이클 콘포토, 루이스 마토스와 1그룹에 포함돼 함께 훈련을 했다. 이날 처음으로 메이저리그 투수들의 공을 쳐보는 라이브 배팅을 하면서 티격 감각을 조율했다. 이정후가 첫날 상대한 션 젤리와 닉 아빌라는 둘 다 오른손 투수다. 이 중 젤리는 키 2m11㎝로, 존 로치(은퇴)와 함께 MLB 역대 투수 가운데 키가 가장 크다. 이정후는 “젤리를 포함해 이곳 투수들은 전체적으로 한국 투수보다 키가 크다. 준비를 잘해야 할 것 같다”며 “아직은 (공을 보는) 감각이 다 돌아오지 않았다. 라이브 배팅 기회가 계속 있으니 차근차근 감을 잡아나가겠다”고 말했다.

이정후가 라이브 배팅을 시작하자 야구장을 찾은 수십 명의 한국 팬이 연신 “파이팅!”을 외치고 환호를 보냈다. 정작 이정후는 “투수 공에 신경 쓰느라 잘 들리지 않았다”고 했다.

이정후는 순조롭게 팀에 적응하고 있다. 샌프란시스코 동료들은 이정후의 소셜 미디어에서 갓 태어난 조카의 사진을 발견한 뒤 “혹시 결혼했냐” “너의 아기냐”라고 물으며 친근하게 다가왔다. 일본인 타자 쓰쓰고 요시토모가 한국 취재진에게 먼저 한국말로 “안녕하세요”라고 인사를 건넨 것도 이정후의 친화력을 보여주는 증거다.

이정후는 “쓰쓰고와는 같은 동양 출신 선수라 동질감이 느껴져서 얘기를 많이 나눴다”고 귀띔했다. 올해 샌프란시스코로 돌아온 파블로 산도발과도 이날 처음 만나 반갑게 인사를 건넸다. 그는 “산도발은 팀의 월드시리즈 3회 우승 때 좋은 기억을 안겨준 선수다. 어릴 때부터 잘 알던 선수랑 같이 뛰게 돼 기분 좋다”고 했다.

빅리그 첫 시즌을 준비하는 이정후는 이제 본격적인 도움닫기를 시작했다. 빅리그 선배 김하성(샌디에이고 파드리스)에게서 “무리하지 말고 페이스 조절 잘하라”는 조언과 격려도 들었다. 이정후는 “실제 경기에 나갈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 신인 같은 자세로 착실히 준비하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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