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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금리 역대최저로 낮췄다…얼어붙은 부동산·소비 살리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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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중국이 디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하락) 우려 속에 사실상 기준금리 역할을 하는 대출우대금리(LPR)를 전격 인하했다. 주택담보대출에 적용되는 금리를 역대 최저치로 인하해 침체한 부동산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고, 내수 소비도 진작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김경진 기자

김경진 기자

20일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5년 만기 LPR을 연 4.2%에서 3.95%로 0.25%포인트 인하한다고 밝혔다. 5년 만기 LPR이 4% 아래로 떨어진 건 이번이 처음이며, 2019년 제도 도입 이후 역대 최저치다. 1년 만기 LPR은 전달과 같은 연 3.45%로 동결했다. 인민은행이 LPR을 조정한 건 지난해 8월 1년 만기 LPR을 연 3.55%에서 연 3.45%로 0.1%포인트 인하한 이후 6개월 만이다. 5년 만기 LPR을 내린 건 지난해 6월 0.1%포인트 인하 이후 8개월 만이다. 인하 폭도 통상 0.1%포인트 수준을 유지해 오다 이번에 확대했다.

5년 만기 LPR은 주택담보대출 금리에 영향을 주는 만큼 부동산 경기 부양에 대한 당국의 의지를 드러냈다는 해석이 나온다. 중국에서 부동산은 GDP(국내총생산)의 4분의 1, 중국인 재산의 80%를 차지할 정도로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로이터는 “이번 조치가 당국이 신용대출 수요를 자극하고 부동산 시장 되살리기를 위한 노력을 강화하는 가운데 나왔다”고 평가했다. 블룸버그는 지난 19일 중국 국유 은행이 정부의 주문에 따라 부동산 프로젝트에 최소 600억 위안(약 11조1150억원) 규모의 대출을 할당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중국 당국은 부동산 과열을 막기 위해 2020년 하반기부터 엄격한 규제 정책을 펴왔다. 하지만 코로나 팬데믹 이후 경기 부진이 맞물리면서 부동산 시장 침체가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는 상황이다. 지난해 중국의 부동산 개발투자는 전년 대비 9.6% 하락한 데다 중국 24개 주요 부동산 개발업체의 올해 1월 주택 판매가 지난해 같은 달보다 45%, 전달보다 41% 급락했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일부 지방 도시는 현재 남은 주택 재고를 모두 해소하는 데 10년 이상 걸릴 것으로 추산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금리 인하는 꽁꽁 얼어붙은 소비심리를 되살리기 위한 조치이기도 하다. 가계와 기업의 이자 부담이 줄어드는 만큼 소비와 투자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지난해 중국 소매판매 증가율은 7.2%로 2015년 이후 5년간 평균치인 9.5%에 훨씬 못 미친다. 최대 명절인 춘절(10~17일) 연휴 특수에 국내여행, 영화 관람 등 활동성 소비가 늘었지만 값비싼 해외여행이나 내구재 등 상품 소비는 여전히 부진하다.

전종규 삼성증권 연구원은 “올해 중국의 럭셔리(명품) 소비 증가는 4~6%에 머물 것이고, 해외여행 수요 회복은 팬데믹 이전의 60~80%일 것으로 전망된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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