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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발니 생전 옥중 편지 "러시아도 한국처럼 민주주의 가능"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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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리 케네디가 공개한 알렉세이 나발니의 생전 편지. 사진 케리 케네디 인스타그램 캡처

케리 케네디가 공개한 알렉세이 나발니의 생전 편지. 사진 케리 케네디 인스타그램 캡처

교도소 수감 중 숨진 러시아 야권 지도자 알렉세이 나발니가 생전 편지에서 한국의 민주화를 거론한 것으로 전해졌다.

19일(현지시간)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나발니가 생전 주고받았던 편지들을 입수해 보도했다.

나발니는 지난해 9월 언론계 지인에게 쓴 편지에서 한국의 민주화를 언급했다. 그는 "만약 한국과 대만이 독재에서 민주주의로 이행할 수 있었다면, 아마도 러시아 또한 그렇게 할 수 있을 것"이라며 "희망. 나는 이것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썼다고 NYT는 전했다.

푸틴 대통령을 비롯한 러시아 고위 관료들의 부정부패를 폭로해 온 나발니는 혹독한 환경으로 악명 높은 시베리아 야말로네네츠 자치구 제3교도소에서 복역하던 중 지난 16일 숨졌다.

러시아 교정 당국은 나발니가 산책 후 갑자기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그는 사망 하루 전날까지도 화상재판에서 농담을 던지며 웃는 모습을 보일 정도로 온전한 상태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20일(현지시간) 독일 프랑크푸르트의 옛 러시아 영사관 앞에 마련된 알렉세이 나발니를 위한 추모공간에 놓인 사진과 꽃들. AFP=연합뉴스

20일(현지시간) 독일 프랑크푸르트의 옛 러시아 영사관 앞에 마련된 알렉세이 나발니를 위한 추모공간에 놓인 사진과 꽃들. AFP=연합뉴스

NYT는 "그가 사망 직전까지 지인들과 주고받은 수백통의 편지에서도 고된 수감 생활에 정신이 흐려졌다고 볼 정황은 전혀 나타나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그는 라트비아에 망명한 러시아 사진가 예브게니 펠드만에게 보낸 편지에서 올해 미 대선에서 재선에 도전하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내건 공약들이 "정말로 무섭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고령인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의 건강에 문제가 생기면 "트럼프가 대통령이 될 것"이라면서 "이처럼 상황이 명확한데도 민주당은 걱정이 안 되나"라고 물었다.

인권 활동가인 케리 케네디에게 보낸 편지에서는 로버트 F. 케네디의 연설 중 강대한 억압과 저항의 벽을 무너뜨리는 '희망의 물결'과 관련한 인용구가 담긴 포스터를 보내준 데 감사를 표하며 "언젠가 이걸 내 사무실 벽면에 걸 수 있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나발니는 300일 넘게 독방 생활을 하는 등 고초를 겪으면서도 검열을 전제로 인터넷을 통한 서신 교환을 허용하는 교도소 규정을 활용해 외부와 꾸준히 연락을 유지했다. 지난해 말 제3 교도소로 이감돼 더는 인터넷으로 서신을 교환할 수 없게 된 뒤에도 가족 등을 통해 주변과 연락을 이어왔다.

지난달에는 한국기업 팔도의 컵라면 '도시락'을 여유롭게 먹고 싶다며 식사 시간제한 폐지를 요구했다가 거부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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