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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 돈으로 이자도 못내는 중기 4년새 49% 늘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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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기대했던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와 한국은행의 통화정책 전환(피벗)이 예상보다 늦어지면서, 기업의 이자 부담 고통도 커지고 있다. 특히 자금력이 약한 중소기업과 업황 부진을 겪고 있는 건설업 등 일부 업종이 고금리 부담의 약한 고리로 꼽힌다.

19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2분기, 명목 국내총생산(GDP) 대비 기업 신용(비금융기업의 부채 중 대출금·채권·정부융자 잔액 합계) 비중은 124%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런 기업 부채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더 빠른 속도로 확대하는 중이다. 코로나19로 일시적 불황을 겪은 기업들이 저금리를 활용해 대출을 빠르게 늘렸는데, 이후 금리 인상까지 겹치면서 이자 부담이 많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한은에 따르면 코로나19 이전(2010년 1분기~2019년 4분기) 기업 신용 평균 증가율은 4.8%였지만, 코로나19 이후(2020년 1분기~지난해 2분기)에는 9.9%로 증가율이 2배 이상 늘었다. 특히 지난해 3분기 은행의 기업대출(1241조원)은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말(875조8000억원)과 비교해 41.7%(365조2000억원) 증가했다.

문제는 예상보다 고금리 기간이 길어지면서, 이렇게 늘어난 기업 부채가 부메랑으로 돌아오고 있다는 점이다. 19일 금융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이자보상비율(이자비용 대비 영업이익)이 -10 미만인 부실기업의 부채가 총 기업부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20년 6.8%에서 2022년 11.76%로 급증했다. 이자보상비율이 -10 미만이면, 이자 부담보다 적자 폭이 10배 이상 크다는 의미다.

한계 중소기업의 수도 급증했다. 경기 부진에 고금리 상황이 겹치면서, 벌어들이는 돈보다 이자 부담이 늘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양경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IBK기업은행에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기업은행과 거래 중인 한계 중소기업은 1만5694개로 코로나19 발생 전인 2019년(1만513개)과 비교해 49.2% 늘었다. 한계 중소기업은 3년 연속 버는 돈보다 이자 부담이 큰 기업(이자보상비율 1 미만)으로 분류했다.

이자 부담은 특히 부동산 관련 기업에서 많이 늘었다. 금융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2022년 업종 전체 부채 중 이자보상비율이 -10 미만인 기업의 부채 비율을 의미하는 부실률은 전기가스업(35.83%)·부동산업(13.95%)·건설업(9.94%) 순이었다. 전기가스업에 한국전력 부채가 포함됐다는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부동산업 관련 부실률이 다른 업종에 비해 특히 도드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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