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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미 빅테크 상대 칼 뽑다…“애플에 7200억 과징금”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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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EU의 반독점 규제 본격화

유럽연합(EU)이 애플에 반독점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7000억 원대 과징금을 부과할 전망이다. 애플에 대한 과징금 부과를 시작으로 미국 빅테크 기업을 상대로 한 EU의 규제가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18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EU 집행위원회(EC)가 다음 달 초 애플에 반독점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과징금 5억 유로(약 7200억원)를 부과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FT는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EU 집행위원회는 애플이 강력한 지위를 남용해 경쟁사에 반경쟁적인 거래 관행을 강요한 ‘불공정 거래’를 한 것으로 판단했다”고 전했다. 애플이 모바일 시장에서의 막강한 영향력을 바탕으로 이용자들이 경쟁사 서비스에 접근하는 것을 어렵게 만들었다는 의미다.

EU가 애플의 반독점 행위를 조사하게 된 건 2019년부터다. 스웨덴의 음악 스트리밍앱 스포티파이가 ‘애플이 음악 스트리밍 시장에서 공정한 경쟁을 저해하고 있다’며 EU에 문제를 제기한 것이다. 스포티파이는 애플이 자사 앱스토어를 통한 결제를 강요하면서 최대 30%에 달하는 수수료를 부과하고 있어 울며 겨자먹기로 구독료를 올릴 수밖에 없다고 호소했다. 스포티파이 이용자가 내야 할 구독료 부담이 커지다 보니 애플의 자사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 애플뮤직과 공정한 경쟁이 어렵다는 게 스포티파이 측 입장이다.

애플 기기에서 사용하는 앱은 모두 앱스토어에서만 다운받을 수 있는데, 애플은 그동안 앱 내에서 이뤄지는 결제 금액의 최대 30% 가량을 수수료로 징수해왔다. 스포티파이는 ‘애플이 앱스토어 외부에서 구독료가 더 저렴한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이용자에게 알리지 않았다는 점’도 지적했다. FT에 따르면 EU 집행위는 이런 스포티파이의 주장을 상당 부분 인정했다.

EC의 결정이 현실화 되면 애플이 반독점법 위반으로 EU에 과징금을 내는 첫 사례가 된다. 앞서 애플은 2020년 프랑스에서 반독점법 위반으로 과징금 11억 유로(약 1조5800억원)를 부과받았지만, 항소해 과징금을 3억 7200만 유로(약 5300억원)로 낮췄다. 애플은 이번 EU의 결정에도 항소할 수 있다. 애플은 FT보도 후 별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EU의 조치는 다음 달 ‘디지털 시장법(DMA)’ 시행을 앞두고 빅테크에 대한 규제 강화를 예고하는 신호탄으로 해석할 수 있다. DMA는 플랫폼 사업자의 시장 지배력 남용을 방지하기 위해 빅테크 기업들을 특별 규제하는 법이다. 빅테크 기업이 유럽에서 자사 서비스에 불공정한 특혜를 줘 경쟁사의 이익을 침해할 경우 연간 총 매출의 10%에 달하는 벌금을 부과한다는 내용 등을 담고 있다.

애플에 대한 과징금 부과를 시작으로 EU와 미국 빅테크 간 갈등은 거세질 전망이다. FT는 “빅테크는 경쟁을 개방하고 작은 기술업체가 성공할 수 있도록 하는 획기적이면서 새로운 규칙을 보여줘야 하는 상황”이라며 “애플에 대한 EU의 조치는 EU와 거대 기업 간 전쟁을 불러일으킬 것”이라고 분석했다.

DMA 시행을 앞두고 빅테크는 선제적 조치에 나섰다. 지난달 애플은 유럽시장 내 지배력을 낮추기 위한 개편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개편안에 따르면 오는 3월부터 EU 국가 내 아이폰 사용자는 애플의 앱 스토어가 아닌 다른 앱마켓에서도 앱을 다운받을 수 있고, 앱 개발자는 아이폰의 인앱결제가 아닌 다른 결제 수단을 제공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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