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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불켜진 해운대 포장마차촌…구 “이르면 5월 철거”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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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면

지난 15일 부산 해운대해수욕장과 인접한 바다마을 포장마차촌. 평일 오전 시간이었지만 포장마차 40여곳 가운데 일부 점포 상인은 이미 장사 준비에 한창이었다. 이들은 “오늘도 정상 영업한다”고 말했다.

바다마을 포장마차촌에 있는 점포들은 상인과 해운대구 간 협의에 따라 당초 지난달 31일을 끝으로 폐점될 예정이었다. 해운대해수욕장 전역에 난립했던 포장마차 등 노점상 160여곳이 바다마을로 모여든 건 2002년이다. 대형 국제 행사인 월드컵을 앞두고 국내 대표 관광지인 해운대의 거리를 정비해야 한다는 여론이 강했기 때문이다.

생계 수단인 노점을 한꺼번에 없애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웠다고 한다. 당시 해운대구와 상인들은 지금의 포장마차촌에서 제한적으로 영업하는 데 합의했다. 점포 규격과 식·음료 가격을 통일하고, 점포를 타인에게 양도할 수 없다는 조건도 덧붙였다. ‘손바뀜’이 일어나지 않으니 세월이 흐르면 자연스레 점포들도 정리될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 20여년간 바다마을 포장마차촌은 지역 명물로 자리매김했다. 매년 부산국제영화제(BIFF) 때 국내·외 유명 배우와 영화계 거장들도 이곳을 찾았다. 2015년엔 배우 탕웨이가 개막식 공식 리셉션 대신 바다마을 포장마차촌을 방문한 사실이 알려져 화제를 모았다. 2020년 7월엔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이 “부산 오면 이곳 라면을 꼭 먹어야 한다”는 글과 함께 포장마차촌에서 찍은 사진을 SNS에 올리기도 했다.

하지만 소음·악취 관련 민원에 더해 위생·바가지 논란도 끊이지 않았다. 그러다 2021년 한 시민이 식품위생법을 위반했다며 포장마차촌을 경찰 등에 고발한 게 폐업 결정의 주된 원인이 됐다. 이에 해운대구와 상인들은 2024년 1월까지만 영업하기로 약속했다. 하지만 이 약속은 이행되지 않았다. 강영철 포장마차촌 자치위원회장 등 상인은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인한 타격을 참작해 1년만 말미를 늘려달라”고 주장한다.

해운대구는 행정대집행을 통해 포장마차촌을 철거할 계획이다. 포장마차 등 노점을 양성화한 다른 지역 사례도 검토했지만, 더 여지를 줄 방법이 없다는 게 해운대구 판단이다. 해운대구가 검토한 사례 중 하나는 부산 번화가인 서면에 있는 포장마차 거리다. 관할인 부산진구는 2010년부터 서면 롯데백화점 일대에 난립한 노점을 정리하고 포장마차 거리를 운영했다. 점포 크기와 음식 가격을 제한하고 ‘점포 양도 금지’ 서약을 받는 등 바다마을 포장마차촌과 운영 조건이 비슷하다. 거리 정비 및 위생 관리 측면에서도 성공적인 ‘양성화’ 모델로 평가받는다.

하지만 지자체가 ‘도로 점용 허가’를 통해 비교적 엄격하게 관리할 수 있는 서면 포장마차 거리와 달리 바다마을 포장마차촌은 공원 부지에 해당한다. 해운대구 관계자는 “부지 성격과 점용료 유무 등 조건이 달라 부산진구와 같은 허가 갱신 방식은 어렵다. 특히 바다마을 포장마차촌은 고발로 인해 (철거를) 더 유예해주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행정대집행을 위한 사전 통지 절차를 밟고 있다. 이르면 5월쯤 철거가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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