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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성못 점령한 민물가마우지 ‘이것’에 놀라 달아났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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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면

민물가마우지 개체 수를 줄이기 위해 수성못 둥지섬에 설치된 독수리 모형. [사진 수성구]

민물가마우지 개체 수를 줄이기 위해 수성못 둥지섬에 설치된 독수리 모형. [사진 수성구]

대구 대표 명소인 수성못을 점령해 생태계 파괴 주범으로 꼽힌 민물가마우지 개체 수가 줄고 있다. 수성구가 설치한 ‘독수리 모형’ 덕분이다.

19일 대구 수성구에 따르면 3년 전부터 민물가마우지는 수성못에 위치한 1200㎡ 면적의 둥지섬에서 낮에는 50마리, 밤에는 500마리 정도 관찰됐다. 하지만 지난달 말 이후 조금씩 사라지기 시작해 현재는 낮에만 10여 마리가 떠도는 수준으로 급감했다. 수성구 관계자는 “올 3월 번식기가 도래하기 전에 독수리 모형 설치 등 다양한 조치를 시행했는데 개체 수 감소에 효과가 있었다”라고 말했다. 겨울에만 찾아오던 철새인 민물가마우지는 봄에는 떠나야 하는데 주변에 먹이가 풍부하다 보니 3년 전부터는 수성못에 자리를 잡고 텃새화했다. 민물가마우지는 수백 마리씩 무리 지어 왜가리·물닭·청둥오리 등 다른 종을 밀어냈고, 요산 성분이 많은 하얀 배설물은 토양오염과 수목 고사 등 각종 문제를 유발했다.

지난 2년간 수성구는 ▶둥지 제거 ▶고압살수장치·스프링클러 설치와 살수 ▶초음파 퇴치기 설치 등 조처를 했다. 하지만 큰 효과를 보지 못했고 지난달 500여 마리가 산란을 위해 62개 둥지를 짓자, 섬은 다시 배설물로 하얗게 변했다.

이에 수성구는 지난달 말 둥지섬 나무 곳곳에 모형 40개를 설치했다. 천적인 독수리 모형과 빛을 반사해 경계심을 주는 반사 모형 등이다. 또 민물가마우지가 서식하지 못하도록 가지를 치고, 산란기 후 시행했던 둥지 제거를 산란 전에 실시해 둥지를 모두 철거했다. 이어 지속적인 관찰을 통해 서식 환경을 교란하는 등 민물가마우지의 둥지섬 접근을 원천적으로 막았다. 그 결과 현재 둥지섬에는 낮 동안만 10마리 미만이 잠시 머물고 밤에는 다른 곳으로 이동하고 있다.

수성구는 2028년까지 수성못의 민물가마우지 개체 수 조절과 둥지섬 생태계 복원을 위해 체계적으로 관리할 방침이다. 김대권 수성구청장은 “아름다운 둥지섬을 복원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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