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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 레고랜드’ 사태 우려 남원테마파크 소송 내달 첫 재판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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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면

남원테마파크㈜는 지난 1일부터 운영을 중단한다고 공지했다. [남원테마파크 홈페이지 캡처]

남원테마파크㈜는 지난 1일부터 운영을 중단한다고 공지했다. [남원테마파크 홈페이지 캡처]

전북특별자치도 남원시가 뒤숭숭하다. 관광객을 유치하겠다며 민간 자본 425억원을 끌어들여 만든 테마파크가 지난달 문을 연 지 2년도 안 돼 문을 닫으면서다. 결국 민간 사업자·대주단과 남원시가 서로 ‘네 탓’ 공방을 하며 수백억원대 소송전으로 번졌다.

19일 남원시 등에 따르면 남원테마파크㈜는 2022년 6월 어현동 일원에 2.44㎞ 길이 모노레일과 도심을 가로지르는 집와이어 등을 갖춘 놀이 시설을 완공했다. 자기 자본 20억원에 프로젝트 파이낸싱(PF)으로 405억원을 대출받았다. 남원시는 전임 이환주 시장 때인 2020년 6월 4일 남원테마파크㈜와 ‘남원 관광지 민간 개발 사업(모노레일 및 어드벤처 시설 설치 사업)’ 실시 협약(MOA)을 맺었다. 시설물을 남원시에 기부채납하는 대신 20년간 운영권을 갖는 조건이다.

그러나 2022년 7월 새로 취임한 최경식 시장이 “사업을 재검토하겠다”며 제동을 걸었다. 개통식을 미루고 사용 승인 허가와 기부채납 등 행정 절차도 중단했다. 이 때문에 테마파크는 두 달 뒤인 2022년 8월 31일에야 임시 개장했다.

남원시는 2022년 9월 “전임 시장 때 시가 면밀한 수익성 검토 없이 업체가 빌린 405억원 채무 보증을 섰다”는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어 “자칫 수백억원의 빚을 떠안을 우려가 있는데도 사업 검토를 소홀히 했다”며 담당 공무원 5명을 징계하고, 협약 변경을 추진했다.

남원시는 이 사업을 ‘전문적인 금융 지식으로 무장한 민간 개발 사업자가 실시 협약을 근거로 지자체를 상대로 막대한 이익을 취하려 한 사건’으로 규정했다. 부도 등을 이유로 민간 사업자가 테마파크를 운영하지 못하면 대출 원금과 이자를 남원시가 대신 갚아야 한다는 취지의 협약 19조를 독소 조항으로 꼽았다.

이와 함께 남원시는 “사업성이 부풀려졌다”고 주장했다. 모노레일의 경우 남원테마파크㈜ 측이 시에 준 자료에 따르면 예상 탑승객이 연간 27만명으로 하루 931명 수준이지만, 실제론 하루 396명에 그쳤다는 게 시 설명이다.

반면 남원테마파크㈜ 측은 “대주단이 사업성·신용 등을 엄밀히 평가해 돈을 빌려줬고, 계약서 초안은 행정 인력이 검토했다”며 “남원시와 시의회에서 필요한 시설이라고 해서 몇 년간 일사천리로 사업을 추진해 놓고, 인제 와서 협약을 어기고 사업자를 ‘도둑’이라고 욕하니 억울하다”고 반박했다. 경영난에 시달리던 남원테마파크㈜ 측은 지난해 9월 21일 “실시 협약을 해지하겠다”고 남원시에 통보한 데 이어 지난달 31일 휴업에 들어갔다. 직원 19명은 권고사직을 당했다.

앞서 남원테마파크㈜ 측은 2022년 7월 “남원시가 사용 허가를 내주지 않아 두 달간 문을 열지 못해 피해를 봤다”며 남원시를 상대로 5억7000만원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전주지법 남원지원은 지난해 12월 7일 “남원시는 1억7000여만원을 배상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이와 별개로 사업비를 대출해 준 대주단도 지난해 12월 19일 남원시에 408억원 규모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내 다음 달 첫 재판을 앞두고 있다. 일각에선 “제2의 레고랜드 사태가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레고랜드 사태는 2022년 9월 28일 김진태 강원도지사가 레고랜드 개발을 맡은 강원중도개발공사의 기업 회생을 신청하면서 시장에서 한국의 채권 신용도가 폭락한 사건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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