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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무늬’ 모자여도 행복하다는 양희영 “오히려 홀가분해요”

중앙일보

입력

LET 아람코 사우디 레이디스 인터내셔널 현장에서 만난 양희영. 지난해부터 화제가 된 스마일 이모티콘이 그려진 흰색 벙거지 모자를 웃으면서 가리키고 있다. 리야드(사우디아라비아)=고봉준 기자

LET 아람코 사우디 레이디스 인터내셔널 현장에서 만난 양희영. 지난해부터 화제가 된 스마일 이모티콘이 그려진 흰색 벙거지 모자를 웃으면서 가리키고 있다. 리야드(사우디아라비아)=고봉준 기자

프로골퍼 양희영(35)은 지난 연말을 누구보다 행복하게 보냈다. 11월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최종전 CME그룹 투어 챔피언십에서 우승해 200만달러(약 26억원)라는 막대한 상금을 챙겼다. US여자오픈과 함께 LPGA 투어에서 가장 많은 우승 상금이 걸린 터라 지난해 상금 최종 순위도 곧장 2위(42억원)로 점프했다.

올해로 LPGA 투어 경력만 16년째. 잠시 쉴 법도 하지만, 양희영은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채를 잡았다. 최정상급 선수들은 잘 나오지 않는 올 시즌 초반 2개 대회를 모두 뛰었고, 15일(한국시간) 개막한 유럽여자프로골프 투어(LET) 아람코 사우디 레이디스 인터내셔널에도 출전해 기량을 점검했다. 양희영은 이번 대회에서 2언더파 286타 공동 18위를 기록했다. 이 대회는 총상금이 500만달러(약 67억원)로 커 양희영이 가져가는 상금은 1억원이다. 우승 상금 10억원은 18언더파 270타를 작성한 패티 타와타나낏(25·태국)이 차지했다.

최종라운드가 열린 18일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 골프클럽에서 만난 양희영은 “지난해 최종전 우승 이후 정말 많은 축하를 받았다. 개인적으로도 투어 챔피언십이라는 의미가 큰 대회에서 우승해 기뻤다”면서 “그동안 나는 미국에서 약하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이전까지의 4승 중 1승이 한국, 3승이 태국에서 나왔기 때문이다. 이 부분이 스트레스 아닌 스트레스였는데 투어 챔피언십으로 날려버리게 됐다”고 웃었다.

그런데 당시 최종전에서 양희영만큼이나 시선을 모은 곳이 있었다. 바로 모자였다. 남들은 잘 쓰지 않는 벙거지 스타일, 그것도 후원 회사의 로고나 이름이 아닌 자그마한 이모티콘이 박힌 모자가 화제를 끌었다. 양희영은 “2022년을 끝으로 메인 후원사(우리금융그룹)와의 계약이 종료됐다. 그러면서 로고가 없는 모자를 써야 했는데 볼마크로 쓰던 ‘:)’ 이모티콘이 떠올랐다. 모자에도 이 문양을 넣으면 좋겠다 싶어서 제작을 해봤다. 벙거지 스타일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모자여서 택했다”고 말했다. 메인 후원사가 없어서 아쉽지 않느냐는 질문에는 “아니다. 오히려 모자 앞면이 비니까 마음이 홀가분해졌다. 더 긍정적으로, 더 행복하게 골프를 할 수 있는 새로운 원동력이 생겼다”고 답했다.

LET 아람코 사우디 레이디스 인터내셔널 현장에서 만난 양희영. 리야드(사우디아라비아)=고봉준 기자

LET 아람코 사우디 레이디스 인터내셔널 현장에서 만난 양희영. 리야드(사우디아라비아)=고봉준 기자

최종전에서 우승한 양희영은 곧장 미국 플로리다주 올랜드에서 동계훈련을 소화했다. 다른 곳을 떠나지 않고 집 근처에서 연습할 수 있어 “전지훈련이 아닌 말 그대로 동계훈련”이라고 했다.

양희영이 이처럼 일찌감치 예열하는 이유는 7월 개막하는 2024 파리올림픽 때문이다. 현재 여자골프 세계랭킹 15위인 양희영은 “개인전 4위를 기록했던 2016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은 개인적으로 큰 영광이자 아쉬움으로 남아있다. 개인 종목에서 느낄 수 없는 매력이 많았다. 2020 도쿄올림픽은 나가지 못한 만큼 이번 대회는 꼭 출전하고 싶다”고 힘주어 말했다.

양희영인 17일 LET 아람코 사우디 레이디스 인터내셔널 2라운드 10번 홀에서 티샷을 하고 있다. 사진 LET

양희영인 17일 LET 아람코 사우디 레이디스 인터내셔널 2라운드 10번 홀에서 티샷을 하고 있다. 사진 LET

양희영은 2009년부터 LPGA 투어에서 활약하고 있다. 올해로 데뷔 16년째인데 한국 골프는 양희영이 프로로 입문하던 시기부터 10년 넘게 강세를 보였지만, 최근에는 영향력이 약해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코로나19를 거치면서 우승 횟수는 물론 선수들의 숫자도 줄어들었다는 지적이다. 이제는 LPGA 투어에서 고참이 된 양희영은 “과거보다 우승 횟수는 분명 줄어들었다. 그러나 이는 한국 선수들이 골프를 못해서가 아니라 다른 나라 선수들의 실력이 올라와서라고 본다. 미국이 다시 강해졌고, 유럽과 태국 선수들의 활약이 두드러진다”고 평가했다. 이어 “나 역시 한국 골프가 다시 정상의 위치를 되찾았으면 한다. 후배들이 계속 도전한다면 그런 날이 곧 오리라고 믿는다”고 덧붙였다.

영원히 마스터되지 않는 스포츠, 골프가 더 좋아지고 있는 양희영은 “메이저대회 우승이 남은 선수 생활의 마지막 목표”라고 했다. 그동안 메이저대회에서 준우승만 2차례 기록했다고 아쉬워하는 양희영의 눈빛에서 그 의지가 읽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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