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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개 회식도, 떡 관행도 없앴다…2030 눈치 보는 공직사회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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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김두겸 울산광역시장이 울산시청 대강당에서 청년 공무원과 소통하고 있다. [사진 울산광역시]

김두겸 울산광역시장이 울산시청 대강당에서 청년 공무원과 소통하고 있다. [사진 울산광역시]

봉급을 올려주고 회식도 자제한다. 어린 자녀를 둔 공직자에겐 육아 시간도 제공한다. 20·30대 이른바 MZ(밀레니얼+Z세대) 공무원 퇴직률이 높아지자 정부와 자치단체가 마련한 대책이다.

18일 정부와 각 자치단체 따르면 인사혁신처는 올해 9급 공무원 초봉을 3010만원 이상으로 인상했다. 공무원 공통인상분(2.5%)에 9급 초임 1호봉 보수를 추가로 3.5% 얹어준 것이다. 9급 공무원 초봉 연봉이 3000만원을 넘은 건 처음이다. 또 5년 차 미만 저년차 공무원에게는 추가 수당으로 월 3만원을 주고, 6급 이하 읍·면·동 근무자에게 지급하는 특수직무수당도 월 7만원에서 8만원으로 인상했다.

지자체는 조직문화 개선에 주력하고 있다. 대구시는 최근 ‘4대 근무 혁신 방침’을 내놨다. 우선 인사철에 떡을 돌리는 관행을 없앴다. 부하직원이 발령받으면 상관이 부서에 찾아가 떡을 돌리던 관행이다. 대구시 관계자는 “떡을 주로 근무시간에 돌리면서 업무 공백이 생기고, ‘떡 구매’ 등 불필요한 일거리를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또 휴가를 쓸 때 눈치를 주거나, 갑자기 회식을 제안하는 것도 자제하도록 했다. 대구시는 회식 때 콜라로 건배하며 대전시는 건배사를 강요하지 않고 있다. 대전시는 또 과장(4급)까지 받던 휴가 결재를 팀장(5급)까지로 제한했다. 실제로 대구시에선 1990년대 이후 출생한 공무원을 기준으로 2022년에는 65명 중 17명, 지난해에는 89명 중 8명이 퇴직했다.

서울시는 올해부터 육아시간 제공 대상을 만 5세 이하에서 만6~8세로 확대했다. 만 6~8세 자녀를 둔 공무원에게 1년 범위에서 자녀의 초등학교 입학 준비나 학교 적응 등을 위한 교육지도시간으로 하루에 2시간까지 허용한다.

떠나는 공무원 바짓가랑이 붙잡는 정부·지자체

28일 오후 건국대 서울캠퍼스 상허연구관 1층에 마련한 인사혁신처의 찾아가는 공직 박람회. 문희철 기자

28일 오후 건국대 서울캠퍼스 상허연구관 1층에 마련한 인사혁신처의 찾아가는 공직 박람회. 문희철 기자

MZ 세대와 소통 기회도 확대하고 있다. 울산시는 지난해 6월 근무 경력 10년 내외 울산시 소속 MZ세대 7~9급 공무원을 대상으로 워크숍을 열었다. 전주시도 지난해 7월 36명의 MZ세대 공무원을 선발해 이들이 생각하는 불합리한 조직문화를 발굴했다. 모두 MZ 공무원 생각을 듣고 지자체가 일하는 방식이나 조직문화를 개선하기 위해서다.

개인적인 시간을 중요하게 여기는 MZ 세대 성향을 고려해 주말이나 업무 시간 이외에 행사 동원도 자제하는 분위기다. 서울시는 연간 2회 부서원 전원이 참석하는 체육대회를 폐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정부가 공직 지망자를 찾아 나선 것도 눈길을 끈다. 인사혁신처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고교·대학을 직접 찾아가 공직자 박람회를 열고 있다. 박람회는 공직사회 입문 절차 등을 안내하는 게 주요 목적이다. 종전까지 공직자 박람회는 특정 장소에서 이벤트 형식으로 열었다.

김준모 건국대 행정학과 교수는 “젊은 공무원이 그만두는 현상이 갈수록 심각해지는 것은 공직 사회가 여전히 민간부문만큼 융통성이 없다는 증거”라며 “공직 사회가 일하는 방식부터 바뀌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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