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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김승중의 아메리카 편지

체육과 컬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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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김승중 고고학자·토론토대 교수

김승중 고고학자·토론토대 교수

축구 아시안컵 대회가 요란스럽게 마무리됐다. 준결승전에서 요르단에 패함으로써 64년 만에 아시아 정상에 다시 오르리란 꿈은 꺾였다. 경기를 보며 2002년 한일월드컵 때 한국이 갑자기 국제 무대에서 돌풍을 일으켰던 기억이 났다. 그동안 한국은 축구 강대국으로 발전해 이번에 요르단에 진 것도 말이 안 되게 느껴질 정도가 되었다. 전략 부재 문제가 제기됐던 클리스만 감독에게는 끝내 경질 결정이 내려졌다.

미국에서는 올림픽 경기 메달리스트라도 ‘15분간의 명성’과 몇만 불의 포상금 외에는 별다른 혜택이 없다. 하지만 미식축구·농구 등의 프로 스포츠 스타들은 영웅 대접을 톡톡히 받는다. 이러한 현상은 고대 그리스의 스포츠 영웅문화에서 직접 유래한 것이다.

아메리카 편지

아메리카 편지

우리는 고대 그리스의 영웅이라 하면 신화나 서사시에 등장하는 헤라클레스며 아킬레우스와 같은 인물들을 떠올린다. 실제로 살았던 역사적인 인물들을 기념하는 관습이 드물었기 때문이다. 로마시대와는 달리 그리스에서는 정치가도 전쟁 영웅도 공식적인 동상을 세우고 추모하지 않았다. 하지만 운동선수들은 예외였다. 4대 경기(올림픽, 네메안, 피티안, 이스미안)에서 승리해 그 도시국가에 영광을 가져오는 선수는 말 그대로 영웅이 되어 곳곳에 그의 동상이 세워졌고, 올림픽 경기 승리자는 평생 정부에서 밥을 먹여주고 모든 극장의 앞자리에 앉을 수 있는 특혜가 주어졌다.

고대 그리스 예술의 이데아를 이루는, 그리고 모든 서양 미술사의 근본을 이루는 누드 남성상도 바로 운동선수를 나타내는 동상(사진)이다. 물론 이러한 체육에 대한 컬트는 이상적 군인을 양성한다는 의미가 강했지만, 몸을 단련하고 그 몸의 아름다움을 숭배하는 관습이 서양문화의 미의 바탕이 되었다. 아름다움과 건강은 하나가 돼야 한다는 측면에서, 현대인의 건강문제와 관련해 깊게 생각해볼 만한 주제다.

김승중 고고학자·토론토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