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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돼지오겹살 둔갑 우려"...제주, 육지 돼지고기 반입 확대 논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이분도체(二分屠體)가 뭐길래

제주도내 돼지 축사에서 어미돼지의 젖을 물고 있는 새끼돼지들. 최충일 기자

제주도내 돼지 축사에서 어미돼지의 젖을 물고 있는 새끼돼지들. 최충일 기자

제주도에 다른 지역 이분도체(二分屠體) 돼지고기 반입이 허용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가축 전염병 확산 위험과 타 지역 고기가 제주산 흑돼지 등으로 둔갑할 우려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분도체는 도축한 돼지 1마리를 머리와 내장 등을 제거한 후 크게 두 덩어리로 잘라 낸 것이다.

18일 제주도는 지난 5일부터 다른 지역의 돼지고기 이분도체 반입을 허용했다고 밝혔다. 제주도는 2017년부터 타 지역 돼지고기를 반입했다. 그러다가 2022년 8월 생산자단체 요청에 따라 주로 소매용인 포장육만 허용하고, 도·소매용인 이분도체 반입은 막아왔다. 하지만 이런 방침이 위법 소지가 있다는 지적에 따라 이번에 이분도체 반입을 다시 허용했다.

“제주는 34년간 가축 전염병 청정” 

대한한돈협회 제주도협의회가 지난 15일 오후 오전 제주도의회 도민카페에서 타 지역 이분도체 돼지고기 반입 반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최충일 기자

대한한돈협회 제주도협의회가 지난 15일 오후 오전 제주도의회 도민카페에서 타 지역 이분도체 돼지고기 반입 반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최충일 기자

이에 대한한돈협회 제주도협의회와 지역 양돈·축산농협 관계자들은 지난 15일 제주도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분도체 반입을 허용하면 청정 지역 이미지 훼손은 물론 양돈 산업과 환경까지 붕괴할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제주도 양돈업계 관계자는 “부위별로 가공한 돼지고기는 마트나 식육점으로 이동하는데, 이분도체는 육가공 시설로 보내기 때문에 지역 양돈 관련 장비나 인력과 접촉할 가능성이 크다"며 "이렇게 되면 가축 전염병 확산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제주는 1990년부터 지금까지 약 34년간 구제역이나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발병한 바 없는 ‘가축 전염병 청정 지역’”이라고 덧붙였다.

다른 지역산 이분도체 돼지고기가 제주산 흑돼지 등으로 둔갑해 재유통 될 우려도 있다고 한다. 또 소비자가 타 지역 돼지고기를 제주산으로 오해할 가능성도 있다. 이에 제주도는 가축 방역과 원산지 둔갑 방지 방안을 마련할 방침이다. 우선 돼지고기 이분도체를 반입한 업체는 특별 관리할 계획이다. 또 돼지고기 이분도체 반입 차는 미리 신고해야 하며 축산 차에 준하는 소독 등 특별 방역 관리를 받도록 하고 가축전염병이 발생하지 않은 지역 돼지고기만 반입을 허용한다.

“제주산 둔갑, 소비자 오해 우려도”

31일 전남의 한 도축장에 출하를 앞둔 '이분도체' 돼지고기들이 걸려 있다. 중앙포토

31일 전남의 한 도축장에 출하를 앞둔 '이분도체' 돼지고기들이 걸려 있다. 중앙포토

강재섭 제주도 농축산식품국장은 “가축전염병 청정지역 유지를 위해 살아있는 돼지는 여전히 반입 금지 중”이라며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발생한 지역 돼지고기는 질병 종식 때까지 반입을 금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제주 돼지고기는 사계절 대표 먹을거리다. 제주도에 따르면 지난해 제주지역 240여 가구 양돈농가에서 도축한 돼지는 총 88만3000마리였다. 이와 함께 다른 시·도에서 제주도로 반입된 돼지고기 포장육은 39만4000t(7288마리분)으로 제주 도축돼지의 0.82% 수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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