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대표팀 공격진의 두 구심점 손흥민(토트넘)과 황희찬(울버햄프턴)이 소속팀 유니폼을 입고 그라운드에서 적수로 다시 만났다. 두 선수 모두 공격 포인트를 기록하진 못 했지만, 소속팀 승리에 기여한 황희찬이 판정승을 거뒀다.
울버햄프턴은 18일 영국 런던의 토트넘홋스퍼 스타디움에서 열린 토트넘과의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 원정경기에서 2-1로 이겼다. 시즌 승점을 35점(10승5무10패)으로 끌어올린 울버햄프턴은 11위에 자리했다. 안방에서 일격을 당한 토트넘은 승점 47점(14승5무6패)에 제자리 걸음하며 5위를 유지했다.
킥오프를 앞두고 축구팬들의 관심은 손흥민과 황희찬의 맞대결에 모아졌다. 두 선수 모두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본선 무대에서 한국을 4강 무대에 올려놓은 주역 들이다. 아시안컵 참가 직전 프리미어리그 득점 랭킹에서 나란히 상위권에 이름을 올려 대회 최고의 스타 플레이어로 주목 받았다.
대회 직전 각각 2위(손흥민·12골)와 5위(황희찬·10골)였던 두 선수의 득점 순위는 대표팀 소집을 위해 한 달 넘게 자리를 비운 사이 각각 5위(손흥민)와 8위(황희찬)로 내려갔다. 득점왕 경쟁 구도에 다시금 불을 댕기기 위해선 골 소식이 절실했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두 선수 모두 침묵했다. 황희찬은 선발 출전해 후반 43분 교체되기까지 88분간 최전방 스트라이커로 활약하며 슈팅 하나를 기록하고 물러났다. 팀 동료 주앙 고메스가 전반과 후반 연속 골을 터뜨려 부담스런 원정경기에서 승리를 챙긴 게 위안이었다.
손흥민은 더욱 부진했다. 풀타임을 소화했지만 단 한 개의 슈팅도 기록하지 못 했고, 특유의 날카로운 움직임도 부족했다. 아시안컵 기간 중 이강인(파리생제르맹)과 몸싸움을 벌인 사실이 알려진 이후 몸과 마음의 컨디션이 모두 가라앉은 듯한 모습이었다. 몸싸움 과정에서 다친 것으로 알려진 손가락에 붕대를 감고 출전한 그는 경기 중 여러 차례 부상 부위를 매만지며 불편한 듯한 기색을 보였다.
후스코어드닷컴은 황희찬에 대해서는 평점 6.7점을 매기며 ‘무난한 활약’으로 평가한 반면, 손흥민에겐 6.04점을 매겼다. 토트넘 선발 출전 멤버 11명 중 가장 낮은 점수다. 다른 매체들의 평가 또한 대체적으로 비슷했다. 풋볼 런던은 “경기에 영향을 미치지 못 했다”는 평가와 함께 출전 선수 중 최저점인 5.0점을 줬다.
실망스런 결과에도 손흥민은 특유의 긍정적인 태도를 유지했다. 경기 후 인터뷰에서 “한국에서 팬 분들이 정말 많이 경기장을 찾아주셨다. 이렇게 많이 오신 적이 있었나 싶을 정도”라면서 “홈에서 이기지 못했고 아쉬운 모습을 보여드려 죄송하지만, 한편으로는 이런 성원을 받아 너무나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팬들을 가질 수 있는 선수는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축구선수일 것”이라면서 “축구하기를 정말 잘 했다. 대한민국 축구 팬들 덕분에 행복한 축구를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축구대표팀 내 갈등의 또다른 장본인인 이강인(파리생제르맹)도 같은 날 열린 낭트와의 프랑스 리그1 경기에 선발 출장해 소속팀의 2-0 완승을 이끌었다. 선발 출장해 60분을 소화한 뒤 후반 15분 교체 아웃된 이강인은 볼터치 73회, 슈팅 1회, 키패스(결정적인 슈팅으로 이어진 패스) 2회, 패스 성공률 90%(60회 중 54회 성공) 등 준수한 활약을 보였다. 소파스코어는 이강인의 활약에 평점 7.3점을 매겼다.
승리한 파리생제르맹은 시즌 승점을 54점으로 끌어올려 2위 니스(39점)와의 격차를 15점까지 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