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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L서 교수님 만난 썰 화제…'별명 부자' 94년생 교수가 떴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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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실에서 노트북으로 작업 중인 서강대 장부루 교수. 서지원 기자

연구실에서 노트북으로 작업 중인 서강대 장부루 교수. 서지원 기자

너 이름이 진짜 장부루냐? 우리 학교 교수 중에 있는데.

새벽에 ‘리그오브레전드’(LOL·롤) 게임을 하던 서강대 학생이 ‘장부루’라는 닉네임을 보고 채팅창에 물었다. “모르는 척해달라”던 그는 “하늘 아래 장부루가 두 명일 순 없지 않냐”고 재차 묻자 결국 교수라는 걸 인정한다. 장 교수는 이 채팅 내용을 학교 커뮤니티에 올려도 된다고 하면서 한 가지를 부탁했다. “다음 학기 자연어처리 수업 많이 들어 달라고 전해줘.”

서강대 학생과 장부루 교수의 채팅 내용. 사진 커뮤니티 캡처

서강대 학생과 장부루 교수의 채팅 내용. 사진 커뮤니티 캡처

“장부루 vs 탕후루”…‘별명 부자’ 된 교수 

온라인에서 화제가 된 ‘짤’(사진)의 주인공은 장부루 서강대 인공지능학과 교수다. 장 교수는 94년 3월생으로 만 29살이다. 2012년 고려대 컴퓨터학과에 입학한 그는 석·박사 통합 과정을 4년 반 만에 마쳤다. 그리고는 지난해 서강대 최연소 교수가 됐다. 서강대 관계자는 “신생 학문에, 신설 학과라는 특성상 채용 기준에 맞는 교수도 영(young)해진 것 같다”고 설명했다.

7일 연구실에서 만난 장 교수는 “지나가는 학생들이 문패를 보고 ‘하늘 아래 한 명의 장부루’라며 웃는다. 학회에 가면 교수님들도 알아본다”고 했다. 인공지능학과 재학생인 이응찬(23학번)씨는 “다른 학교 친구들이 짤을 많이 보내줬다”고 말했다. 한 졸업생(11학번)은 “학부생이었다면 ‘소환사의 협곡’(게임 속 장소)에서 뵙고 싶다고 졸랐을 것”이라며 아쉬워했다.

서강대 인공지능학과를 소개하는 장부루 교수 영상에 1000개가 넘는 좋아요와 댓글이 달렸다. 서강대 인스타그램 캡처

서강대 인공지능학과를 소개하는 장부루 교수 영상에 1000개가 넘는 좋아요와 댓글이 달렸다. 서강대 인스타그램 캡처

수험생들까지 그에게 관심을 가지면서 장 교수는 ‘별명 부자’가 됐다. “장부루 vs 탕후루”, “장부루 학과 인공지능 교수 어떤가요” 같은 글이 학교 웹사이트나 SNS에 올라와 있다.

학생들 “고민 생기면 찾아가고 싶다” 

인공지능학과처럼 기술이 빠르게 바뀌는 신설 학과에는 90년대생 교수가 다수 있다. 학부‧석박사 과정을 쉬지 않고 마치면 29~30세 전임교원이 될 수 있다. 장 교수는 “분야가 핫(hot)해진 것에 비해 연구가 무르익은 지는 얼마 안 돼서 운 좋게 (이른 나이에) 채용됐다”고 말했다.

장 교수는 “자유롭지만 여유롭지 않은 직업이 교수”라고 정의했다. 학기 중에는 수업 준비가 바빠 방학을 기다렸지만, 막상 방학이 되니 연구재단에 내야 할 제안서 등 업무가 많기 때문이다. 수업 첫 학기의 시행착오도 겪었다. “4년간 들었던 수업 중 최고”라는 강의평도 있었던 반면 “교수로서의 역량이 부족한 것 같다”는 쓴소리도 나왔다. 특히 200명이 듣는 대형 강의에서 긴장감이 컸다고 한다. 장 교수는 수업에 들어가 “부족했다면 죄송하다. 다음 학기에 또 보자”고 정면돌파했다. ‘수업 준비를 대충 하지 않는다’는 다짐이자 자신감이었다.

학생들은 젊은 교수의 장점으로 ‘트렌디함’과 ‘눈높이 교육’을 꼽았다. 지난 학기 ‘기초추천시스템’ 과목을 수강한 박찬호(20학번)씨는 “‘알 수 없는 알고리즘이 뭐지?’라는 독특한 수업 계획서를 보고 선택했다. 역사부터 최신 경향까지 다뤄줘서 좋았다”고 했다. 송지아(23학번)씨는 “개강 전 홈페이지에서 교수님 프로필을 보고 수업에 대한 기대가 컸다”며 “실제 수업에서도 진도나 난이도를 학생들과 계속 맞춰갔다”고 했다. 대학원에 진학할 계획인 김상부(23학번)씨는 “진로와 군대 고민이 생기면 장 교수를 찾아갈 것 같다. 가장 최근에 비슷한 고민을 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학생도, 교수도, 함께 성장해야” 94년생 교수 목표는 

유튜브 채널 '자취남'에 등장한 장 교수. 사진 유튜브 캡처

유튜브 채널 '자취남'에 등장한 장 교수. 사진 유튜브 캡처

장 교수도 학생들과 벽을 없애기 위해 교내 홍보 영상은 물론, 유튜브 채널(자취남)에도 출연했다. “원룸 사는 29살 교수님(8평‧월세)”으로 소개된 영상은 18만 조회 수를 기록했다. 장 교수는 “간혹 ‘만만하게 보는 학생들은 없냐’는 걱정을 들을 때마다 ‘내가 연구를 더 잘해야겠다’고 다짐한다”고 말했다. “교수로서의 위엄은 나이가 아니라 제 실력에서 올 것이라고 믿는다”는 것이다.

교수로서 목표를 묻자 장 교수는 “주변인의 성장에 기여하는 것”이라고 했다. 학생들이 학업이나 진로 방향을 잡도록 도와주고 싶다는 의미다. 그러면서도 20대 젊은 교수답게 자신의 성장 가능성 또한 열어뒀다. “열심히 일하기 위해서는 에너지가 필요하고, 제가 가장 좋아하는 연료는 ‘재미’”라며 “인생에서 추구하는 우선순위가 달라진다면 다른 다양한 선택도 해볼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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