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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소속 1명 더했는데…국힘·민주 갈 6억, 개혁신당이 받는 이유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4·10 총선을 앞두고 분기별로 국고에서 지급되는 정당 보조금 산식이 정치권에서 화제다. 지난 14일 개혁신당이 무소속이던 양정숙 의원을 영입해 5석으로 덩치를 키우면서 국민의힘과 민주당에 갈 정당보조금 6억원을 단 하루 만에 빼앗아왔기 때문이다.

개혁신당 이준석, 이낙연 공동대표가 14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개혁신당 이준석, 이낙연 공동대표가 14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15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7개 정당에 1분기 경상보조금 125억4900만원을 지급했다. 이 가운데 개혁신당이 받은 보조금은 6억6600만원(5.31%)으로 더불어민주당, 국민의힘, 녹색정의당에 이어 4위였다.

개혁신당 수령액이 논란이 된 건 양 의원의 입당으로 지급액이 6억원 남짓 늘었기 때문이다. 선관위 관계자는 “개혁신당이 14일까지 4석이었다면 경상 보조금은 약 3000만원에 그쳤을 것”이라고 밝혔다. 개혁신당 보조금이 늘어남에 따라 민주당(약 58억원→55억원)과 국민의힘(약 53억원→50억원)의 보조금은 각각 3억원가량 줄어들었다.

양당이 의원 숫자가 그대로인데도 손해를 본 건 ‘정당 보조금’의 복잡한 산식 때문이다. 보조금은 매년 물가상승률을 반영해 지급 총액을 정한 뒤 각 당의 의석수에 따라 ‘나눠 먹기’ 방식으로 가져간다.

정치자금법 제27조는 4가지 배분 규칙을 기술하고 있다. ①보조금 총액의 50%는 교섭단체(20석 이상) 정당이 같은 비율로 가져간다. 민주당과 국민의힘에 지급된 금액 중 31억원이 이에 해당한다. ②5석 이상 20석 미만 정당엔 총액의 5%씩 지급한다. 이에 따라 녹색정의당, 개혁신당에 각각 6억2700만원이 지급됐다. ③5석 미만 정당 중 직전 총선에서 2% 이상 득표한 정당이 총액의 2%를 받는다. ④남은 잔액은 국회의원 의석수 비율 등에 따라 의석이 있는 정당이 또다시 나눠 갖는다.

지난 2020년 4월 5일 당시 손학규 민생당 상임선대위원장이 5일 대구시 달서구 와룡시장을 방문해 시장 음식을 맛보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2020년 4월 5일 당시 손학규 민생당 상임선대위원장이 5일 대구시 달서구 와룡시장을 방문해 시장 음식을 맛보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총선에서 정당 득표율 2.71%를 기록했던 민생당은 의석수가 ‘0석’인데도 보조금의 2%(2억5000만원)를 수령했다. 직전 총선에서 2%를 얻은 정당엔 총액의 2%를 준다는 ③번 규정 때문이다.

문제는 선거가 있는 올해엔 ‘선거 보조금’ 501억9700만원이 추가로 지급된다는 점이다. 4년 전 2% 이상 득표한 민생당은 이번에 총선 후보를 1명이라도 내면 약 9억원을 타게 된다. 2022년 지방선거 당시 민생당은 서울시의원 후보 1명만 출마시켜 386표(1.01%)를 얻었는데, 이때도 선거보조금을 9억3000만원이나 타냈다. 5석으로 늘어난 개혁신당은 선거보조금 역시 1억원가량에서 약 24억원으로 대폭 늘었다.

이런 복잡한 정당 보조금 규정을 놓고 전문가들은 “본말이 전도됐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상돈 중앙대학교 명예교수는 “당 자체 수입이 기본이고, 정부가 추가로 보조할 수 있다는 것이 제도의 취지인데, 주객이 바뀌었다”며 “지금은 정당 재정이 지나치게 보조금에 의존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한국 정당의 재정은 ▶당비 ▶기탁금 ▶후원회 기부금 등 ‘자체 수입’보다 세금으로 지급하는 정당 보조금 비중이 훨씬 크다. 선관위의 ‘2020년도 정당 회계보고’ 자료에 따르면, 정당의 전체 수입 가운데 보조금 비중이 33.6%로 가장 높았다. 반면 당비(21.9%), 기탁금(0.4%), 후원회 기부금(2.3%) 등 자체 수입은 모두 합쳐도 24.5%에 불과했다. “당원이 주인이라며 팬덤에 휘둘리지만, 실제론 나라 곳간에 기생하고 있다”(국회 관계자)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정상회담을 마친 윤석열 대통령과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가 지난해 5월 2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청사에서 공동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경향신문 김창길 기자

정상회담을 마친 윤석열 대통령과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가 지난해 5월 2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청사에서 공동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경향신문 김창길 기자

한국과 달리 해외에선 보조금을 당 자체 수입과 연동시키기도 한다. 선관위 선거연수원이 발간한 『각국의 정당·정치자금제도 비교연구』에 따르면 독일은 정당법에 ‘국고보조금이 당비·기부금 등 정당 자체 수입 총액을 초과할 수 없다’고 상한선을 뒀다. 게다가 당비 1유로당 보조금 0.45유로를 주는 식으로 당비를 많이 거둘수록 보조금도 더 주는 방식을 취한다. 장성호 전 건국대 행정대학원장은 “독일 같은 방식을 도입하면 정당이 재정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한 전직 의원은 “‘중이 제 머리를 못 깎는다’는 말처럼 선거만 치르면 부자가 되는 정당이 밥그릇을 걷어차겠느냐”며 “총선 직후라도 의원들이 합심해서 결자해지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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