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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신보험 환급률, 정부 경고에도 120%…'떴다방'식 영업도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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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7호 12면

종신·암보험 불완전판매 주의보

종신보험을 비과세 고금리 상품으로 선전하는 온라인 보험 광고.

종신보험을 비과세 고금리 상품으로 선전하는 온라인 보험 광고.

“2024 ‘신년 목돈 만들기’ 고금리 비과세 상품, 소액부터 카드납 가능”, ‘5년·7년만 내고 환급률 130% 받을 수 있는 방법’. 온라인에 떠도는 단기납(납입기간 10년 이하) 종신보험 광고 문구다. 종신보험은 기본적으로 사망을 대비하는 보험인데, 마치 고금리 저축상품인 것처럼 홍보하며 소비자를 공략하고 있다. 그런가 하면 일부 보험사는 특정 상품을 일주일만 판매하는 ‘떴다방’(부동산중개업소가 수시로 이동하면서 영업하는 행태)식 영업을 벌여 ‘불완전판매’ 우려를 키우고 있다.

연초부터 종신·암보험을 두고 보험사 간 영업 경쟁이 벌어지면서 소비자의 주의가 요구되고 있다. 지난해 보험업계에 도입된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보험상품개발에 활용되는 경험생명표 개정 등으로 보험사가 종신·암보험 판매에 열을 올리면서다. 종신보험은 금융당국이 개입하면서 판매 경쟁이 주춤하고 있지만, 과당 경쟁이 여전해 불완전판매 우려가 커지고 있다. 암보험은 혜택을 확 늘려 소비자의 도덕적 해이 등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보험사 간 과당 경쟁을 촉발한 건 종신보험이다. IFRS17에선 보장성보험을 통해 미래수익성 지표인 계약서비스마진(CSM)을 끌어올리는 것이 중요한데, 그러기 위해서는 종신보험을 더 많이 팔아야 한다. 그러다 보니 보험사들이 앞다퉈 ‘환급률’ 경쟁에 나서기 시작했다. 지난해 생명보험사들은 종신보험(5년 단기납) 환급률을 100% 미만에서 105%까지 높였다. 당국이 5·7년납 종신보험 환급률을 100% 이하(완납시점)로 제한하자, 보험사들은 10년 유지 환급률을 올리는 식으로 규제를 우회했다. 지난해 하반기만 해도 110~120%수준이던 10년 유지 환급률은 올해 초 최고 135%까지 치솟기도 했다.

“종신보험 10년 평균 유지율 30%안팎”

정부가 환급률 경쟁 제지에 나선 건 환급률이 높으면 소비자가 종신보험을 마치 저축성상품으로 오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종신보험은 가족의 갑작스러운 사망을 대비하는 상품으로, 목돈을 모아가는 연금보험과 같은 저축성 상품이 아니다. 사망 보장에 대한 사업비 등을 떼기 때문에 중도 해지 시 위험 보장도 받지 못하고, 낸 보험료에 비해 돌려받는 돈이 매우 적을 수 있다는 점도 다르다. 민복기 한국가계재무연구소장(한국금융연수원 외래교수)은 “10년 유지 시 130%를 환급받는다고 하지만 실제 종신보험 10년 평균 유지율은 30%안팎으로, 해지 시 원금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며 불완전판매를 우려했다.

실제 지난달 환급률 135%(10년 유지)를 내걸었던 A상품의 환급률을 보면, 가입 후 5년 만에 해지하면 45%, 7년 시점에는 70% 수준에 불과하다. 가입 후 5년 이내 해지하면 예·적금과 달리 원금의 절반 이상이 날아갈 수 있다는 얘기다. 10년을 유지했다 하더라도 환급금을 받으려면 보험을 해지해야 하는데, 그러면 사망 보장을 받지 못한다. 애초에 보험 환급금을 목적으로 가입해선 안되는 상품인 셈이다. 기획재정부·국세청은 납입한 보험료보다 더 많은 만기·해지환급금에 대해 과세를 검토 중이어서 앞으론 세금을 떠안을 가능성도 있다.

금융당국 “1인실 입원비 한도 내려라”

그래픽=남미가 기자 nam.miga@joongang.co.kr

그래픽=남미가 기자 nam.miga@joongang.co.kr

일부 보험사의 치고 빠지는 ‘떴다방’식 영업도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삼성생명은 13일 단기납 종신보험 ‘더행복종신보험’ 판매를 중단했다. 10년 유지 환급률을 종전보다 3.5%포인트 올려 124%로 출시한 지 일주일 만이다. KDB생명도 이달 초 선보인 단기납 종신보험 ‘무심사 우리모두 버팀목 종신보험’을 출시 6일 만에 판매 중단해 업계 안팎으로부터 떴다방이냐는 비판을 받았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한시적 혜택을 앞세워 소비자를 현혹시키려는 전략을 구사했던 것 같다”고 꼬집었다.

암보험도 4월 경험생명표 개정을 앞두고 판매 경쟁에 불이 붙고 있다. 2019년 이후 5년 만의 개정인데, 사망 위험률은 낮아지는 반면 새로운 암 치료법 등장 등으로 치료비 증가가 예상되기 때문에 보험료가 10% 정도 인상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에 “4월 전에 가입해야 한다”며 보험사들이 암보험 총력전에 나서고 있다. 특히 많은 보험사가 암 통원치료 1회당 지급 보험금(통원일당)이나 상급종합병원 1인실 입원비 일당 한도를 높여 소비자를 공략하고 있다.

소비자 입장에선 나쁠 게 없어 보이지만, 불필요한 1인실 입원을 유발하는 도덕적 해이가 발생할 수 있고 특약 보험료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 이 때문에 금융당국도 과열경쟁을 자제하고 1인실 입원비 한도를 내릴 것을 보험사에 주문한 상태다. 과도한 경쟁 속에 ‘30회 30억원’이라는 비현실적인 암보험도 등장해 비난을 사고 있다. 새로운 암에 30회 걸리면 최대 30억원을 받는 상품이다. 홍승희 리툴코리아 본부장은 “최근 로봇수술 등 암치료법 개선과 재발암 등에 대한 폭넓은 보장을 해주는 신상품의 출시는 긍정적”이라면서도 “‘지금 가입 안하면 안된다’는 식의 마케팅 방식과 불필요한 과대 특약은 보험료 낭비와 소비자의 혼란을 가중할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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