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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골드러시 시대 ‘청바지와 곡괭이’ 없는 기업 생존의 길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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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7호 17면

이준기의 빅데이터

샘 올트먼(왼쪽) 오픈AI 최고경영자(CEO)와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 CEO가 지난해 11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오픈AI 개발자 컨퍼런스에서 무대에 올라 대화하고 있다. 나델라는 이 자리에서 “오픈AI가 마법 같은 것을 만들었다”고 찬사를 보냈다. [AP=연합뉴스]

샘 올트먼(왼쪽) 오픈AI 최고경영자(CEO)와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 CEO가 지난해 11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오픈AI 개발자 컨퍼런스에서 무대에 올라 대화하고 있다. 나델라는 이 자리에서 “오픈AI가 마법 같은 것을 만들었다”고 찬사를 보냈다. [AP=연합뉴스]

이 정도면 가히 인공지능(AI) 열풍이라 부를 만 하다. 오픈 AI의 최고경영자(CEO)인 샘 올트먼은 향후 새로운 AI 개발을 위해 9300조원에 달하는 투자금 조달을 위한 펀딩에 나섰다. 작년 우리나라 전체 예산이 약 640조원이니 도저히 가늠하기조차 어려운 규모다. 향후 20~30년은 AI가 산업의 모든 영역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제는 모든 기업이 AI의 도입에 대해 심각한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우리 기업은 AI로 무엇을 해야 할까. AI를 어떻게 적용하면 비용을 절감하고 경쟁력을 얻을 수 있을까.

2000년 IT 버블의 악몽 소환하기도

최근 발표된 미국 빅테크의 실적은 AI를 중시한 회사와 AI에 뒤처져 있는 회사의 명암을 보여 준다. 현재 AI로 가장 앞서간다고 여겨지는 마이크로소프트는 최대 실적을 기록해 2년 여 동안 시가총액 1위에 있던 애플을 누르고 최대 시가총액을 달성했다. AI를 기업 광고 타겟팅과 콘텐트 생성에 적극 활용한 메타와 아마존의 주가 또한 크게 성장했다. AI가 작동하는 데 필요한 칩을 제공하는 엔비디아의 시가총액은 무려 2300조원을 뛰어넘어 삼성전자의 시가총액을 약 5배 상회하고 있다.

이런 열풍을 보면서 사람들은 2000년의 IT 버블 때의 데자뷔를 끄집어낸다. 사실 옳은 생각일 수도 있다. 기술의 발전과 적용의 역사를 살펴보면 동일한 현상이 반복되는 경우가 많았다. 미국의 산업 발전을 이루었던 철도, 석유 개발, 전기 그리고 디지털 기술이 그러하다. 우리는 이런 기술을 범용 기술(general technologies)이라고 부르는데, 이것은 산업의 특수한 영역에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닌 산업 전반에 영향을 끼친다는 의미다. 이런 기술의 도입과 발전 방향을 보면 그 과정에서 버블도 발생하며, 초기에는 인프라를 제공하는 기업의 수익이 증가하고 점차 기술을 적용하는 기업으로 수익 증가가 확산된다. 이러한 현상은 흔히 금광 개발에서 처음 돈을 번 회사가 청바지와 곡괭이를 생산한 회사였다는 점과도 상통한다.

현재 초기 AI의 열풍 속에서 돈을 버는 회사들은 AI 툴이나 AI 개발에 필요한 인프라를 제공하는 회사들이다. 엔비디아나 암(Arm) 등의 AI 칩에 관련된 회사나 AI 파운데이션모델(오픈 AI, Bert 등의 기본 AI 모델), 또는 조금 발전된 오피스 툴에 AI를 사용하게 하는 모델(코파일럿) 등과 관련된 회사다.

그런데 대부분의 기업은 청바지와 곡괭이를 팔고 있지 않으니 무엇을 해야 할까. 아마존과 메타의 실적을 보면 이제 기업들이 AI를 활용해 경쟁력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에 시동이 걸렸다는 생각이 든다. 아마존은 클라우드 서비스에 AI 적용을 시도하는데, 이러한 시도의 일부는 파운데이션 모델에 걸쳐 있지만 AI를 공급망 관리, 상품 추천 등에 적용해 상당한 효과를 보고 있다. 금번 미국 실적 발표에서 가장 놀라운 것은 메타다. 메타는 그들의 핵심 비즈니스 영역인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광고 노출과 생성에 AI를 적용해 실적을 대폭 개선했으며, AI로 비용을 적극적으로 줄여 영업이익률을 두 배 이상 늘렸다. 이러한 노력으로 실적 발표 후 주가는 약 20%나 폭등했다.

이러듯 이제는 인프라뿐 아니라 활용에도 AI의 중요성이 강조되기 시작했다. 기업의 AI 도입과 활용에서 먼저 생각해야 할 것은 AI에 대한 구분이다. 알파고를 시작으로 2010년 이후의 AI는 딥러닝 기술에 의하여 주목을 받았으며 그 바탕은 판별 AI 이다. 판별 AI란 귀납적 패턴 매칭 등을 이용해 판별하는 기술이다. 이를테면 암, 부정 사용, 지불 불이행, 불량 등을 판별하는 AI다. 반면에 작년 챗GPT와 더불어 현재 매스컴에서 많이 회자되는 AI는 생성 AI이다. 이 둘 다 근본 기술은 딥러닝에 바탕을 두고 있으나 그 결과물에서 다르다. 앞은 판별의 결정이고 뒤는 새로운 콘텐트, 즉 문장, 대화, 그림, 프로그램 등의 생성이다. 이것을 굳이 구별하는 이유는 기업의 AI 도입 결정에서 어떤 것이 필요한 지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래픽=김이랑 기자 kim.yirang@joins.com

그래픽=김이랑 기자 kim.yirang@joins.com

최근 국내 기업을 중심으로 한 설문 조사 기업의 40% 이상이 AI를 도입했거나 도입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검토 중이라 답한 기업도 41%에 달해 대부분의 기업이 AI 도입에 관심을 보였다.

사실 해외 기업 설문에서도 비슷한 수치가 나오는 것을 보면 AI에 대한 관심은 전 세계적인 현상이다. 최근 국내 기업의 자문 통해 관찰한 결과를 보면, 우리나라 기업의 AI 도입은 ‘규범적(normative)’인 경우가 많다. 시장의 규범에 맞추어 나간다는 뜻으로, 나쁘게 말하면 남이 하니까 따라하는 경우가 많다는 의미다.

기업의 AI 도입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어떤 프로젝트를 진행할 지를 결정하는 것이다. 기업 입장에서는 기본적으로 프로젝트의 성공 가능성(feasibility)과 효과(impact)라는 두 가지 측면을 고려해 판단한다. 하지만 AI의 도입에서는 기존의 프로젝트와 다른 몇 가지 요소가 존재한다. 먼저 개별 AI 시스템의 작동 원리에 대한 기업의 높은 이해도가 필요하다. AI의 판단에는 종종 불투명성이 존재해 어떤 영역에서는 적용이 불가능하다. 또한 학습시킨 데이터의 질과 양 그리고 범위에 따라 결과물에 대한 편견 또는 잘못된 판단 등이 있을 수 있다. 또한, 기업에서는 데이터에 대한 지식이 필요하다. 사용이 가능한 데이터를 구별해야 하고, 객관적으로 그 데이터의 품질과 데이터가 일반적으로 적용될 수 있는 지를 인지해야 한다. 추가적으로, AI에 대한 윤리와 법률 문제를 잘 검토해야 한다. 마지막으로는, 직원들이 가진 막연한 불안감을 해소시켜야 제대로 기존의 기업 프로세스에 성공적으로 접목되어 사용될 수 있다.

세상에 없던 AI 활용법 세워야 승자

프로젝트 결정과 실행에서 누가 결정권을 갖고 있는가는 매우 중요하다. 많은 경우 가장 잘못된 결정은 인공지능 팀을 중심으로 만들어지는 프로젝트다. 기업들은 크게 보면 빅데이터나 AI팀을 구성하는 데 있어 중앙 모델(AI 전문가를 한 부서로 만들고 모아 놓음), 분산 모델(중요 현업 부서에 AI 전문가를 배치), 혼합 모델 및 애자일(Agile, 프로젝트 단위마다 AI와 현업을 혼합하여 구성) 조직 모델 등을 사용하고 있다. 각 조직은 각각의 장단점이 있으나, 어느 조직 모델의 경우나 현업이 주축이 돼야 기업이 필요한 프로젝트를 선정할 수 있고, 개발 중에도 데이터의 협조를 받을 수 있다. 무엇보다 적용에 있어서 원만하게 기존 프로세스와의 접목이 가능하다. 최고 경영진은 AI 프로젝트 선정에 있어 구체적으로 왜 이것이 AI로 구현돼야 하고 이것을 통해 어떻게 차별화해 경쟁력을 얻을 수 있는 지에 대한 질문을 우선시해야 한다. 또한, 다른 프로젝트와 달리 AI는 프라이버시, 저작권, 일반화의 오류에 의한 리스크가 수시로 존재함을 이해해 기업 경영의 어느 부분부터 AI를 적용할 지에 대한 우선순위를 결정해야 한다.

생성 AI의 적용은 기업 정보의 비밀 유지, 환상화 현상 등 추가적으로 고려해야 할 리스크가 있으며 아직은 대부분의 기업에서 대고객 상담 등에서 실험적으로만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이것이 기업 내부의 시스템과 통합되고 직원의 생산성 향상을 위한 툴과 기업의 지식 관리 시스템으로 변환되면 기업의 운영에 큰 변화가 예상되기에 기업 입장에서는 실험용이라도 적용해 보는 예비 연습이 필요하다.

세계 시총 1위에 오른 마이크로소프트의 CEO 사티아 나델라는 2월 실적 발표에서 우리는 이제 “AI에 관해 이야기하는 것에서 AI를 대규모로 적용하는 것으로 이동한다”고 선언했다. 과거 IT산업을 볼 때 버블이 존재했고 초기에는 인터넷서비스사업자(ISP) 위주로 인프라 기업이 각광을 받았지만,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새로운 광고 모델을 만든 구글 같은 적용 회사가 궁극적인 승자가 됐다. 이것이 앞으로 AI의 미래를 보는 단초가 될 것이다.

이준기 연세대 정보대학원 교수. 서울대에서 계산통계학과를 졸업 후, 카네기멜론대 사회심리학 석사, 남가주대 경영학 박사를 받았다. 국가 공공데이터 전략위원회에서 국무총리와 함께 민간 공동위원장을 맡고 있으며  『AI 로 경영하라』 『오픈콜라보레이션』 『웹2.0과 비즈니스 전략』 등을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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