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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파토스트와 피노누아 와인…요리하는 소믈리에의 추천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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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7호 26면

이선민의 ‘색다른 식탁’ 

사진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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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믈리에님이 요리를 다 해요?” 지난 1월 오픈한 서울 신당동의 와인바 ‘비전’에서 흔히 듣는 질문이다. 지난 몇 년 간 와인에 대한 전문 지식이 없어도 식당 운영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자신의 요리와 어울리거나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와인을 구비해두고 판매하는 셰프들이 늘었다. 이젠 반대로, 요리에 대한 전문 트레이닝을 거치지 않았어도 와인과 먹기 좋은 조합의 식재료로 요리하는 소믈리에가 등장했다.

비전(사진1)을 운영하는 강현규 소믈리에는 “내 혈액형은 산지오베제(이탈리아 포도 품종)”라고 말할 만큼 널리 알려진 와인 전문가다. 영화 ‘엘 불리: 요리는 진행 중’에서 셰프와 소믈리에가 식재료·음료의 향과 맛의 조화를 함께 고민하는 장면을 보고, 지난 10년간 끊임없이 함께 일하는 셰프에게 요리를 물었던 그가 이제 신당동 골목에서 직접 색다른 반주문화를 만들어보려 한다.

사진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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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소믈리에는 도쿄에서 2년여 간 일하고, 더블린에서 수개월을 보냈다. 서울에서는 다양한 이탈리아, 프랑스 음식을 내는 식당에서 일했다. 비전에서 그가 만드는 요리들은 그동안 알게 된 전 세계의 맛을 조합하되 일반적이지 않은 형태로 내는 게 특징이다. 흔히 밥과 먹는 마파두부는 두툼한 토스트 위에 올려 낸다. 판체타(이탈리아 베이컨), 페코리노 치즈, 계란을 넣고 만드는 까르보나라(사진2)는 파스타 면 대신 감자샐러드와 버무린다. 명란 크림을 얹은 오믈렛 위에는 김부각을 으깨서 흩뿌린다.

“지난 10년 동안 레스토랑이나 와인 바에서 일하거나 혹은 여행을 다니면서 맛있었던 조합을 스마트폰 메모장에 기록해왔죠. 그 기억에서 출발한 색다른 요리에 궁금증을 당길 만한 요소를 더해서 새로운 식사 경험을 제공하려고 합니다.”

예를 들어 비전의 대표메뉴인 ‘사천마파토스트’는 몇 년 전 신설동에 있는 만두집에서 먹었던 마파두부의 매콤한 향신료가 과일향 충만한 피노누아 품종 와인이랑 맛있게 어울렸던 기억으로 만든 것이다. 강 소믈리에는 이를 위해 6개월 간 용인에 위치한 일식당 ‘하루’ 등 가까이 알고 지내는 업장의 셰프들에게 조금 더 세련된 소스를 만드는 법을 배우고, 매일 유투브도 참조하면서 열심히 연습했다고 한다.

비전에서는 어떤 안주를 낼지 함께 고민한 지인들과 팝업 이벤트를 진행하기도 한다. 지난 12월에는 프랑스 샹파뉴 지역에서 근무하는 셰프, 일본 미야자키에 위치한 비스트로의 오너와 함께했다. 강 소믈리에는 앞으로도 이렇게 셰프 친구들과 함께 요리하는 행사를 지속적으로 기획할 예정이다.

이선민 식음·여행 전문 저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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