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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보다 얼어붙은 美소비…흔들렸던 '금리 인하' 불씨 살아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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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미국의 한 대형매장에 판매용 옷 상품들이 진열돼 있다. AP=연합뉴스

지난달 미국의 한 대형매장에 판매용 옷 상품들이 진열돼 있다. AP=연합뉴스

연초 미국의 소매판매 지표가 당초 예상보다 크게 하락했다. 소비 둔화 조짐에 뉴욕증시는 일제히 상승했고, 최근 오름세를 보이던 미국 국채 금리는 주춤했다. 앞서 발표된 소비자물가지수(CPI) 고공행진에 흔들렸던 시장의 금리 인하 기대 '불씨'가 되살아나는 양상이다.

15일(현지시간) 미국 상무부에 따르면 미국의 1월 소매판매(계절 조정 기준)는 전월 대비 0.8% 감소한 7003억 달러(약 934조원)로 집계됐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의 전망치(-0.3%)보다 감소 폭이 더 크다. 소매판매는 지난해 3월 이후 10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내렸다. 특히 자동차(-1.7%), 건축자재(-4.1%) 등이 부진을 주도했다.

지난달 미국을 덮친 한파 영향 등이 있긴 하지만, 고금리 장기화·저축 소진 등으로 소비가 둔화 국면에 진입할 수 있다는 신호가 뚜렷해진 셈이다. 미국 국내총생산(GDP)에서 소비 비중은 약 70%를 차지할 정도로 높다. 그간 강세를 보여온 소비가 주춤하면 경기 전반이 후퇴할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소매판매 지표가 나온 뒤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의 예측 모델로 추정한 올 1분기 미국 GDP 성장률 전망치는 3.4%에서 2.9%로 하락했다. 앤드루 헌터 캐피털 이코노믹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2월과 3월에 걸친 회복을 고려하더라도 1분기엔 성장이 급격히 둔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경기 경고등이 본격적으로 켜지면 미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하 논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15일(현지시간) Fed가 발표한 미국의 1월 산업생산(계절 조정)도 전월보다 0.1% 감소하면서 WSJ 전망치(0.2% 증가)를 밑돌았다. 같은 날 오후 시카고상품거래소(CME)의 페드워치에 따르면 Fed가 5월 금리를 낮출 가능성은 37.8%, 6월 인하 가능성은 76.7%를 나타냈다.

미국 뉴욕 증권거래소에서 트레이더들이 일하고 있는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미국 뉴욕 증권거래소에서 트레이더들이 일하고 있는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시장에선 기대심리가 다시 피어올랐다. 이날 다우존스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0.91%, 스탠더드앤푸어스(S&P)500 지수는 0.58% 상승했다.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는 같은 날 4.24%로 내려가면서 이틀 연속 내림세를 보였다. 이러한 분위기를 타고 한국 코스피도 16일 1.34% 오른 2648.76으로 장을 마감했다.

미국의 1월 CPI가 예상을 뛰어넘는 3.1%를 기록한 데 따른 금리 인하 연기 불안감이 다소 줄어든 모양새다. 14일(현지시간) 오스탄 굴스비 시카고 연은 총재가 "장기 인플레이션 지표는 여전히 긍정적"이라며 "1월 CPI가 예상보다 강하게 나온 것에 실망할 필요가 없다"고 밝힌 것도 영향을 미쳤다.

다만 미국 고용지표는 여전히 견조하다. 미 노동부에 따르면 이달 4~10일 주간 신규 실업보험 청구자 수는 21만2000명으로 직전 주보다 8000명 감소했다. 시장 전망치 22만명에 못 미치는 수준이다. 실업자가 여전히 크게 늘지 않는다는 걸 보여주는 만큼 조기 금리 인하엔 '악재'인 셈이다.

지나 볼빈 볼빈자산운용 사장은 "미국 경기 둔화는 확실히 있을 것"이라면서도 "소매 판매 약화, 고용 시장 강세로 나뉜 통계 수치는 (금리 인하를 위해) 너무 빨리 움직이지 않을 거라는 Fed 입장을 강화해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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