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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트럼프 누가되든 인·태는 지배적 개념…손열 "韓, 주체적 개념 필요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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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열 동아시아연구원장. 김경록 기자

손열 동아시아연구원장. 김경록 기자

오는 11월 미국 대선 결과에 한반도의 외교·안보 지형도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미국이 주도하는 '인도-태평양(인태) 전략'의 향배도 함께 주목받고 있다. 동아시아·국제정치 전문가인 손열 동아시아연구원장(연세대 교수)은 16일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미·중 전략경쟁 차원에서 설계된 인태 개념은 오는 미 대선에서 누가 당선되는지와 상관없이 기본 골격을 유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인태 전략을 주요국들이 경쟁하는 과정에서 탄생한 지역 개념 차원에서 분석한 신간 『개념전쟁』(서울:EAI)을 최근 펴낸 손 원장은 "다만 인태전략의 구체적인 집행 과정에선 당선자에 따라 상당한 차이가 나타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손 원장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될 경우 기존 인태 전략의 주요 부속품인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F)나 한·미·일 협력체제와 같은 (소)다자 협력 틀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을 것"이라며 "대중 견제란 전략적 목표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양자 관계인 동맹국이 상당한 적응비용을 치러야 하는 상황에 놓일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미국이 대선 결과에 상관없이 자국 중심주의를 지속할 것이며, 이에 따라 인태 지역에서 미국의 주도권이 오히려 하락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도 내놨다. "이는 한국 입장에서 시련인 동시에 인태 지도의 중심부로 올라설 기회도 될 수 있다"는 게 손 원장의 설명이다.

이어 이를 기회로 활용하려면 "한국의 지역적 역할 확대를 원하는 미국과 일본의 힘을 활용하는 한편 미래 성장의 중심부인 아세안과 인도를 적극적으로 품으며 외교의 지평을 확대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선진 중견국으로서 한국이 지닌 독특한 위치를 활용해 강대국과 약소국, 동양과 서양, 동북아와 동남아, 중국과 일본, 미국과의 사이에서 중개 및 가교 역할을 함으로써 인태 지역에서 새 질서 구축에 기여할 수 있다는 취지다.

개념전쟁
손열 지음 
동아시아연구원(EAI) 

『개념전쟁』은 이런 한국의 인태 전략 성공 조건을 자세히 다뤘다. 세계 주요 국가들은 19세기 후반부터 자국에 유리한 전략 공간을 조성하기 위해 '아시아-태평양'. '동아시아'와 같은 지역 개념을 만들어 치열한 경쟁을 벌여왔는데, 책은 이런 지역 개념과 그로 인해 형성되는 세력 지도를 두고 벌어지는 국제적 갈등을 '개념전쟁'으로 정의했다. 인태 전략의 탄생 역시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손 원장은 "국제정치의 역사는 곧 개념전쟁의 역사라 할 수 있다"며 "한국이 지난 150년간 개념전쟁에서 변방에 머물러 있었던 것은 미래의 변화를 과거의 개념으로 읽어내렸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과거 약소국 시절에 형성된 '한반도 중심주의'에서 벗어나지 못해 한반도와 동북아시아라는 협소한 공간에 갇혀 있었다는 지적이다.

한국의 인태 전략은 미국 및 일본의 인태 전략을 답습하는 것이 아니라 주체적인 시각이 투영된 새로운 개념이 필요하다고 손 원장은 지적한다. 하드파워를 중시하는 대국 외교와 달리 한국이 가진 지식·문화·이념 등의 소프트파워를 창조적으로 활용하고, 인태 지역에서 '윈-윈'의 결과를 도출하는 외교를 추진하자는 제안이다.

손 원장은 "미국과 동맹 영역을 확대하면서, 인태 공간에서 부상하는 세력들과 지역 협력의 틀을 살려 경제적 번영의 길을 확대해야 한다"며 "국내적으로는 인태라는 낯선 공간을 친숙한 공간으로 만들어 인태 전략에 대한 지지를 확보하는 노력도 병행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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