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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윤석만의 뉴스터치

개혁신당의 오월동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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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윤석만 기자 중앙일보 논설위원

에도시대에 번성한 ‘센류(川柳)’는 짧은 정형시다. 보통 5·7·5조의 17글자여서 우리말로 옮기면 한 문장쯤 된다. 요즘엔 실버 센류가 유행인데 “내 나이 92살, 연상 취향인데 이젠 없어”, “사랑인 줄 알았는데 부정맥” 같은 작품이 화제다.

뉴스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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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유명한 센류는 19세기 수필집 『갑자야화』에 담긴 전국 시대 3인의 두견새 이야기다. 오다 노부나가는 ‘새가 울지 않으면 죽이고’,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어떻게든 울게 만들며’, 도쿠가와 이에야스는 ‘울 때까지 기다린다’고 했다. 야마오카 소하치의 대하소설 『대망』에도 묘사됐듯 노부나가는 불꽃 같은 삶을 살다 요절했다. 그의 마부에서 관백(関白)의 자리까지 오른 히데요시는 주도면밀하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실리적 인물이었다. 반면 이에야스는 대의명분을 중시했다. “역사는 민심대로 흐르고 선정(善政)은 백성이 납득하는 데서 비롯된다”(『대망』)며, 눈앞의 이득에 일희일비하지 않았다. 이후 300년 에도시대를 연 장본인도 이에야스다.

설 이후 정치권의 화제는 제3지대 통합이었다. “개인적 유감”이라고 밝힌 허은아 전 의원의 말처럼 “눈앞 총선의 이해득실 때문에” 이념과 노선 모두 다른 세력들이 한데 뭉쳤다. 원내 3당으로 실리를 챙기겠다는 의도다. 그러나 보수당 대표였던 이준석과 진보정권의 총리이자 대선후보로 정반대 편에 섰던 이낙연의 이합집산을 명분 있게 바라는 보는 시각은 많지 않다. 개혁신당을 지지했던 젊은 층도 떠나고 있다. 실리를 좇아 명분은 접어 둔 이들의 어색한 오월동주는 얼마나 갈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