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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산 삼겹살·폴란드 우유…식탁 차지하는 해외식료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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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고물가에 바뀐 소비 트렌드

15일 세종시에 위치한 한 대형마트의 돈육 판매대. 매대 정중앙엔 ‘물가 안정 프로젝트’라는 문구와 함께 국내산 돼지고기보다 저렴한 캐나다산 냉장 돼지고기가 자리 잡고 있었다. 목심 한 팩을 집어 든 40대 주부 김모씨는 “요즘 국산 돼지고기가 비싸다 보니 가격이 저렴하고 품질도 괜찮은 수입산을 더 찾게 된다”고 말했다. 최근 고물가가 지속하면서 이같이 값싼 해외 식료품에 대한 수요가 크게 늘어나고 있다.

김주원 기자

김주원 기자

관세청 수출입무역통계에 따르면 삼겹살(냉동·냉장) 수입은 2020년 12만1900t에서 지난해 14만9300t으로 22.5% 증가했다. 이전엔 장기 보관이 가능한 스페인산 냉동 삼겹살 등을 주로 들여왔지만, 최근 콜드체인(유통 과정 신선도 유지) 기술이 발전하고 소비자 인식이 바뀌면서 냉장 삼겹살에 대한 수요도 늘어나고 있다. 실제로 캐나다산 냉장 삼겹살의 경우 같은 기간 수입량이 6200t에서 1만4000t으로 2배 이상으로 늘어났다.

수입 돼지고기의 장점은 저렴한 가격에 있다. 대형유통업체 홈플러스가 앞세우는 캐나다산 냉장 돼지고기 브랜드 ‘보리 먹고 자란 돼지’(보먹돼) 소비자 가격(할인 미적용 기준)은 100g당 2300원으로, 같은 매장에서 판매되는 국내산 삼겹살(100g당 3790원)보다 40%가량 저렴했다.

매년 가격이 꾸준히 오르는 국산 우유를 대체할 수입산 멸균우유도 성장세에 있다. 지난해 멸균유 수입량은 3만7400t으로, 전년 대비 18.9% 증가했다. 특히 2020년(1만1500t)과 비교하면 225.2% 급증했다. 수입 멸균유의 88.8%가 폴란드산이고, 이외에 호주(4.1%), 독일(3.9%), 프랑스(2.2%) 등에서도 들어오고 있다.

농촌경제연구원은 지난달 발표한 ‘농업전망 2024’ 보고서를 통해 “국내 원유 가격 인상으로 수입 멸균유는 가격 경쟁력이 높아지면서 수요가 늘어 수입량이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과·배 등 과일 가격이 비싸진 탓에 수입 과일과 냉동 과일도 인기다. 물가 안정을 위해 할당 관세가 적용된 오렌지의 경우 지난달 수입량(2500t)이 지난해 동월 대비 2배 이상 증가했다. 지난해 GS더프레시의 냉동 과일 카테고리 매출액은 전년 대비 119.3% 성장했다.

일반 소비자뿐만 아니라 외식업계에서도 원가 절감을 위해 수입 재료를 찾는 비중이 늘어나고 있다. 냉동닭(절단육·설육) 수입은 2020년 13만9100t에서 2023년 23만4600t으로 68.7% 증가하면서 역대 최대치 기록했다. 대부분이 브라질산(82.1%)이다. 이커머스에서 판매되는 브라질산 냉동 닭다리살은 100g당 400원대로, 국내산 냉장 닭다리살(100g당 1800원대)의 1/4 수준이었다. 수입 냉동 닭고기는 대부분 외식 프랜차이즈, 가공식품 제조업 등에 유통된다.

한때 ‘알몸 김치’ 사태로 주춤했던 중국산 김치 수입도 최근 다시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 28만6500t이 수입되면서 전년 대비 8.7% 늘어났다. 일반 식당가에서 비용을 최대한 아끼기 위해 국산 김치를 중국산 김치로 대체하는 경우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먹거리 물가가 떨어지지 않으면서 이런 현상은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식료품 물가는 전년 대비 6.0% 상승했는데,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폭(2.8%)의 2배 이상이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소비자들은 수입산이라도 품질이 괜찮고 믿을만하다고 판단하면 적극적으로 찾아 먹는다”며 “수입산에 대한 수요는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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