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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조원짜리 두뇌 공조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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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일본 르네사스, 설계 SW업체 알티움과 깜짝 빅딜

르네사스에서 생산한 반도체

르네사스에서 생산한 반도체

일본 차량용 반도체 기업 르네사스가 8조 원대 대형 인수합병(M&A)을 발표했다. 테슬라·엔비디아·퀄컴·삼성전자 등이 노리는 차량용 반도체 시장에 르네사스가 M&A를 활용해 진입 장벽을 더 높이는 것이다. 한때 만성 적자로 정부 수혈을 받았던 르네사스의 과감한 행보는 최근 일본 정부의 반도체 육성 전략과 맞물려 주목받고 있다.

15일 르네사스는 반도체 인쇄회로기판(PCB)용 소프트웨어 업체 알티움을 59억 달러(약 7조8600억원)에 인수한다고 밝혔다. 호주 증시에 상장한 미국 회사인 알티움이 개발한 전문가용 PCB 설계 소프트웨어는 자동차·항공·통신 등에 주로 쓰인다.

르네사스는 미국 텍사스인스트루먼트(TI)와 독일 인피니언, 네덜란드 NXP, 스위스 ST마이크로와 함께 차량용 반도체 ‘빅5’로 꼽히는 업체다. 특히 자동차 전장 시스템 전반을 제어하는 두뇌 격인 마이크로콘트롤러유닛(MCU)은 세계 시장 30%가량을 점유해 1위다. 토요타, 혼다, 닛산, 포드, 폭스바겐 등에 MCU를 공급한다.

차량용 반도체는 자율주행 기술과 다양한 차량용 정보시스템의 발달로 급성장하는 시장이다. 전기차 업체 테슬라나 ‘애플카’를 개발 중인 애플뿐 아니라 퀄컴·엔비디아·삼성전자도 차량용 시스템 반도체를 개발하며 시장을 공략한다. 그러나 복잡한 공정과 완성차 업체의 높은 품질 요구, 다품종 소량생산 구조 때문에 진입 장벽이 높다.

MCU는 퀄컴·삼성의 차량용 AP(데이터 연산·처리 기능 수행)나 엔비디아의 자율주행용 칩셋에 비하면 요구되는 기술 수준이 낮다. 그러나 르네사스는 확고한 세계 1위인 MCU를 바탕으로, 그 주변에 탑재할 반도체 라인업과 개발용 SW 제품군을 늘려가고 있다. 반도체와 SW, 개발 플랫폼까지 통합 솔루션을 고객사에 제공하는 전략이다.

르네사스는 그간 과감한 사업 정리와 M&A로 본업 경쟁력을 키워왔다. 지난 2014년 디스플레이 드라이버 칩 자회사인 ‘르네사스 SP 드라이버’를 미국 시냅틱스에 매각할 때도 화제가 됐다. 당시 애플에 아이폰용 LCD(액정표시장치) 드라이버 칩을 독점 공급하던 자회사를 ‘차량용 반도체에 집중하겠다’며 정리했기 때문이다. 이후 애플이 LCD 대신 OLED로 갈아타면서 르네사스의 매각은 ‘신의 한 수’로 평가됐다.

2015년 흑자 전환한 르네사스는 곧이어 대형 M&A에 돌입했다. 2017년 미국 인터실을 32억 달러(약 4조2000억원)에, 2018년 IDT를 60억 달러(약 8조원)에 인수하며 전력·배터리 제어와 통신·센서 분야 반도체를 강화했다. 2021년 영국 반도체 기업 다이얼로그를 49억 유로(약 7조원)에 인수해 전력관리반도체(PMIC) 설계 부문을 강화했고, 이스라엘의 셀레노 인수로 무선 통신 반도체도 확보했다. 2022년엔 미국 AI 솔루션 기업 리얼리티AI를 사들여 자동차·산업·소비자 기기용 AI 기술과 지식재산(IP)을 흡수했다. 자동차에서부터 사물인터넷·센서 관련 반도체로 영역을 확장하는 모양새다.

르네사스는 NEC, 미쓰비시, 히타치의 반도체 부문을 통합해 탄생했지만 한국 반도체 기업에 밀리고 2011년 동일본 대지진으로 공장 가동까지 중단되자 만성 적자에 빠졌다. 일본 정부는 2012년 민관펀드인 ‘일본산업혁신기구(INJC)’의 1400억엔(당시 약 2조원) 출자를 결정하며 르네사스를 사실상 국유화했다. 이후 회사 경영이 정상 궤도에 오르자 INJC는 지분을 단계별로 매각했고, 총 1조엔(약 9조원)의 수익을 본 것으로 추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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