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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주담대가 더 싸다…특례보금자리론 중도상환 러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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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5면

경쟁력 잃어가는 ‘정부 대출’

시중은행 주택담보대출 최저금리가 연 3%대 초반을 보이는 등 꾸준히 하락세를 그리자, 지난해 정부가 출시한 특례보금자리론 금리와의 ‘역전’ 현상도 나타났다. 특례보금자리론을 중도 상환하고 은행 주담대로 갈아타려는 움직임도 늘어나고 있다.

15일 강훈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국주택금융공사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에만 947억원(511건) 규모의 특례보금자리론이 중도 상환된 것으로 나타났다. 중도 상환 규모는 지난해 6월(267억원)과 7월(349억원)을 거치며 꾸준히 증가했는데, 10월(795억원) 들어 증가세는 더욱 가팔라졌다. 은행 대출금리 하락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연 4%대 고정금리를 제공하는 특례보금자리론의 금리 경쟁력이 점차 떨어지자 일반 주담대로 갈아타려는 수요가 늘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김주원 기자

김주원 기자

지난해 1월 출시된 특례보금자리론 금리는 일반형 기준 연 4.15~4.45%, 우대형 기준 4.05~4.35%로 책정됐다. 당시 최저 5%대 수준이었던 일반 주택담보대출에 비해 금리 경쟁력이 높았다. 소득과 관계없이 9억원 이하 주택에 최대 5억원을 빌려준다는 점에서 신청이 몰려 가계부채 증가세 주범으로 꼽히기도 했다. 공급 규모도 점차 확대돼 1년간 약 44조원이 공급됐다.

하지만 지난해 연말 들어 시중은행 주담대 금리가 고정형을 중심으로 최저 3%대까지 떨어지면서 금리 수준이 역전됐다. 이날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고정형 주담대 금리는 연 3.21~5.33%로 집계됐다. 고정형 주담대 금리 기준이 되는 은행채 5년물 금리가 기준금리 인하 기대를 반영해 지난해 연말 0.5%포인트 가량 떨어지는 등 꾸준히 하락세를 그리면서다. 지난달부터 금융당국의 ‘온라인·원스톱 대환대출 인프라’에 아파트 주담대가 포함되자, 은행들이 대환대출 고객을 유치하기 위해 경쟁적으로 대출금리 인하에 나선 영향도 있다.

김주원 기자

김주원 기자

반면 특례보금자리론 금리는 지난해 11월 가계부채 증가세 경고음을 의식해 일반형이 4.90~5.20%, 우대형이 4.50~4.80%로 전보다 올라 금리 역전이 뚜렷해졌다. 금융위원회는 지난달 말 특례보금자리론 운영을 종료하고, 총부채상환비율(DTI·60%)과 담보인정비율(LTV·70%) 요건을 수정해 보금자리론을 재출시한 상태다. 연 4.2~4.5% 금리를 적용하되, 취약계층에 대한 우대 금리 혜택을 확대하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이런 금리 역전 현상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이날 은행연합회는 변동형 주담대 금리 기준이 되는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를 공시했는데, 3.66%(신규취급액 기준)로 전월 대비 0.18%포인트 하락했다. 16일부터는 은행들이 코픽스 하락분을 반영하면서 최저금리가 3%대 후반까지 내려갈 전망이다.

기준금리 인하 기대가 이어지면서 가계대출 증가세는 새해에도 꺾이지 않고 있다. 14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은행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855조3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12월에 비해 4조9000억원 늘어난 수치다. 금융당국은 안정적인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지만, 올해에도 가계부채 증가세가 본격화할 불씨가 여전히 남아있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를 받지 않는 정책모기지 공급 대책 등이 가계부채 축소 목표와 충돌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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