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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단행동 안한다는 전공의…"3월1일 블랙아웃" 암호 돈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정부가 최근 의대 증원에 반발해 집단행동 방안을 논의한 전공의와 의대생들에게 자제를 촉구하는 가운데 지난 14일 서울의 한 대학 병원에서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최근 의대 증원에 반발해 집단행동 방안을 논의한 전공의와 의대생들에게 자제를 촉구하는 가운데 지난 14일 서울의 한 대학 병원에서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에 반발해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 회장이 15일 공개적으로 사직 의사를 밝히면서 전공의 사직 릴레이로 이어질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정부는 개별적인 사직서 제출도 집단행동으로 간주해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며 연일 자제를 요청했다.

이날 오전 박단 대전협 회장은 SNS에 올린 글에서 “잃어버린 안녕과 행복을 되찾고자 수련을 포기하고 응급실을 떠난다”며 “2월 20일 사직서를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박 회장은 현재 세브란스병원 응급의학과 소속 레지던트로 근무 중이다. 그는 사직하는 이유에 대해 “병원에서 근무했던 지난 3년은 제 인생에서 가장 우울하고 불행한 시기였다”며 개인적인 사유라고 강조하면서 동료 의사들을 향해 “집단행동을 절대 하지 말아달라”는 당부도 덧붙였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이 15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의사 집단행동 중앙사고수습본부 정례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이 15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의사 집단행동 중앙사고수습본부 정례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는 전공의들의 집단 사직 행렬에 대비해 각 수련병원에 ‘집단사직서 수리 금지 명령’을 내려놓은 상태다. ‘집단행동 및 집단행동 교사 금지 명령’도 발동해 파업을 공개적으로 주도하는 행위도 차단해뒀다. 이런 법망을 피하기 위해 집단행동의 일부가 아닌 개인적 사유로, 30일 전에 사직 의사를 밝힌 점을 박 회장이 강조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날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도 중앙사고수습본부 브리핑에서 “집단행동 교사 금지명령이 내려졌기 때문에 이를 회피하기 위한 하나의 투쟁 수단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며 “어떤 경우에라도 이런 것들이 확산돼서 집단행동으로 번지지 않도록 모든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당장 병원 나가자” 목소리 커져

당초 대전협 차원에서 논의된 투쟁 전략은 즉각적인 단체 행동보다 이달 말 전공의가 개별적으로 사직서를 제출하고 3월 말 현장을 떠나는 것이었다. 하지만 박 회장의 사직으로 리더십 공백을 맞은 전공의들은 수련병원별로 재계약 거부 통보 및 사직 등의 단체 행동 시기를 앞당기자는 목소리에 힘을 싣고 있다.

한 수도권 대형병원 소속 내과 1년 차 전공의는 “나도 오늘 사직했고, 우리 병원 다른 전공의도 나갈 예정”이라며 “대전협이 제시한 3월 말 사직은 너무 늦다. 다들 아직은 눈치 보는 분위기이지만, 오늘내일 중 빨리 사직하자는 의견이 모이고 있다”고 말했다.

13일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에 의대 증원을 반대하는 손팻말이 놓여 있다. 뉴스1

13일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에 의대 증원을 반대하는 손팻말이 놓여 있다. 뉴스1

젊은 의사들이 모이는 온라인 커뮤니티에도 “당장 오늘(15일)부터 재계약 거부 의사를 병원에 통보하거나 사직서를 제출하고, 3월 1일부로 ‘블랙아웃’(업무를 멈추고 연락을 차단하는 행위)에 돌입하자”는 행동지침을 담은 이미지를 올리며 단체행동을 독려하는 글이 줄을 이었다. “일단 사직서 내고 쉬다가 업무개시명령 시에만 근무하면 문제없다” 등 정부의 법적 제재를 피할 수 있다는 주장도 공유되고 있다.

“개별 사직, 업무방해죄도 될 수 있어” 

하지만 정부는 개별 사직도 처벌될 수 있다고 재차 경고했다. 박민수 차관은 브리핑에서 “개별적인 형태를 띠더라도 사직서 제출을 서로 공모하고 연이어서 이뤄짐으로써 병원의 정상적인 운영에 지장을 초래한다면 집단행동에 포함된다”며 “의료법 위반뿐 아니라 형법상 업무방해죄가 될 수 있다. 합법적 투쟁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개인적인 피해가 클 것”이라고 말했다.

복지부는 다만 집단 사직이 실제 확인된 사례는 없다고 밝혔다. 박 차관은 전날(14일) SNS에 퍼진 병원별 전공의 집단사직서 제출 현황 자료에 대해 “확인해본 결과 사실과 달랐다”며 “가짜 뉴스라고 판단하고 있다. 가짜뉴스로 인해 국민이 불안해하지 않도록 정확한 사실을 확인해 신속히 알려드리겠다”고 말했다.

의대생들의 단체행동 움직임도 빨라지는 모습이다. 이날 한림대 의대 비상시국대응위원회는 SNS 계정을 통해 “의학과 4학년 학생들이 만장일치로 휴학을 진행하기로 결의했다”고 밝혔다. 의대생 단체인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의대협)도 지난 13일 개최된 임시총회 결과를 이날 알리며 “40개 단위 만장일치로 단체행동 찬성이 가결됐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의대협은 전체 의대생 대상 설문을 거쳐 동맹휴학(집단휴학)에 들어간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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