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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관위보다 이재명만 보인다"… 비명 술렁이는 '공천 교통정리'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4·10 총선을 두달여 앞두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당 공천 무대의 전면에 등장했다. 문학진 전 의원과 인재근 의원 등에게 불출마를 권고한 게 신호탄이었다. 이 대표는 이후 작심한 듯 공천과 관련한 공개 발언을 이어갔다. “떡잎이 져야 새순이 자란다”(14일 당 최고위), “새 술은 새 부대에”(14일 페이스북) 등 대체로 물갈이를 예고하는 내용이었다. 당에서는 “불출마 권고를 기점으로 당 공천관리위원회(공관위)는 전혀 안 보이고, 이 대표만 보인다”(수도권 의원)는 반응이 나왔다.

예민한 지역은 뒤로 미루는 당 공관위의 공천 심사 발표를 두고도 “이 대표의 의중과 무관치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야권 관계자는 15일 “탈락자들이 신당으로 이탈하는 것을 늦추면서 이 대표가 특정 후보의 자진 사퇴를 압박하는 전략”이라고 말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친명계와 비명계의 공천 갈등이 과열된 설 연휴 전만 해도 이 대표는 공천 관련 언급을 자제했다. 9일 “시스템을 통해 국민 눈높이에 부합하는 게 유일한 공천 판단 기준”이라고 언급한 것 정도가 그나마 눈에 띄는 대목이었다.

그랬던 이 대표가 최근 적극적으로 공천 교통정리에 나서는 듯한 모습을 보이자 내부 반응이 엇갈린다. 당 전략공관위원장인 안규백 의원은 이날 이 대표의 행보에 대해 “선거를 앞두고 적극적으로 임하는 자세”라고 평가했고, 다른 당 관계자도 “이 대표가 나선 뒤 갈등으로 꽉 막혔던 공천이 조금씩 정리되고 있다”고 거들었다.

반면, 이 대표의 행보가 공천 개입으로 비친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 한 비명계 의원은 “공천 작업이 한창인데 당 대표가 직접 특정 후보의 불출마를 종용하는 것은 공천 과정을 왜곡시키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후배의 길을 터주자는 차원”(당 관계자)이라는 설명과 달리, 이 대표의 진짜 의도가 ‘찐명’(진짜 친명) 후보 길 터주기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불출마를 권유받은 문 전 의원의 경기 광주을에는 안태준 당대표 특보가 출마했고, 인 의원이 불출마하는 서울 도봉갑에는 이 대표가 영입한 김남근 변호사의 전략공천설이 흘러나와서다.

공천 논란이 장기간 이어지는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민주당 경기 지역 의원은 “공천을 최대한 신속하게 마무리 짓고 정책 대결 구도로 전환해야 하는데, 이 대표까지 공천 과정에 등장하면서 내홍이 더 짙어지는 모양새”라고 지적했다.

당 대표가 공천 교통정리에 나선 것이 이례적이라는 평가도 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2016년 총선을 앞두고 대표직에서 물러났고, 김종인 비대위원장을 영입해 인적 쇄신을 위임했다. 2020년 총선 당시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그립이 강하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특정 후보에게 공개적으로 불출마를 권유한 적은 없었다. 야권 관계자는 “이 대표가 직접 나선 것은 그만큼 박스권에 갇힌 당 지지율에 급박함을 느꼈다는 의미”라고 분석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운데)가 15일 충북 청주시 흥덕구 충북대학교 오창캠퍼스에서 열린 ‘서울대 10개 만들기’ 지역 거점대학 경쟁력 강화 정책간담회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운데)가 15일 충북 청주시 흥덕구 충북대학교 오창캠퍼스에서 열린 ‘서울대 10개 만들기’ 지역 거점대학 경쟁력 강화 정책간담회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한편, 이 대표는 이날 오후 충북대에서 열린 정책간담회에서 지방 거점 국립대 9곳을 집중적으로 육성하는 ‘서울대 10개 만들기’ 공약을 발표했다. 강원대·충북대·충남대·경북대·부산대·경상대·전남대·전북대·제주대의 재정 투자를 늘리고, 취업 지원 시스템을 강화하겠다는 내용이다. 이 대표는 “지방대 정부 지원이 적은 것은 안 그래도 어려운 지방에 더 나쁜 악순환을 불러오는 잘못된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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