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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컴한 시장서 홀로 환하던 가게…대형 화재 막은 소방관의 촉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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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성남소방서 하대원119안전센터 김재택 소방경이 불이 난 성호시장 자재 창고의 화재를 진압하고 있다. 성남소방서

경기 성남소방서 하대원119안전센터 김재택 소방경이 불이 난 성호시장 자재 창고의 화재를 진압하고 있다. 성남소방서

“저거 불 난 거 아니야?”
지난 14일 오후 10시 20분쯤 경기 성남시 중원구에 위치한 전통 시장인 성호시장. 골목을 순찰하던 성남소방서 하대원 119안전센터 3팀 직원들의 눈에 이상한 장면이 목격됐다. 모두 퇴근해 컴컴한 시장의 한 점포가 환했다. 영업이 끝난 한 떡집 매장의 자재 창고 현수막에서 불길이 치솟고 있었다.

불이 난 떡집 자재창고는 원래 300여개 점포가 밀집한 기존 성호시장의 한복판에 있었다. 성호시장 재개발 사업으로 인근에 개설한 임시 시장으로 점포들이 이전하면서 현재 30여개 점포만 영업 중이다. 하지만 천막과 목재 등 가건물 매장은 그대로 남아 있는 데다가 곳곳에 쓰레기 등이 방치돼 불이 나면 대형 화재로 번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더구나 시장 안은 좌판 등이 깔려있어서 소방차가 진입할 수 없는 구조다.

깜짝 놀란 소방관들은 인근에 있던 3.3㎏ 상당의 소화기를 들고 현장으로 달려갔다. 불은 1분 만에 꺼졌다. 인근 매장으로 번지지도 않았다.

불이 난 성호시장의 떡집 자재창고. 스티로폼 상자 등이 쌓여있어서 대형화재로 번질 뻔 했다. 성남소방서

불이 난 성호시장의 떡집 자재창고. 스티로폼 상자 등이 쌓여있어서 대형화재로 번질 뻔 했다. 성남소방서

야간 순찰을 하던 소방관들이 전통시장에서 발생한 화재를 조기 진압한 사실이 15일 알려졌다. 성남소방서 하대원119안전센터 김재택(57) 소방경과 고혁(36) 소방장, 조윤길(36)·윤희도(33)·장수진(31) 소방교가 주인공이다.

이들은 이날 오후 10시부터 인근에 있는 모란시장을 순찰한 뒤 성호시장으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화재를 목격했다. 성남소방서는 지난달 22일 충남 서천시장 화재 사건 이후 관내 전통시장을 돌며 화재 예방·안전 교육을 진행해왔다. 또 새벽 3시까지 시장 곳곳을 도보 순찰하고 있다고 한다.

화재를 처음으로 목격한 김 소방경(3팀장)은 “성호시장은 1978년에 만들어진 노후 시장이고, 연면적 2만3800㎡의 규모도 큰데 최근 이전 작업이 이뤄지면서 남은 쓰레기와 자재 등으로 화재에 더 취약해진 곳이라 평소에도 꼼꼼하게 살펴봤었다”며 “불이 난 떡집 안에도 스티로폼 상자 등이 가득 쌓여있어서 조금만 늦었어도 대형화재가 될 뻔했는데 조기에 발견해서 다행”이라고 말했다. 소방은 화재 원인을 방화로 추정하고 경찰과 함께 조사하고 있다.

홍진영 성남소방서 서장은 이날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야간 순찰을 하던 119안전센터 직원들이 시장 중심에 있는 상가 현수막에 불이 난 것을 목격하고 화재를 진화했다”며 “화재를 조기에 진화한 직원들에게 감사하다. 신상진 성남시장도 직원들에게 감사의 뜻을 표했다”고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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