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단체 회장이 수련을 포기하고 사직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전공의 단체 회장직도 내려놓는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회장은 15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오는 20일 사직서를 제출할 예정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박 회장은 "저는 잃어버린 안녕과 행복을 되찾고자 수련을 포기하고 응급실을 떠난다"며 "죽음을 마주하며 쌓여가는 우울감, 의료 소송에 대한 두려움, 주 80시간의 과도한 근무 시간과 최저 시급 수준의 낮은 임금 등을 더 이상 감내하지 못하겠다"고 적었다.
그는 "전공의의 수련환경 개선 및 지위 향상을 위한 법률 제9조에 의거한 전공의수련규칙표준안 제43조와 민법 660조를 준수하며 수련 계약서에 따라 인수인계 등에 차질이 없도록 2월 20일부터 3월 20일까지 30일간 병원에서 성실히 근무한 후 세브란스 병원을 떠나려고 한다"고 했다.
이어 "전공의 신분이 종료되는바 이후에는 대한전공의협의회 회장직을 유지할 수 없어 3월 20일까지만 회장 업무를 수행하게 됨을 공지드린다"며 "언제나 동료 선생님들의 자유의사를 응원하겠다. 부디 집단행동은 절대 하지 말아 달라"고 덧붙였다.
이에 앞서 전공의 중 가장 막내인 인턴에서 첫 사직 사례도 나왔다. 의료계가 의대 증원에 반대하며 여러 투쟁 방식을 고심하는 가운데, 전공의 개별 사직 행렬이 본격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지난 13일 유튜브 채널 '공공튜브_메디톡'에는 '결의'라는 제목의 1분 27초짜리 영상이 올라왔다. 영상에서 자신을 서울성모병원 정형외과 전공의가 될 예정이었다고 소개한 홍재우 대전성모병원 인턴은 "개인적 사유로 사직하고 쉬기로 했다"고 선언했다. "대한전공의협의회 공식 입장이 아닌 한 전공의 개인의 입장"이라고 밝히면서다.
홍 인턴은 "의사에 대한 시각이 적개심과 분노로 가득한 현 상황에서 더 이상 의업(醫業)을 이어가기 힘들다고 판단했고 잠시 내려놓으려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의업을 행하는 사람인 동시에 한 환자의 보호자"라면서 "기득권 집단의 욕심과 밥그릇 지키기로만 치부하지 말아달라"고 언급했다.
이처럼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와 대한의사협회(의협) 등에서 정부의 엄포를 의식한 듯 안전한 투쟁으로 방향을 잡자 전공의들이 개별 행동으로 나서는 분위기다. 하지만 정부는 연쇄 사직 역시 집단행동으로 간주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차관은 14일 오전 열린 브리핑에서 "개별성을 띤다고 해도 사전에 동료들과 상의했다면 집단 사직서 제출로 볼 수 있다"며 "개별 병원에서는 사직서를 받을 때 이유 등을 상담을 통해 면밀히 따져 개별적인 사유가 아닌 경우 정부가 내린 집단 사직서 수리 금지 명령에 따라야 한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