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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140억짜리 건물을 "72억에 지어라"…시흥시 갑질 논란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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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흥시 문화원 설계 공모전 당선작 조감도. 당선자는 시와 1년 넘게 공사비 갈등을 빚다 계약해지 당했다. [사진 준아키텍츠]

시흥시 문화원 설계 공모전 당선작 조감도. 당선자는 시와 1년 넘게 공사비 갈등을 빚다 계약해지 당했다. [사진 준아키텍츠]

경기도 시흥시가 추진하는 문화원 건립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건물 규모를 실제와 달리 축소해 사업을 기획하고 설계업체에 반값 수준의 공사비를 요구했다는 주장이 나와서다.

시흥시 문화원 건립 내홍 #공모전 열어 당선작 뽑았지만 #1년 넘게 공사비 갈등 빚다 #시흥시 당선자와 계약해지 #당선자 "갑질에 시달렸다"

14일 시흥시 등에 따르면 시는 2022년 6월 시흥을 대표하는 문화 중추기관을 짓겠다며 공모전을 열고 당선작을 뽑았다. 장현동 시청사 인근에 5층 규모(대지면적 4419㎡)로 문화원을 건립하는 게 핵심 내용이다. 이 사업에 김모 건축사가 설계자로 뽑혔다. 김 건축사는 2016년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젊은 건축가상을 수상했다.

당선된 문화원 1층 중정의 모습. 인근 장현천을 향해 열려 있는 형태다. [사진 준아키텍츠]

당선된 문화원 1층 중정의 모습. 인근 장현천을 향해 열려 있는 형태다. [사진 준아키텍츠]

국책연구기관 검토 의견도 무시

그런데 김 건축사는 "시가 건물 용도와 규모 대비 공사비를 너무 낮게 책정했다"고 주장했다. 시는 당초 계획안에서 3층 규모(연면적 2791㎡) 문화원을 72억원에 짓겠다고 했다. 공공 업무시설 기준으로 3.3㎡당 공사비 848만원을 책정했다.

시흥시가 당초 기획한 문화원의 모습. 3층 규모로 투박한 상자 모양의 건물이다.

시흥시가 당초 기획한 문화원의 모습. 3층 규모로 투박한 상자 모양의 건물이다.

이와 관련, 시는 공모전을 열기 전 국무조정실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건축공간연구원에서 사전검토를 받았다. 이는 공공건축을 합리적인 기준으로 지을 수 있도록 2014년 도입된 법적 절차다. 건축공간연구원은 문화원이 단순한 동사무소가 아닌 문화·집회시설이므로 3.3㎡당 최소 1218만원 수준으로 늘려야 한다고 진단했다. 이러면 공사비가 106억원가량 된다. 설계비도 공사비 증액에 따라 3억대에서 5억대로 늘리라고 지적했다.

3층에서 5층으로 커진 건물, 공사비는 그대로

하지만 시흥시는 공공건축심의위원회를 열고 당초 안을 통과시켰다. 그리고 3층 규모 건물을 5층으로 키우고, 꼭대기 층에 층고가 9m 이상에 달하는 다목적 컨벤션홀을 배치하는 새로운 안을 만들어 공모전을 진행했다. 건물은 더 커지고 공사 난도도 올라갔는데 공사비는 그대로였다고 한다.

심의 통과 후 갑자기 바뀐 기획안. 시흥시는 3층 규모의 건물을 5층으로 늘렸지만 공사비는 그대로인 채 공모전을 추진했다.

심의 통과 후 갑자기 바뀐 기획안. 시흥시는 3층 규모의 건물을 5층으로 늘렸지만 공사비는 그대로인 채 공모전을 추진했다.

시흥시는 “사전검토는 가이드라인일 뿐이고, 층수가 달라져도 건물 용도나 면적이 바뀌지 않았으니 문제 될 것 없다”고 해명했다. 반면 서울시 공공건축심의위원장인 이광환 건축사(해안건축 소장)는 “공공건축심의위원회를 거친 계획안을 사후 변경할 경우 공사비 등 타당성 검토를 다시 받아야 한다”며 “이런 식이면 사전검토나 심의 같은 게 필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층수를 늘리는 과정에서 늘어난 연면적을 실제보다 줄였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시는 설계 공모 당시 층별 개념도를 제시하며 1층과 3층에 벽이 없는 필로티 구조로 공간을 만들겠다고 했다. 그리고 이 면적을 연면적에서 제외하라고 했다. 김 건축사는 “건축법에 따라 필로티 공간까지 포함하면 연면적은 약 4500㎡에 달하지만, 시 요구대로 이 공간을 연면적에서 빼고 공사비에 반영하지 않은 채 72억원에 맞춰 공모전에 참가했다”고 말했다. 필로티를 포함한 연면적에 문화·집회시설 공사 단가를 적용하면 결국 공사비가 140억원에 달한다.

시흥시가 설계 공모전 당시 필수 지침으로 넣은 공간 개념도. 필로티 공간으로 공사 난도가 더 올라갔다.

시흥시가 설계 공모전 당시 필수 지침으로 넣은 공간 개념도. 필로티 공간으로 공사 난도가 더 올라갔다.

잘못 끼운 첫 단추, 1년 넘는 공사비 갈등으로 

이후 시흥시와 설계사는 1년 이상 대립했다. 시흥시는 결국 지난해 10월 계약해지를 통보했다. 건축공간연구원의 한 관계자는 “사전검토한 대로 건축물 용도와 규모에 맞는 공사비 예산을 책정했다면 문제가 없었을 텐데 시흥시가 첫 단추를 잘못 끼워 일이 꼬였다”고 말했다. 김 건축사는 “다시는 공공건축 공모에 참여하고 싶지 않을 정도로 시흥시 갑질에 시달렸다”고 말했다.

이에 더해 시는 해당 설계사무소가 향후 5개월 동안 관급공사를 수주하지 못하도록 부정당업자 제재도 했다. 시흥시 측은 “공사비 증액 근거도 제대로 제시하지 않는 등 계약의무 불이행으로 계약해지가 돼서 행정처분을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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