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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이강인 충돌'에 민낯 또 드러났다…클린스만 운명의 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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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지난 7일 요르단과의 아시안컵 축구 4강전에 출전한 축구대표팀 주장 손흥민. 손가락에 흰색 테이프를 감고 뛰었다. 대한축구협회는 “전날 손흥민과 일부 어린 선수 사이에 마찰이 있었고, 이 과정에서 손흥민이 손가락을 다쳤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지난 7일 요르단과의 아시안컵 축구 4강전에 출전한 축구대표팀 주장 손흥민. 손가락에 흰색 테이프를 감고 뛰었다. 대한축구협회는 “전날 손흥민과 일부 어린 선수 사이에 마찰이 있었고, 이 과정에서 손흥민이 손가락을 다쳤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지난 7일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4강전에서 한 수 아래 전력의 요르단에 0-2로 완패한 한국축구대표팀.

충격적인 패배 뒤엔 위르겐 클린스만(60·독일) 감독의 ‘무색무취’ 전술 외에도 선수들 간 심각한 불화가 있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4강전 하루 전 주장 손흥민(32·토트넘)과 핵심 공격수 이강인(23·파리 생제르맹) 등이 물리적으로 충돌한 사실이 확인됐다.

손흥민 손가락 골절 부상. [연합뉴스]

손흥민 손가락 골절 부상. [연합뉴스]

영국 대중지 선은 14일(한국시간) “손흥민이 아시안컵 준결승 전날 저녁 식사 자리에서 동료들과 다투던 중 손가락이 탈구(dislocated)되는 부상을 당했다”고 보도했다. 대한축구협회도 손흥민이 후배들과 다투는 과정에서 오른손 중지와 검지를 다친 사실을 인정했다. 축구협회 관계자는 “손흥민이 이강인과 언쟁을 벌이던 중 감정이 격해져 멱살을 잡았다. 동료들이 말리는 과정에서 손을 뿌리치다 다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강인을 비롯해 설영우(26·울산)·정우영(25·슈투트가르트) 등 대표팀 내 젊은 선수들이 저녁 식사를 일찍 마친 뒤 식당 옆 공간에서 탁구를 즐긴 게 사건의 발단이었다. 이후 고참급 선수들이 식사하는 도중에 탁구하는 소리가 시끄럽게 들리자 주장 손흥민이 “그만하라”며 제지했지만 이들이 말을 듣지 않아 다툼이 시작됐다. 화가 난 손흥민이 이강인에게 다가가 멱살을 잡자 이강인이 주먹을 휘두르며 응수했다. 식사 자리는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됐고, 선수들이 둘을 떼어 놓는 과정에서 손흥민이 다쳤다.

현장에서 상황을 지켜본 클린스만 감독이 소란이 끝난 뒤 중재해 선수들이 화해했지만, 감정적 앙금은 남았다. 이후 일부 고참급 멤버들이 이후 감독을 찾아가 “선배에게 덤빈 이강인을 요르단전 출전 선수 명단에서 제외해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번 대회에서 세 골을 터뜨린 이강인은 손흥민과 함께 선발 명단에 이름을 올렸고, 한국은 최악의 졸전 끝에 요르단에 참패했다.

손흥민은 요르단전에 오른손 중지와 검지에 흰색 테이프를 감고 뛰었다. 경기 후 “내가 앞으로 대표팀을 계속할 수 있을지 생각해 봐야 할 것 같다. 감독님께서 저를 더는 생각 안 하실 수도 있고, 미래는 잘 모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강인을 변함없이 선발로 기용한 클린스만 감독의 결정에 대해 서운한 감정을 드러낸 발언으로 해석된다.

◆오늘 클린스만 경질 여부 결정=손흥민-이강인 ‘충돌 사태’가 불거지며 가뜩이나 지도력 부족으로 경질 위기에 몰린 클린스만 감독의 선수단 관리 능력 또한 여론의 도마 위에 올랐다. 클린스만 감독은 그동안 ‘전술적 능력이 다소 부족해도 선수들과 소통을 잘하는 매니저형 지도자’라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이번 해프닝을 통해 팀 관리 역량도 낙제점이라는 사실이 확인됐다.

축구협회는 15일 전력강화위원회를 연다. 지난 10일 미국으로 출국한 클린스만 감독은 화상으로 참여한다. 정몽규 회장 등 축구협회 집행부는 이날 회의 결과를 참고해 클린스만 감독 경질 여부를 포함한 축구대표팀 향후 운영 방안을 결정할 예정이다.

한편 이강인은 논란이 확산되자 14일 자신의 소셜미디어(SNS) 계정에 사과문을 올렸다. “제가 앞장서서 형들의 말을 잘 따랐어야 했는데 좋지 못한 모습을 보여드리게 돼 죄송스럽다”고 언급한 그는 “축구팬들께서 저에게 보내주시는 관심과 기대를 잘 알고 있다. 앞으로는 형들을 도와 보다 좋은 선수이자 사람이 되도록 노력하겠다. 저에게 실망하셨을 많은 분들께 사과드린다”며 고개를 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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