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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침없는 마린보이 키즈…한국수영 황금시대 활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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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황선우는 14일(한국시간) 세계수영선수권 남자 자유형 200m에서 개인 첫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2022년 은메달, 2023년 동메달에 이어 3회 연속 입상이다. 그는 남자 자유형 400m에서 금메달을 수확한 김우민과 함께 한국 수영에 ‘멀티 금메달’ 시대를 열었다. [AFP=연합뉴스]

황선우는 14일(한국시간) 세계수영선수권 남자 자유형 200m에서 개인 첫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2022년 은메달, 2023년 동메달에 이어 3회 연속 입상이다. 그는 남자 자유형 400m에서 금메달을 수확한 김우민과 함께 한국 수영에 ‘멀티 금메달’ 시대를 열었다. [AFP=연합뉴스]

한국 수영에 ‘멀티 금메달리스트 시대’가 열렸다.

에이스 황선우(20·강원도청)와 중장거리의 간판 김우민(22·강원도청)이 역대 최초로 세계선수권에서 나란히 금메달을 수확하는 새 역사를 썼다.

황선우는 14일(한국시간) 카타르 도하 어스파이어돔에서 열린 2024 국제수영연맹 세계선수권 남자 자유형 200m 결선에서 1분44초75의 기록으로 가장 먼저 터치패드를 찍었다. 2022년 부다페스트 대회 은메달, 지난해 후쿠오카 대회 동메달에 이어 세 번째 세계선수권 메달을 금빛으로 장식했다. 3회 연속 세계선수권 시상대에 오른 한국 선수는 황선우가 유일하다.

황선우는 경기를 마친 뒤 “굉장히 뿌듯한 레이스였다. 세계선수권 메달은 은메달과 동메달만 갖고 있어서 내게 없던 금메달을 꼭 따고 싶었다”며 “그 꿈을 이루게 돼 행복하다”고 밝혔다.

황선우의 금메달은 이번 대회 두 번째 경사다. 지난 12일엔 남자 자유형 400m에 출전한 김우민이 3분42초71의 개인 최고 기록으로 깜짝 우승했다. 2011년 상하이 대회의 박태환(3분42초04) 이후 역대 두 번째로 세계선수권 금메달을 거머쥐었다.

매일 12시간, 일주일에 60㎞ 헤엄쳐

이제까지 한국 수영은 특출난 에이스 한 명의 활약에만 의존했다. 앞서 한국이 따낸 세계선수권 금메달 두 개는 모두 박태환이 자유형 400m(2007년 멜버른·2011년 상하이 대회)에서 수확했다. 그러나 올해는 다르다. 사상 최초로 단일 대회에서 금메달 두 개가 나왔고, 금메달리스트도 두 명이다.

한국 수영의 쌍두마차

한국 수영의 쌍두마차

‘박태환 키즈’ 황선우와 김우민이 13년 만에 한국 수영의 전성기를 열었다. 특히 황선우는 서양 선수들이 점령해오던 자유형 단거리(200m)에서 한국 선수 최초로 금메달을 땄다. 이전까지는 2007년 박태환의 동메달이 이 종목 최고 성적이었다. 아시아 선수로 범위를 넓혀도 중국의 쑨양(2017·2019년)에 이은 역대 두 번째 쾌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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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선우와 김우민에게 이번 대회는 체력과의 싸움이었다. 이들은 지난달 5일부터 이달 3일까지 호주 골드코스트에서 이호준(22·대구시청)·이유연(23·고양시청)·양재훈(25·강원도청) 등과 함께 ‘지옥 훈련’을 소화하고 돌아왔다. 매일 12시간씩 주 6일에 걸쳐 일주일 동안 총 60㎞를 헤엄치는 극한의 스케줄을 소화했다. 그동안 황선우의 약점으로 지적됐던 체력 문제를 보완하기 위해 훈련 강도를 최고치까지 끌어올렸다.

황선우는 “수영 인생에서 가장 힘든 4주였다. 3년 연속 호주에서 훈련을 했는데 이번이 가장 강도가 높았다”며 “내 한계에 부딪힐 정도의 훈련량을 받았는데 포기하지 않고 열심히 했다. 확실히 지구력이 많이 좋아진 것 같다”고 했다.

원래 체력이 가장 큰 강점으로 꼽히던 김우민도 “운동량이 정말 많았다. 힘든 시간도 있었지만, 서로 격려하면서 잘 이겨내서 다행”이라고 밝혔다.

대한수영연맹 관계자는 “2022년 1차 전지훈련에선 기본기를 강조했고, 지난해 2차 전지훈련에서는 체력적으로 몰아치는 프로그램을 진행했다”며 “이번 3차 훈련은 고강도를 유지하면서도 1·2차 훈련의 중간 지점을 잘 찾았다. 선수들의 만족도가 가장 높았다”고 귀띔했다.

이들은 그 후 테이퍼링(경기일에 맞춰 훈련강도를 서서히 줄이며 컨디션을 올리는 과정) 기간도 없이 곧바로 카타르 도하 세계선수권에 출전했다. 실제로 황선우는 첫 경기였던 자유형 200m 예선을 11위로 통과한 뒤 “몸 상태가 생각보다 좋지 않아 당황했다”고 털어놨다. 그러나 준결선부터 빠르게 컨디션을 회복했고, 결선에선 이번 대회 자유형 200m 출전 선수 중 유일하게 1분44초대 기록으로 골인했다. 특히 마지막 50m 구간을 26초89로 스퍼트해 2위 다나스 랍시스(리투아니아·1분45초05)를 0.30초 차로 따돌렸다. 지난해 9월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세운 자신의 최고기록(1분44초40)에는 못 미치지만, 고무적인 성과다. 황선우는 “테이퍼링 없이 출전한 대회라 걱정이 많았는데, 생각보다 좋은 기록으로 금메달을 따서 더 좋다”며 활짝 웃었다.

역대 세계수영선수권 한국 경영 성적

역대 세계수영선수권 한국 경영 성적

400m에 출전한 김우민은 심지어 지난해 7월 후쿠오카 대회에서 남긴 종전 개인 최고기록(3분43초92)을 7개월 만에 1초21이나 단축했다. 처음으로 3분42초대에 진입하면서 멀게만 보였던 박태환의 한국 기록(3분41초53)에 1초13 차로 다가섰다. 초반 300m 지점까지 독주에 가까운 레이스를 펼쳤고, 마지막 100m 구간에서도 힘을 유지해 선두 자리를 빼앗기지 않았다. 정상적인 대회 준비 과정을 거쳤다면, 더 좋은 기록을 낼 수 있었을 거란 예측이 가능하다. 그 자신도 레이스 결과를 확인한 뒤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을 정도다. 김우민은 “우승까지는 예상하지도 못했다. 최상의 컨디션이 아니었는 데도 이렇게 좋은 결과가 나와서 기쁘다”고 했다.

가장 잘하는 종목에 힘을 쏟는 ‘올인’ 전략도 주효했다. 김우민은 항저우 아시안게임 자유형 1500m 은메달리스트지만, 이번 대회 국가대표 선발전에 출전하지 않았다. 가장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는 자유형 400m와 계영 800m에 집중하기 위해 장거리 출전을 포기했다. 김우민은 “계영에 출전하려면 단거리인 200m 훈련을 병행해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체력 소모가 큰 1500m까지 준비하는 건 현실적으로 무리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황선우와 함께 자유형 200m 출전권도 따냈지만, 대회 일정을 고려해 국가대표 선발전 3위 이호준에게 양보했다. 그 선택의 결과가 금메달로 돌아왔다.

장거리 대신 단거리 올인 전략 적중

황선우와 김우민이 이끄는 한국 수영의 신기원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이들은 이호준·이유연과 함께 출전하는 남자 계영 800m에서 한국 수영 사상 첫 세계선수권 단체전 메달에 도전한다. 한국은 지난해 9월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14년 만에 계영 800m 아시아 기록(7분01초73)을 갈아치우는 저력을 뽐냈다. 계영 멤버들의 기량이 고르게 성장한 덕분에 세계 무대에서도 메달권에 진입할 만한 전력을 갖췄다. 세 차례 호주 전지훈련을 통해 자신감과 팀워크도 최고조에 올랐다. 김우민은 계영 800m에 집중하기 위해 체력 소모가 큰 자유형 800m 출전을 포기했다.

김우민은 “선수 모두 단합이 잘 됐다. 분위기도 좋다”며 자신감을 나타냈다. 황선우도 “컨디션 관리를 잘해서 남은 경기에서도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고 했다. 남자 계영 800m 예선은 16일 오후 4시 49분, 결선은 17일 오전 2시 33분에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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