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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호르몬 기준치 600배 아기욕조, 법원 "제조사가 10만원씩 배상"

중앙일보

입력

공동소송 플랫폼 ‘화난 사람들’ 측 법무법인 ‘대륙아주’ 소속 이승익 변호사가 아기욕조 제조업체(대현화학공업)와 유통업체(기현산업)를 상대로 고소장을 접수하기 위해 지난 2021년 2월 9일 오전 서울 동작경찰서에서 해당 제품을 들어보이고 있다. 뉴스1

공동소송 플랫폼 ‘화난 사람들’ 측 법무법인 ‘대륙아주’ 소속 이승익 변호사가 아기욕조 제조업체(대현화학공업)와 유통업체(기현산업)를 상대로 고소장을 접수하기 위해 지난 2021년 2월 9일 오전 서울 동작경찰서에서 해당 제품을 들어보이고 있다. 뉴스1

기준치의 612배가 넘는 환경호르몬이 검출된 아기 욕조 제조사가 소비자에게 배상해야 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1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민사4부(부장 이광만·이희준·정현미)는 소비자 160명이 대현화학공업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 항소심에서 1심 판단을 뒤집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거짓 표시·광고 행위로 인한 원고들의 정신적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며 “피고가 원고들에게 각 10만원과 지연이자를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앞서 1심은 “해당 욕조 사용으로 인한 실제 손해 발생을 증명할 수 없다”며 제조사의 배상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2심도 1심과 마찬가지로 제품에서 검출된 환경호르몬 다이아이소노닐 프탈레이트(DINP) 때문에 소비자들이 신체·생명·재산상 손해를 봤다는 점은 입증되지 않았다고 봤다. 다만 소재를 변경하고도 별도의 확인 없이 KC 인증 마크를 표시한 점이 거짓 표시·광고 행위라고 판단했다.

대현화학공업은 2019년 8월 물마개 소재를 친환경 폴리염화비닐(PVC)로 만든 아기 욕조 시제품을 제작해 시험성적서를 발급받았다. 이후 아기욕조 물마개를 일반 PVC로 변경해 제조했으나 이와 관련한 제품 검사를 받지 않고 KC 마크를 부착했다.

유해물질이 검출되 문제가 된 대현화학공업 '아기욕조 코스마'. 사진 대현공업화학 홈페이지 캡처

유해물질이 검출되 문제가 된 대현화학공업 '아기욕조 코스마'. 사진 대현공업화학 홈페이지 캡처

대현화학공업은 2019년 10월부터 해당 욕조를 ‘물빠짐 아기욕조’라는 이름으로 다이소에 납품하거나 직접 판매했다. 이 욕조는 맘카페 등에서 ‘국민 아기욕조’로 불릴 만큼 인기를 끌었다.

그런데 산업통상자원부 국가기술표준원은 2020년 12월 대현화학공업이 제조한 아기 욕조 ‘코스마’에서 환경호르몬인 프탈레이트계 가소제인 DINP가 안전 기준치의 612.5배를 초과해 검출됐다고 밝혔다. 프탈레이트계 가소제는 간 손상과 생식기능 저하를 유발할 수 있는 유해 화학물질이다.

당시 다이소는 사과문을 발표하고 해당 제품에 대해 구매 시점이나 포장 개봉 및 사용 여부, 영수증 유무와 상관없이 환불조치를 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소비자들 사이에서 집단소송을 내자는 움직임이 확산했고, 소비자들은 이듬해 대현화학공업을 상대로 소송을 내는 한편 이 회사와 중간 유통사인 기현산업을 경찰에 고소하고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했다.

두 회사 대표는 어린이제품안전특별법 위반과 사기 등 혐의로 지난해 4월 재판에 넘겨졌다. 같은 해 8월 공정위는 두 업체를 표시광고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일부 소비자들은 한국소비자원에 집단분쟁조정을 신청해 두 회사로부터 가구당 5만원씩 배상받는 조정안을 수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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