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제2의 타다 금지법 나올라…"의원발의 법안도 규제평가 해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과거 타다가 서울 중구 남대문로 일대에서 운행되고 있다. 연합뉴스

과거 타다가 서울 중구 남대문로 일대에서 운행되고 있다. 연합뉴스

이른바 ‘타다 금지법’(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안)은 신산업 출현을 막는 대표적인 ‘불량 규제법’으로 꼽혔다. 그러나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019년 10월 법안을 대표발의하고부터 이듬해 3월 민주당 주도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할 때까지 법안이 담고 있는 규제조항의 사회적 영향 평가는 없었다. 정부 발의 법안과 달리 의원 발의 법안은 사전 규제영향분석을 거칠 의무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해 대법원은 ‘타다’ 운영은 불법이 아니라고 최종 판결했다. ‘타다 금지법’으로 ‘타다 베이직’을 비롯한 새로운 모빌리티 서비스들의 성장 기반이 이미 사라진 후였다.

유사한 상황의 재발을 막기 위해 의원 발의 법안에도 사전 규제영향분석을 도입하자는 주장이 나왔다. 이민호 한국행정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14일 서울 여의도에서 한국경제인협회 등의 주최로 열린 세미나에서 “의원들이 법안을 발의할 때 규제영향평가 자료 등을 제출하도록 국회법에 명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 연구위원은 통화에서 “의원들에게 법안에 규제영향을 간략하게라도 첨부하도록 하면 법안 발의 때 규제를 의식하게 하는 분위기가 확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의원 발의 법안은 폭증하고 있고, 규제 신설·강화 조항 법안이 크게 늘어나는 추세다. 20대 국회에서 의원 발의 법안은 역대 최다인 2만3000여 건이었다. 그런데 현재 임기 3개월여 남긴 21대 국회는 이미 약 2만5000건의 법안을 의원들이 발의했다. 이 가운데 규제를 신설·강화하는 조항을 담은 법안은 이날 기준으로 1674건에 달한다(규제정보포털). 그러나 이들 법안은 규제영향분석의 대상이 아니다. 의원입법은 10인 이상 의원만 동의하면 법안을 발의할 수 있을 정도로 간단하고, 국회 정쟁 상황에 따라 별다른 검토 없이 보름만에도 본회의까지 통과할 수 있다.

김창범 한국경제인협회 부회장, 김종석 규제개혁위원회 위원장을 비롯한 내빈들이 14일 여의도  FKI 타워 컨퍼런스센터에서 열린 '국회 규제입법 현황과 입법절차 선진화 방안 세미나'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 네번째부터 양준석 한국규제학회 회장, 박상철 국회입법조사처장, 김창범 한경협 부회장, 김종석 규제개혁위원회 위원장. 사진 한경협

김창범 한국경제인협회 부회장, 김종석 규제개혁위원회 위원장을 비롯한 내빈들이 14일 여의도 FKI 타워 컨퍼런스센터에서 열린 '국회 규제입법 현황과 입법절차 선진화 방안 세미나'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 네번째부터 양준석 한국규제학회 회장, 박상철 국회입법조사처장, 김창범 한경협 부회장, 김종석 규제개혁위원회 위원장. 사진 한경협

정부 입법은 다르다. 정부는 부처·당정 협의를 통해 법안 초안을 만들고 규제영향분석, 법제처 심사를 거쳐 국회에 법안을 제출하기까지만 해도 통상 6개월 정도 걸린다. 규제영향분석 과정에서 규제개혁위원회가 불필요한 규제 법안이라 판단하면 법안을 처음부터 수정해야 할 수도 있다. 이 때문에 제도가 시행된 1998년부터 정부가 의원에 부탁해 대신 발의하게 하는 ‘우회 입법’이 늘어난 면도 있다. 이날 세미나에 참석한 이혁우 배재대 행정학과 교수는 “정부가 우회입법을 활용하는 이유는 긴 시간 소요, 규제영향분석에 따른 행정적 부담 등”이라고 설명했다.

의원입법이 정부의 우회입법 통로가 된 점을 감안해 의원입법에도 사전 규제영향분석을 도입하자는 주장이 국회에서도 나왔다. 윤재옥 국민의힘 의원 등이 의원 법안 발의시 규제사전검토서를 제출하도록 하는 내용의 국회법 개정안을 2022년 발의했지만 상임위(운영위원회)에 상정만 돼 있는 상태다.

그러나 반론도 있다. 국회의 입법권을 침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세미나에서 이복우 국회입법조사처 정치행정조사실장은 “규제영향 관련 자료 제출 의무화는 입법기관의 법안 발의에 부담을 줘 또 다른 제약이 될 수 있다”면서 “의원 발의 법안에도 상임위원회 전문위원 검토 절차가 있고, 소위원회 등에서 규제 검토를 한다”고 말했다. 이 실장은 “입법조사처가 입법영향분석 제도 도입을 추진하고 있는데 규제에 미치는 영향도 함께 검토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