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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한 삼성바이오 전 대표도 무죄…"검찰, 위법 수집 증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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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한 전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 현재는 삼성바이오로직스 고문이다. 사진은14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1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는 모습. [뉴스1]

김태한 전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 현재는 삼성바이오로직스 고문이다. 사진은14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1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는 모습. [뉴스1]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의혹 사건과 관련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에게 무죄를 선고한 재판부가 삼성바이오로직스 전 대표에게도 무죄를 선고했다.

14일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5-2부(부장 박정제·지귀연·박정길)는 2011년~2020년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였던 김태한 고문이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 부정을 은폐하는 데 참여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이 같이 판단했다. 검찰은 앞서 바이오로직스의 가치를 장부상 부풀리는 분식회계 관련 자료를 감춘 혐의(증거인멸교사)로 김모 부사장을 기소하면서 김 전 대표도 관여했다며 함께 재판에 넘겼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김 전 대표가 바이오로직스 회계부정 관련 자료 삭제에 동의했다는 점이 합리적 의심 없이 증명됐다 보기 어렵다”고 했다. 검찰은 2018년 5월 5일 김 전 대표도 참여한 회의에서 자료 삭제 논의가 있었고, 이후 김모 부사장이 은닉을 지휘했다고 봤다. 검찰이 이듬해 2019년 ‘합병 의혹’ 사건을 본격 수사에 나서면서 바이오로직스 공장 바닥에서 서버 등 자료를 압수해갈 수 있었던 건 이른바 ‘어린이날 회의’를 기점으로 증거인멸이 이뤄졌기 때문이란 것이다.

금융위원회는 2018년 5월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 여부를 가려내는 감리위원회를 열었다. 검찰은 '어린이날 회의'가 이를 앞두고 대책을 마련하기 위한 자리였다고 보지만, 재판부는 이날 지분 재매입과 관련한 통상의 회의였다고 판단했다.

금융위원회는 2018년 5월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 여부를 가려내는 감리위원회를 열었다. 검찰은 '어린이날 회의'가 이를 앞두고 대책을 마련하기 위한 자리였다고 보지만, 재판부는 이날 지분 재매입과 관련한 통상의 회의였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함께 기소된 김 부사장의 증거인멸 교사는 인정했지만, 김 전 대표의 가담은 인정하지 않았다. 김 부사장은 김 전 대표에게 관련 보고를 했다고 진술하기도 했는데, 재판부는 “사람의 기억은 경험칙상 시간이 지남에 따라 흐려지는게 일반적인데, 김 부사장은 점점 더 구체적이고 상세한 진술을 하고 있어 신뢰하기 어렵다”고 했다. 결국 김 부사장에게만 유죄가 인정돼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됐다.

인천시 연수구 삼성바이로오직스 회사 모습. [연합뉴스]

인천시 연수구 삼성바이로오직스 회사 모습. [연합뉴스]

김 전 대표와 김 부사장은 지난 2016년 삼성바이오로직스 상장 과정에서 수십억 원의 회삿돈을 가로챈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로도 기소됐으나 이날 모두 무죄가 선고됐다. 두 사람은 등기임원이라 우리사주를 받지 못하게 되자 개인적으로 주식을 산 뒤 그 비용과 공모가액 간 차액을 회삿돈으로 받았다고 한다. 재판부는“차액 보상 과정에 절차적 하자가 있었던 것으로 보이기는 하나 차액 보상의 필요성과 정당성, 지급된 금액, 차액 보상으로 임직원 간 형평을 맞추려 한 점 등을 고려하면 횡령의 고의로 한 거라 보기 어렵다”고 했다.

무엇보다 검찰이 이를 뒷받침할 주요 증거로 제출한 18테라바이트(TB) 용량의 백업 서버와 임직원 노트북 등을 증거로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이 회장 재판에서와 마찬가지로 “관련된 전자정보만을 선별하는 절차를 거치지 않고, 전자정보 복제·탐색·출력 과정에서 변호인의 참여 기회를 보장하지 않았으므로 위법수집증거”라 판단했다. 또 “외부감사법이나 증거인멸 등 다른 혐의와 관련해 발부받은 영장으로 횡령과 관련된 전자정보를 압수한 건 위법하다”며 “이 증거 또한 사용할 수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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