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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MM 영업익 94% 뚝, 세계 2위 머스크도 휘청…‘매각 시계’ 멀어지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서울 여의도 HMM 본사에 설치된 스크린에 홍보 영상이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 여의도 HMM 본사에 설치된 스크린에 홍보 영상이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해운업황이 심상치 않다. ‘새 주인 찾기’가 좌절된 국내 최대 컨테이너 선사 HMM이 지난해 부진한 실적을 냈고, 세계 2위 해운사인 덴마크 머스크도 지난 4분기 ‘어닝쇼크’를 기록했다. HMM의 ‘매각 골든타임’이 지나갔다는 분석이 고개를 드는 이유다.

14일 HMM은 지난해 매출(연결기준) 8조4010억원, 영업이익 5849억원을 기록했다고 공시했다. 전년보다 각각 55%, 94% 줄어든 수치다. 당기순이익은 1조63억원으로 전년보다 90% 감소했다. 회사 관계자는 “코로나19 이후 공급 정상화와 수요 둔화로 미주·유럽 등 전 노선에서 운임 하락이 지속한 게 실적 저하로 이어졌다”면서도 “당기순이익은 2021~2022년을 제외하고 가장 컸다”고 설명했다.

김영희 디자이너

김영희 디자이너

HMM은 코로나19 팬데믹 기간동안 실적 급반등에 성공하며 매각 기대감을 키웠다. 전 세계 공급망 대란으로 해운 업황이 좋아진 영향을 실적으로 고스란히 흡수한 것. 앞서 2015년 1분기부터 21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했지만 2020년 흑자전환했고, 2022년엔 매출 18조5800억원에 영업익 9조9455억원으로 역대 최고실적을 냈다. KDB산업은행·해양진흥공사가 새 주인 찾기에 나섰던 이유다.

하지만 공급망이 속속 정상화하며 해운업에 다시 먹구름이 끼고 있다. 해상 운송 항로의 운임 수준을 나타내는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2022년 평균 3410포인트에서 지난해 평균 1006포인트로 71% 하락했다.

다른 글로벌 해운사의 사정도 좋지 않다. 세계 2위인 덴마크 머스크는 지난 8일(현지시간) 실적발표에서 지난해 매출 511억 달러(약 68조2700억원)에 이자·법인세 차감 전 영업이익(EBIT) 39억 달러(약 5조2100억원)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전년보다 매출은 37%, 영업익은 87% 각각 감소했다. 특히 지난해 4분기엔 5억2000만 달러(약 6900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적자전환 했다.

최근 홍해 사태로 해상 운임이 상승하고는 있지만, 글로벌 컨테이너 공급이 쏟아지며 해운사 수익성은 악화하고 있다. 로이터는 빈센트 클레르 머스크 최고경영자(CEO)가 “홍해 위기로 인한 이익 증가를 기대할 수 없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특히 최근 2~3년간 발주된 새 선박이 인도되며 운임이 오를 여지도 없는 상황이다. 이같은 어려움을 타개하기 위해 머스크는 5위 해운사 하파그로이드와 새 운항동맹(얼라이언스) ‘제미니’를 결성하는 등 경쟁력 확보에 나섰다.

HMM 측은 “중국 경기회복 지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중동 분쟁, 수에즈 운하의 통항 제한 등 불확실한 대외 변수로 인해 올해 전망도 밝지 않다”면서도 “초대형선을 투입해 원가를 낮추고 효율을 높이는 방식으로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산은·해진공 등은 지난 6일 우선협상대상자였던 하림그룹(팬오션·JKL파트너스 컨소시엄)과의 협상이 결렬된 뒤, HMM의 매각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해운업황 악화와 맞물리며 바로 재매각을 추진하기는 어려워진 상황이다. 하림그룹은 HMM 인수가로 6조4000억원을 제시했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매각 측이 HMM의 제값을 받으려면 호황기를 다시 기다려야 할 것”이라며 “20여년간 산은의 관리를 받아왔던 대우조선해양(현 한화오션)처럼 HMM의 ‘산은 체제’가 장기화할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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