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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선 공짜래" 역차별 논란 부른 갤S24의 진실 [팩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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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미국 이동통신사가 삼성전자의 갤럭시S24 시리즈 중 일부를 무료로 판매해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국내 ‘역차별’ 논란이 일고 있다. 하지만 ‘0원 단말기’는 국내에서 팔지 않는 모델인데다 까다로운 조건이 달려 있는 ‘미끼상품’이라는 평가다. 조건에 따라 국내 구입이 더 저렴한 경우도 많다.

지난달 31일 한 소비자가 갤럭시S24 시리즈를 살피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31일 한 소비자가 갤럭시S24 시리즈를 살피고 있다. 연합뉴스

무슨 일이야 

14일 미국 주요 통신사인 버라이즌과 AT&T는 홈페이지에서 갤럭시S24와 갤럭시S24+128GB 모델을 0원에 구매할 수 있다고 안내하고 있다. 국내 통신사의 경우 공시지원금을 최근 최대 50만원까지 올렸지만, 미국 통신사처럼 단말기를 무료로 구매할 순 없다. 예를 들어 SK텔레콤의 경우 가장 비싼 요금제(12만5000원)를 사용하더라도 갤럭시 S24(256GB)의 실구매가는 59만2650원이다. 출고가 115만5000원에서 통신사 공시지원금(48만9000원)과 유통업체 추가 지원금(7만3350원)을 제한 금액이다.

왜 중요해

고물가 시대 통신비 상승은 가계에 부담이 크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기준 가계통신비는 13만원을 기록했다. 역차별 논란에 국내 소비자들이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정부가 이른바 ‘단통법’(이동통신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 폐지를 추진하고, 통신사들에 협조를 당부한 것도 통신비 부담이 크다는 여론을 반영한 것이다.

한미 가격 비교해보니

하지만 실제 자세한 조건을 따져보면 국내 구입이 유리한 경우도 많다.

◦ 갤럭시 S24 '0원'에 사기 위한 조건: AT&T는 신규 가입 시 최소 월 75.99달러(10만2600원, 달러당 1350원 기준)의 요금제를 36개월간 유지해야 한다. 국내 통신사 약정 기간(24개월)과 비교하면 1년이 더 길다. 요금제를 해지하면 할인 혜택도 종료되고 남은 기기 값을 지불해야 한다. 0원 구매를 위해선 기존에 사용하던 중고폰도 반납(트레이드인·trade-in)’ 해야 한다. 이러한 조건을 갖추고도 무료로 구매할 수 있는 스마트폰은 국내에선 판매되지 않는 128GB의 저용량 모델이다. 통신 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 통신사에서도 36개월 동안 약정 할인을 받고 중고폰 보상까지 받으면 해당 단말기 출고가에 준하는 할인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미국 이동통신사 AT&T 홈페이지에 갤럭시S24+ 구매 가격이 0원으로 표시돼있다. 자세히 살펴보면 중고폰 반납과 고가 요금제 유지 등의 까다로운 조건이 붙어 있다. AT&T홈페이지 캡처

미국 이동통신사 AT&T 홈페이지에 갤럭시S24+ 구매 가격이 0원으로 표시돼있다. 자세히 살펴보면 중고폰 반납과 고가 요금제 유지 등의 까다로운 조건이 붙어 있다. AT&T홈페이지 캡처

◦ 단말기만 살 때도 한국이 싸: 단말기만 살 때도 한국이 더 싸다. 갤럭시S24(256GB) 모델 한국 삼성닷컴의 출고가는 115만5000원이다. 미국 삼성닷컴은 127만7085원(945.99달러)이다. 국내에선 삼성닷컴 구매 시 최대 7만100원의 할인도 받을 수 있다. 실구매가는 108만원대로 내려온다.

중고 보상을 이용하더라도 결과는 같다. 보유하고 있던 갤럭시Z 플립4(512GB)를 반납할 경우 한국에선 42만원, 미국에선 27만원(200달러)을 보상받을 수 있다. 결과적으로 중고 보상을 받으면 한국 구매가 32만원가량 더 싸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자급제폰을 기준으로 할 때 한국이 대체로 더 싸다”며 “프로모션 기간에 따라서 미국이 일부 싼 경우가 생기는데, 이를 오해한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 단통법이 가격 경쟁 제한: 미국 통신사의 구매 조건이 까다롭다고 해도 소비자 선택의 폭이 넓은 건 사실이다. 전문가들은 단통법이 통신사 간 경쟁을 제한해 미국과 같은 파격적인 마케팅 정책이 나오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권영선 카이스트 기술경영학부 교수는 “단통법 시행 이전에는 국내 통신사들이 경쟁적으로 단말기 지원금을 늘렸다”며 “세계에서 유일하게 가격 경쟁을 제한한 단통법이 소비자들의 선택권을 줄인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