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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참사 보고서 삭제 지시' 박성민 전 서울청 정보부장 징역 1년 6개월

중앙일보

입력

증거인멸교사와 공용전자기록 등 손상 교사 혐의로 기소된 박성민 전 서울경찰청 공공안녕정보외사부장이 지난해 12월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방법원에서 열린 8차 공판에 출석하는 모습. 사진 뉴시스

증거인멸교사와 공용전자기록 등 손상 교사 혐의로 기소된 박성민 전 서울경찰청 공공안녕정보외사부장이 지난해 12월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방법원에서 열린 8차 공판에 출석하는 모습. 사진 뉴시스

이태원 참사 전 인파 위험을 예상한 경찰 내부 보고서를 삭제하도록 지시한 혐의로 기소된 박성민 전 서울경찰청 공공안녕정보외사부장이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 이태원 참사로 재판을 받게 된 경찰에 대한 첫 사법 판단이자 참사 발생 473일 만에 내려진 첫 실형 선고다.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11부(부장 배성중)는 14일 증거인멸교사와 공용전자기록 등 손상 교사 혐의로 기소된 박성민 전 부장에게 징역 1년 6개월의 실형을, 김진호 전 용산경찰서 정보과장에게 징역 1년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김 전 과장의 지시를 받고 문건을 삭제한 곽모 전 용산서 정보관에 대해서는 선고를 4개월 유예했다. 검찰은 지난해 12월 결심에서 박 전 부장과 김 전 과장에게 각각 징역 3년, 곽 정보관에게 징역 1년을 구형했다.

박 전 부장과 김 전 과장은 이태원 참사 발생 전 용산서 정보관이 작성한 ‘이태원 핼러윈 축제 공공안녕 위험 분석’ 보고서 등 정보 보고서 4건을 업무용 PC에서 삭제하라고 지시한 혐의(증거인멸교사·공용전자기록 등 손상교사)를 받는다.

그간 두 사람은 해당 보고서가 이미 상급기관에 보고됐기 때문에 목적이 달성됐으므로 경찰 내부 규정에 따라 삭제를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 전 부장은 지난 공판에서 “국민감정과 진상 규명에 대해 생각하지 못하고 담당 부서나 업무에 대해서만 생각한 것은 잘못된 판단이었다고 생각하고 깊이 반성하고 있다”면서도 “(보고서를) 특정해서 삭제하라고 지시한 적은 없다”며 무죄를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공공안녕에 대한 위험 예방과 대응을 목적으로 작성된 이 정보 보고서는 핼러윈 데이가 무사히 종료되기 전까지 그 목적이 달성되지 않았다고 봐야 한다”며 “상부에 보고됐다는 점만으로 목적이 달성됐다는 피고인들의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밝혔다.

또 “박 전 부장은 공공안녕 여론 대응 위한 정보활동을 총괄하는 지위에 있으면서 참사 다음날부터 지방자치단체 책임으로 유도하고, 책임 범위를 축소하려 시도했다”며 “오랜 기간 경찰로 근무하면서 보안유지 명목 하에 내부 보고서를 은폐하면서 경찰의 투명한 정보 수집을 방해해 가장 엄중한 처벌을 피하기 어렵다”고 했다.

이날 오후 2시 50분 법원에 출석한 박 전 부장은 3시 25분쯤 법정을 나와 재판 결과에 대한 입장, 참사 유가족에게 할 말 등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죄송합니다”라는 말만 남기고 자리를 떠났다.

이번 판단은 법원이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내린 두 번째 판결이다. 법원은 지난해 11월 해밀톤호텔 대표 이모씨에 대해 불법 증축 혐의로 벌금 800만원을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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