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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청조 1심 징역 12년…판사는 왜 中소설 '형제' 언급했나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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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 3세 혼외자’를 사칭해 투자금 30억원을 가로챈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전청조(27·여)씨가 1심에서 중형을 선고받았다.

서울동부지법 형사합의11부(김병철 부장판사)는 14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등 혐의로 구속기소 된 전씨에게 징역 12년을 선고했다. 함께 기소된 전씨의 경호실장 이모씨에게는 징역 1년 6월을 선고했다.

전청조씨가 지난해 11월10일 서울 송파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뉴스1

전청조씨가 지난해 11월10일 서울 송파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뉴스1

김 부장판사는 양형기준인 상한인 징역 10년 6개월보다 높은 형을 선고한 이유에 대해 “전씨는 수많은 사기 범행으로 징역형을 살고 나오자마자 반성은커녕 더 많은 돈을 편취하기 위해 특정 유명인에게 접근해 거대한 사기 범행을 기획하고, 주위 모든 사람들에게 사기행각을 벌여 수많은 사람의 삶을 망가뜨렸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 유명인을 사랑했고 진심으로 반성한다는 피고인의 말이 진심인지 의심스럽고 공허하게만 들린다”라고도 지적했다.

김 판사는 중국 작가 위화의 대표작인 소설『형제 』를 언급하며 사건에 대한 소회를 밝혔다. 김 판사는 “남자 주인공 중 한 명이 먹고살기 위해 가슴을 넣었다 뺐다하며 가슴이 커지는 가짜 크림을 파는 이야기를 읽은 적이 있다. 가슴은 물론이고 성별까지 왔다갔다하는 막장 현실은 소설가의 상상력을 훌쩍 뛰어 넘어 버렸다”며 “이 사건이 인간의 탐욕에 대해 반면교사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는 씁쓸한 소회를 밝힌다”고 덧붙였다.

전씨는 2022년 4월부터 지난해 10월까지 재테크 강의 등을 하며 알게 된 수강생 등 27명으로부터 30억7800만원을 가로챈 혐의로 지난해 11월 기소됐다. 감찰 수사에서 전씨는 파라다이스 그룹의 숨겨진 후계자, 미국 나스닥 상장사 대주주 행세를 하면서 “재벌들만 아는 은밀한 투자 기회를 제공한다”고 투자자를 속인 것으로 조사됐다. 피해자들은 전씨의 소셜미디어 지인이나 펜싱 전 국가대표이자 전씨의 전 연인이었던 남현희(42)씨가 운영하던 펜싱학원 학부모 등으로, 90% 이상이 20~30대 사회 초년생이었다고 한다. 전씨는 범행에 사용할 목적으로 주민등록번호 뒷자리가 ‘1′로 시작되는 남성 주민등록증을 위조한 혐의(공문서위조·위조공문서행사)도 받았다.

전청조(왼쪽)씨와 남현희씨. 연합뉴스

전청조(왼쪽)씨와 남현희씨. 연합뉴스

전씨의 경호실장이었던 이씨는 전씨의 정체를 알고도 전씨의 사기 행각을 도운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로 함께 징역 1년 6개월 형을 선고받았다. 이씨는 전씨의 경호원 행세를 하며 전씨와 공모해 범죄 수익 일부를 관리했고, 이 중 일부를 나눠 가진것으로 나타났다. 이씨는 롯데월드타워 시그니엘과 수퍼카를 자신의 이름으로 빌려 전씨에게 제공하기도 했다.

검찰은 지난 3일 결심공판에서 전씨에게 징역 15년을 구형했다. 이씨에 대해선 징역 7년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한편 서울 송파경찰서는 지난해 11월부터 전씨의 전 연인이었던 남씨의 사기 혐의 공범 의혹에 대한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서울경찰청 관계자는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남씨 사건과 관련해 “가급적 수사를 빨리 마무리 지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전씨 측은 재판 과정에서 “이 사건으로 취득한 돈의 대부분은 남씨에게 귀속돼 피고인이 보유한 금전이 없고, 남씨에게 상당한 재산을 돌려받는 것이 피해 회복의 유일한 방법”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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