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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토 위협한 트럼프, 美 대선 쟁점됐다…바이든 "멍청하고 위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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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돈을 내지 않으면 러시아가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회원국을 공격하도록 독려하겠다’는 지난 10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말이 실제 선거 캠프 차원에서 검토되고 있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이와 관련 조 바이든 대통령이 직접 트럼프를 정면으로 비판했고, 나토와 동맹국에 대한 전현직 대통령의 입장 차는 11월 미국 대선의 핵심 쟁점으로 급부상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0일(현지시간) 사우스캐롤라이나 유세에서 나토 회원국이 분담금 기준을 충족하지 않을 경우 러시아에게 공격을 독려할 것이란 취지의 발언을 하면서 전세계가 논란에 휩싸였다. 로이터=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0일(현지시간) 사우스캐롤라이나 유세에서 나토 회원국이 분담금 기준을 충족하지 않을 경우 러시아에게 공격을 독려할 것이란 취지의 발언을 하면서 전세계가 논란에 휩싸였다. 로이터=연합뉴스

트럼프 정부 때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사무총장을 지냈던 키스 켈로그는 13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방위비 기준에 미달할 경우 나토의 집단방위를 규정한 조약 5조의 보호 대상에서 제외하는 것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나토 회원국에 자체 방위 예산 확보 노력을 강조한 조약 3조가 준수되지 않으면, 집단방위도 자동으로 적용돼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나토 조약엔 구체적인 방위비 기준은 없다. 다만 2014년 회원국들은 10년 뒤인 올해(2024년)까지 국내총생산(GDP)의 2%를 국방비로 지출하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군대가 없는 아이슬란드는 제외한 회원국 30개국 중 기준을 충족한 나라는 11개국에 불과하다. 트럼프의 주장이 현실화 될 경우 20개국은 침략을 받더라도 도움을 받지 못하게 될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가 된다. 다만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나토는 14일께 올해 기준으로 국방비 지출 목표를 충족하는 국가가 18개로 늘어날 거라고 발표할 예정이다.

켈로그는 더 나아가 “분담금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면 집단방위 대상에서 제외하는 것에 더해 공유 장비 및 훈련 접근 차단 등의 제재도 가능하다”며 “나토는 ‘계층화된(tiered) 동맹’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내는 돈에 따라 차별화된 혜택을 받게된다는 뜻이다.

그는 특히 “나토 회원국은 자유롭게 나토에서 탈퇴할 수 있어야 한다”며 “트럼프 전 대통령은 11월 대선에서 당선되면 내년 6월 나토의 미래를 논의하기 위한 회의를 제안하길 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실상 미국의 나토 탈퇴 가능성을 시사한 말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박경민 기자

박경민 기자

트럼프의 국가안보보좌관을 지냈던 존 볼턴 역시 트럼프가 과거 나토 탈퇴를 고려했다고 언급했다. 볼턴은 이날 폴리티코와의 인터뷰에서 “사람들이 ‘트럼프는 나토와 협상을 하고 있다’고 했지만 그는 협상을 하고 있던 것이 아니었다”며 “왜냐하면 그의 목표는 나토 강화가 아니라 탈퇴를 위한 사전 정지 작업이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트럼프가 방위비 지출을 압박하는 배경에 대해서도 “나토를 강화하도록 하기 위함이 아니라 탈퇴를 위한 핑곗거리를 찾았던 것”이라며 “2018년 나토 정상회의 때 트럼프는 실제로 탈퇴에 매우 가까이 갔다”고 주장했다.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지난해 GDP의 3.9% 수준인 미국의 국방예산은 8600억 달러다. 나머지 나토 회원국의 국방비를 합친 급액의 2배 이상으로, 미국이 탈퇴할 경우 1949년 이후 75년간 유지돼온 나토 자체가 붕괴될 수 있다. 볼턴은 “미국의 탈퇴는 나토의 종말을 의미한다”며 “살아남는 것은 유럽연합 같은 구조물의 잔재 정도로, 동맹 중 안전한 나라는 하나도 없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2019년 영국에서 열린 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한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 국가안보보좌관을 지냈던 존 볼턴은 13일(현지시간) 미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트럼프는 실제 나토 탈퇴를 심각하게 고려했다"고 주장했다. AP=연합뉴스

2019년 영국에서 열린 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한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 국가안보보좌관을 지냈던 존 볼턴은 13일(현지시간) 미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트럼프는 실제 나토 탈퇴를 심각하게 고려했다"고 주장했다. AP=연합뉴스

논란이 커지는 가운데 조 바이든 대통령은 나토 동맹국을 압박하는 트럼프를 향해 “멍청하고, 부끄러우며, 위험하고 미국답지 않다”며 강한 어조로 비판했다. 바이든은 백악관에서 우크라이나와 이스라엘 등에 대한 지원을 담은 안보 예산안을 하원이 처리해줄 것을 촉구하는 연설에서 “나는 (나토에서) 발을 빼지 않을 것이고, 어떤 다른 대통령이 발을 빼는 것도 상상할 수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바이든이 가장 강조한 대목 역시 “트럼프는 진심”이라는 점이었다. 트럼프가 당선될 경우 그의 발언이 현실화 할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다. 바이든은 “역사상 어떤 대통령도 러시아 독재자에게 고개를 숙인 적이 없다. 가장 분명히 말하지만, 나는 절대 굴복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또 ‘나토에 대한 무력 공격은 모두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한다’고 명시된 조약 5조를 언급한 뒤 “이 조항은 2001년 9·11테러 때 단 한 번 발동됐다”며 나토가 미국이 동맹국에 베푸는 일방적 호혜가 아니란 점을 강조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3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953억 달러 규모의 추가 안보 예산안에 대한 하원의 통과를 촉구하는 연설을 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나토를 압박하는 트럼프 전 대통령을 향해 "멍청하고 부끄럽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3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953억 달러 규모의 추가 안보 예산안에 대한 하원의 통과를 촉구하는 연설을 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나토를 압박하는 트럼프 전 대통령을 향해 "멍청하고 부끄럽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이날 오전 미국 상원은 밤샘 토론 끝에 우크라이나와 이스라엘, 대만 등에 대한 953억 달러(127조6000억원) 규모의 추가 안보 지원 예산안을 표결 처리했다. 앞서 트럼프는 “조건 없이 돈을 줘서는 안 되고, 미국은 더는 바보가 돼선 안 된다”며 예산안 처리에 반대했지만, 이날 표결에선 공화당 49명 중 절반에 가까운 22명의 이탈표가 나왔다.

다만 민주당이 다수인 상원과 달리 하원은 공화당이 다수이고, 공화당 소속 마이크 존슨 의장이 처리 불가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하원의 벽을 넘기 어렵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반면 하원에서도 의외의 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이날 하원에선 불법입국자 급증에 대한 책임을 물어 발의된 알레한드로 마요르카스 국토안보부 장관에 대한 탄핵안이 214표 대 213표로 가까스로 채택됐다. 지난 6일 1차 표결 때 공화당에서 3표의 이탈표 때문에 부결된 뒤 재차 이뤄진 표결이었다. 공화당은 이번엔 암 치료를 위해 불참했던 스티브 스컬리스 원내대표까지 참여시키는 등 표 단속에 어려움을 겪었다.

12일 독일 뒤셀도르프에서 열린 전통 카니발 퍼레이드에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군인의 등을 찌르는 장면의 조형물이 등장했다. AP=연합뉴스

12일 독일 뒤셀도르프에서 열린 전통 카니발 퍼레이드에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군인의 등을 찌르는 장면의 조형물이 등장했다. AP=연합뉴스

특히 전·현직 대통령이 직접 전면에 나선 정면대결 양상으로 비화된 안보 예산 처리 문제가 사실상 나토와 동맹국에 대한 외교 원칙을 평가할 수 있는 일종의 '리트머스' 시험지 차원으로 의미 부여될 경우 공화당 하원 의원들 역시 일방적인 반대 표결을 하는 데 보다 부담을 가질 수 있을 거란 관측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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