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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일 뛰어볼래" 가출 여중생 끌고가 성매매…10대가 유인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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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윤 기자

김지윤 기자

10대 부산 여중생들을 타지로 데려가 성매매를 권유한 일당이 붙잡혔다. 일당 가운데 10대 여성이 피해자를 물색하면, 20대 그룹은 타지로 끌고 가 ‘조건 만남’을 유도했다고 한다. 이들은 갑자기 연락이 끊겨도 눈에 잘 띄지 않는 가출 청소년을 꾀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SNS서 “돈 필요한 사람” 미끼로 물색

부산경찰청 여성청소년범죄수사대는 부산 여중생 2명을 경남·전북 등지로 끌고 가 여러 차례 성매매를 권유한 혐의(아동·청소년의 성 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로 20대 남성 A씨 등 5명을 검거했다고 14일 밝혔다. 경찰은 이들 가운데 미성년자 1명을 제외한 나머지 4명을 구속했다. 미성년자 약취ㆍ유인 혐의도 적용했다.

경찰과 피해자 등에 따르면 일당 중 10대 후반 B양이 ‘모집책’ 역할을 했다. 그는 사회 관계망서비스(SNS)에 “돈 필요한 사람은 알려달라”는 게시물을 올려 가출 청소년 관심을 끈 것으로 조사됐다. 당시 가출해있던 C양 등 피해자 2명도 게시물을 보고 B양과 연락했다.

경찰관 이미지 그래픽

경찰관 이미지 그래픽

C양 등은 지난해 11월 19일 저녁 부산 서면에서 B양을 만났다. 일당 가운데 20대 남성 1명과 여성 1명도 동석했다. 이들은 피해자들에게 “외로운 사람과 밥ㆍ술을 먹어주면 된다”며 ‘일거리’를 제안했다. 피해자들이 “성매매 같은 거 아니냐. 그럼 안 하겠다”고 하자 “그럴 일은 없다”는 취지로 안심시켰다고 한다. “잘 되면 한 달에 1000만원도 벌 수 있다”는 말도 덧붙였다.

차에 타자 돌변… 경남ㆍ전북 끌려가

C양 등 피해자들이 동의하자 곧 차가 한 대 왔다. 언니·오빠처럼 상냥하던 일당의 태도는 차에 타는 순간 사납게 돌변했다고 한다. 겁에 질린 피해자들이 돌아가겠다고 하자 “소년원에 보내겠다”고 윽박질렀다.

피해자들은 경남 김해시 한 모텔을 거쳐 전북 익산시 아파트로 갔다. 거처인 이곳에서 일당이 ‘조건 만남’을 잡으면 피해자들은 무인모텔 등으로 가야 했다. 휴대전화는 빼앗겼다. 피해자들은 건당 10만~40만원 받았고, 이 가운데 40~70%는 일당이 가로챘다.

“보고 싶다” 메시지로 지옥 탈출했다

피해자들은 사건에 휘말리기 전 부산 부전청소년센터에 보호 의뢰된 상태였다. 상담을 잘 마치고 돌아간 아이들 연락이 갑자기 끊긴 걸 이상하게 여긴 센터는 사건 이튿날부터 행적을 수소문했다. 마지막 행선지가 서면이라는 걸 확인했지만, 이곳에서 타지역으로 끌려갔는 지는 센터도 알 수 없었다.

서울 신림동을 떠도는 가출 청소년.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이 없음. 중앙포토

서울 신림동을 떠도는 가출 청소년.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이 없음. 중앙포토

그런데 사건 발생 5일째인 11월 23일 부전청소년센터 ‘정보원’ 노릇을 하는 20대 남성 양모씨에게 C양의 문자가 도착했다. C양은 일당 몰래 업무용 폰을 이용해 “보고 싶다. 전북 쪽에 있다”는 짤막한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양씨는 이런 사실을 센터에 알린 뒤 전북으로 향했고, 익산과 군산 등지를 뒤져 C양 신병을 확보해 우선 군산경찰서에 인계했다. 경찰은 일당의 뒤를 쫓았고, 나머지 피해자 1명도 찾아 보호했다.

부산 부산진구 부전청소년센터에서 박용성 센터장이 가출청소년 문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민주 기자

부산 부산진구 부전청소년센터에서 박용성 센터장이 가출청소년 문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민주 기자

그 사이 부산에선 박용성 부전청소년센터장(부산가정법원 청소년 위탁 보호 위원)이 C양의 긴급동행영장을 법원에서 발부받았다. 기영복 연제서 실종팀장이 영장을 들고 직접 군산경찰서로 가 피해자들을 부산으로 데려왔다. 박 센터장은 “가출 청소년이 다니는 학교에서 실종ㆍ가출 신고를 하지 않고, 이에 따라 경찰 대응도 늦어지는 때가 많다”라며 “이런 사건은 장기화하면 피해자가 매우 위험해지니 학교와 경찰이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피해자 “‘돈 벌게 해준다’는 말, 속지 말길”  

피해자 C양은 중앙일보와 전화 통화에서 “두렵고 끔찍한 시간이었다. 소년원에 가게 될까 봐 달아나는 게 망설여졌다”고 했다. 이어 “잘 알고 지내던 주변인이라도 ‘다른 곳에서 일해 돈을 벌게 해주겠다’는 말은 믿지 말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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