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나쁜 짓' 하면서 정상적인 척…'당대당 교류'까지 띄우는 북·러

중앙일보

입력

13일(현지시간) 러시아 모스크바 국가두마(하원)에서 김수길 북한 노동당 평양시당위원회 책임비서가 겐나디 쥬가노프 러시아연방 공산당 당수와 만나 악수하고 있다. EPA, 연합뉴스

13일(현지시간) 러시아 모스크바 국가두마(하원)에서 김수길 북한 노동당 평양시당위원회 책임비서가 겐나디 쥬가노프 러시아연방 공산당 당수와 만나 악수하고 있다. EPA, 연합뉴스

러시아 집권당인 통합러시아당 초청으로 러시아를 방문 중인 김수길 북한 노동당 대표단 단장이 겐나디 쥬가노프 러시아연방 공산당 당수와 회담했다고 13일(현지시간) 러시아 국영 리아노보스티(RIA) 통신이 보도했다. 지난해 9월 북·러 정상회담을 계기로 군사·외교·경제 교류에 이어 정당·정치영역까지 양국 간 협력의 폭을 넓히는 모습이다.

주목되는 건 '당대당 교류'로 보이는 협력의 방식이다. 국제사회가 북·러 간 불법적인 무기·군사기술 거래에 주목하는 상황에서 정상적인 국가 간 관계를 진전시키고 있는 것처럼 호도하려는 의도로 보이기 때문이다.

정대진 원주 한라대 교수는 "북·러가 전방위 교류협력을 통해 전통적인 사회주의 국가 간의 정상적인 외교 관계라는 점을 부각하는 모습"이라며 "국제사회가 주목하는 '나쁜 거래' 이미지를 희석하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왼쪽)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해 9월 13일(현지시간) 러시아 아무르주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회담을 진행하는 모습.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왼쪽)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해 9월 13일(현지시간) 러시아 아무르주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회담을 진행하는 모습. 연합뉴스

북한 노동당 대표단은 오는 15일부터 17일까지 모스크바에서 열리는 통합러시아당 주최 '민족들의 자유를 위하여' 제1차 회의에 참석할 예정이다. 통합러시아당은 홈페이지에서 해당 회의와 관련해 "현대 식민주의에 대항하는 다자간 협력체로, 각국 대표단이 참석한다"고 밝혔다.

일단 미국을 중심으로 자유민주주의 진영에서 중·러에 대한 압박의 수위를 높이는 데 맞불을 놓으려는 러시아의 움직임에 북한이 호응하는 모양새다. 일각에선 오는 3월 한국이 주최하는 '제3차 민주주의 정상회의'를 의식한 측면도 있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북한 입장에서는 '북·중·러 대(對) 한·미·일'이라는 대립구도로 생긴 틈새를 파고들어 군사·경제·외교적 실리를 챙기겠다는 판단을 했을 가능성이 크다. 지난해 9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방러 이후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장관 방북(10월), 북·러 경제공동위원회(11월 평양) 개최, 연해주 정부대표단 방북(12월), 최선희 외무상 방러(1월), 북한 농업기술대표단 방러(2월) 등 다양한 분야에서 빠르게 양국 간 협력을 확대하는 것도 이런 분석을 뒷받침하는 대목이다.

9일 중국 다롄 공항을 출발하는 북한 김정은 위원장 전용기 참매 1호의 모습. 교도통신, 연합뉴스

9일 중국 다롄 공항을 출발하는 북한 김정은 위원장 전용기 참매 1호의 모습. 교도통신, 연합뉴스

한편 이번 노동당 대표단의 방러 과정에선 북한의 열악한 항공 분야 실상이 다시 드러났다. 북한 대표단은 13일 오전 비행기를 타고 평양에서 출발해 경유지인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연해주 정부 대표단과 만나 양국 간 교류 활성화 방안을 논의했다. 몇 시간 걸리지 않는 모스크바까지 가는 길에 굳이 블라디보스토크에서 경유한 것을 두고 전문가들 사이에선 이미 수차례 협의를 진행한 연해주 정부와의 회담보단 항공편 문제가 더 큰 배경이었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북한이 보유한 여객기 중에서 모스크바까지 항속거리를 갖춘 기종은 1970년대 구소련에서 생산한 일류신사의 IL-62M 2대뿐이기 때문이다. '참매-1호'로 불리는 김정은의 전용기도 여기에 해당한다. 나머지 한 대인 '참매-2호'는 2014년 11월 김정은의 특사로 지명된 최용해 당시 노동당 비서를 태우고 러시아로 향하던 중 기체 결함으로 회항하면서 존재가 알려졌다. 참매-2호는 2018년 평창 겨울올림픽 개막식 당시에는 헌법상 '국가수반'인 김영남 전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과 김여정 당 부부장 일행을 태우고 인천국제공항에 착륙하기도 했다.

올레그 코제먀코 연해주 주지사는 북한 대표단과의 회담 직후 자신의 소셜미디어 계정을 통해 "인도주의적 분야에서 연해주와 북한 간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며 "우리는 문화, 스포츠, 관광 분야에서 교류를 활발히 발전시키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블라디보스토크 마린스키 극장의 발레단이 오는 3월 평양 공연을 준비하고 있으며, 북한 예술단체의 답방도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