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가스라이팅 살해'… 檢 "칼 휘두르는 훈련까지 시켰다"

중앙일보

입력

주차관리인에게 건물주 살인을 교사한 혐의를 받는 40대 모텔 사장이 범행 5개월 전부터 행동을 조종하며 살해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파악됐다. 범행 도구 구매를 유도하고 칼로 찔러 살해하는 훈련까지 시켰다.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3부(부장판사 명재권)는 13일 살인교사, 근로기준법 위반, 최저임금법 위반, 준사기 등 혐의로 구속 기소된 조모(45)씨에 대한 1차 공판기일을 진행했다.

조씨는 살인 사건 피해자 유모(83)씨가 소유한 건물 인근의 숙박업소 주인으로, 건물관리인인 지적장애인 김모(33)씨에게 범행을 지시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이날 "피고인은 자신이 추진하는 재개발 보상 방식 및 재개발 조합장 선출에 대한 피해자의 비우호적 의견 등 경제적 이권 둘러싼 갈등으로 피해자에게 분노해 김씨로 하여금 피해자를 살해할 것을 결의해 실행하게 하기로 마음 먹었다"고 기소 이유를 밝혔다.

검찰 측 공소사실에 따르면 조씨는 주차관리인 김씨에게 범행 약 5개월 전인 지난해 6월7일께부터 유씨의 동선을 보고하게 하고 방수신발 커버, 복면, 우비, 흉기 등 범행도구를 구매하도록 지시했다.

9월부터는 김씨에게 무전기를 사용하는 방법과 칼로 찌르는 연습을 시켰다. 범행 사흘 전인 11월9일에는 유씨 소유 건물의 폐쇄회로(CC)TV 방향을 돌리게 했다.

검찰은 조씨가 범행 당일인 11월12일 김씨에게 "옥상에서 기다렸다가 유씨를 발견하면 녹음할 수 있으니 말을 하지 말고 그냥 죽여라. 목격자가 있으면 목격자도 죽여라"라고 구체적으로 지시한 것으로 보고 있다.

아울러 조씨는 2020년 7월부터 약 3년 4개월간 김씨가 모텔관리, 주차장관리 등 근로를 제공했음에도 임금을 전혀 지급하지 않고, 모텔의 객실을 제공하지 않았지만 김씨로부터 월세 명목으로 총 1570여만원을 편취한 혐의도 제기됐다.

조씨 측 변호인은 사건 기록을 뒤늦게 전달받았다며 혐의 인정 유무는 나중에 의견서로 제출하겠다고 했다.

2차 공판은 다음달 12일 오전 10시에 열린다.

앞서 지난해 11월12일 오전 10시께 영등포구 영등포동의 한 건물 옥상에서 주차관리인 김씨가 건물주 유씨의 목 등을 흉기로 여러 차례 찔러 살해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유씨로부터 모텔 주차장을 임차해 쓰던 조씨는 영등포 일대 재개발과 관련해 갈등을 빚다가 유씨에게 앙심을 품고는 거짓말로 이간질해 김씨가 유씨에게 강한 적대감을 갖도록 한 것으로 조사됐다.

살인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씨는 지난달 30일 열린 공판준비기일에서 혐의를 인정하면서도 "시켜서 한 것도, 제 잘못이 있기는 하지만, 조씨가 시킨 것이다. 저도 억울하다"고 말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