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승 전희철 감독 “첫 경기 스코어 생생해요”

프로농구 감독 역대 최소경기 100승을 달성한 뒤 선수들에게 축하의 물세례를 받는 전희철 SK감독. 그는 중앙일보와 만나 “100승은 다른 세상 이야긴 줄 알았다”고 털어놨다. [뉴시스]

프로농구 서울 SK는 지난 10일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안양 정관장을 84-72로 물리쳤다.

이날 승리로 SK 전희철(51) 감독은 사령탑으로서 통산 100승을 달성했다. 2021~2022시즌 지휘봉을 처음 잡은 뒤 3년도 되지 않은 시간에 쌓은 금자탑이다. 전 감독은 한국 프로농구의 새 역사도 함께 썼다. 이전까지 역대 감독의 데뷔 최소 경기 100승은 신선우와 강동희 전 감독의 151경기였는데 전 감독은 이보다 4경기 빠른 147경기 만에 100승을 채웠다.

지도자로서 성공적인 안착을 뜻하는 100승을 맞아 중앙일보와 만난 전 감독은 “선수와 코치로 뛰면서 여러 감독님을 만났다. 그때마다 100승은 내게 다른 세계의 이야기였다”면서 “한 게임, 한 게임 집중하다 보니 예상보다 빨리 100승을 채웠다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김기만 수석코치를 비롯한 코칭스태프와 선수들, 그리고 내게 언제나 초심을 되새겨주는 이들에게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2008년을 끝으로 현역 유니폼을 벗은 전 감독은 SK에서 차근차근 지도자 수업을 받았다. 2군 감독을 시작으로 구단 운영팀장과 전력분석원, 수석코치를 거치면서 경험을 쌓았다. 그리고 2021년 4월 문경은 감독의 후임으로 SK 감독을 맡았다. 전 감독은 “아무래도 첫 번째 승리가 먼저 떠오른다. 고양 오리온과의 원정 경기에서 감독 데뷔전을 치렀는데 105-87로 크게 이겼다. 스코어를 지금도 기억할 정도로 기억이 생생하다. 그때 얻은 자신감으로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전 감독은 지난 11일 서울 삼성전 승리로 7할 가까운 승률(0.682, 148경기 101승 47패)을 기록 중이다. 승리의 비결을 묻자 “뒤끝이 없어야 한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전 감독은 “감독은 한없이 좋은 소리만 할 수 없다. 때로는 무섭게 선수들을 다그쳐야 한다. 미국이나 유럽의 감독도 마찬가지다. 단, 뒤끝이 없어야 한다. 경기가 끝나면 순간의 감정도 그대로 끝이다. 선수에게 뒤끝을 남기는 감독은 좋은 지도자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전희철 감독 이전까지 KBL에서 통산 100승을 넘긴 지도자는 모두 20명이 있었다. 최인선과 신선우·김동광·김태환·김진·유재학 등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명장들이 100승 고지에 올랐다. 선배 감독들과 비교할 때 전 감독이 다른 점은 바로 선수들과의 허물없는 소통이다. 전 감독은 선수들을 친구처럼 대하고, 선수들은 전 감독을 형처럼 여긴다. 전 감독이 100승을 거둔 날, 김선형을 비롯한 선수들은 전 감독의 얼굴에 축하 케이크를 문지르고, 물세례를 퍼부었다.

포워드 출신인 전 감독은 스타플레이어 출신이다. 고려대 재학 시절에는 92학번 동기 김병철과 1년 후배 양희승, 그리고 2년 후배 현주엽·신기성과 함께 막강 라인업을 구축해 고려대를 농구대잔치 정상으로 이끌었다. 프로 데뷔 후에는 김병철과 김승현 그리고 지난해 세상을 떠난 마르커스 힉스 등과 2001~2002시즌 대구 동양의 통합우승을 이끌었다. 한때 하늘을 날아다닌다고 해서 ‘에어본(공수부대)’이라는 별명으로 불렸지만, 요즘은 통풍으로 인해 치킨과 맥주를 즐기지 못하는 50대 중년 남성이 됐다. 전 감독은 “세월이 야속하지만 어쩌겠는가. 그래도 선수들과 함께하는 지금이 좋다. 이제 100승을 채웠으니 앞으로 200승, 300승을 향해 달려가겠다”며 미소지었다.

SK 전희철 감독

◦ 생년월일 1973년 6월 26일
◦ 키·몸무게 1m95㎝, 98㎏
◦ 출신교 대방초-삼선중-경복고-고려대
◦ 현역 경력 동양(1997~2002년)~KCC(2002~2003년)~SK(2003~2008년)
◦ 현역 성적 472경기 5604득점 1193리바운드 926어시스트
◦ 감독 성적 148경기 101승 47패(12일 현재)
◦ 별명 에어본

고봉준 기자 ko.bongju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