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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머스 플랫폼보다 물류에 관심?”…몸집 키우는 큐텐, ‘위시’ 인수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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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쇼핑 플랫폼 ‘위시’의 자사 소개 내용. 위시 홈페이지 캡처.

글로벌 쇼핑 플랫폼 ‘위시’의 자사 소개 내용. 위시 홈페이지 캡처.

티몬, 인터파크커머스, 위메프를 잇따라 사들이며 국내 이커머스 시장의 큰손으로 떠오른 큐텐이 유럽·미국의 쇼핑 플랫폼 ‘위시’를 인수한다. 한국을 기반으로 전 세계 판매자와 소비자를 연결하는 글로벌 이커머스 생태계를 구축하겠다는 목표다. 큐텐은 현재 매물로 나온 11번가의 유력한 인수 후보로 꼽혔지만, 위시를 먼저 품으며 11번가 인수 가능성이 낮아졌다는 전망이 나온다.

2300억원에 위시 인수…유럽·북미 진출

큐텐은 지난 10일(현지시간) 미국 나스닥 상장기업 콘텍스트로직과 쇼핑 플랫폼 위시에 대한 포괄적 사업양수도계약을 체결했다고 13일 밝혔다. 계약 금액은 1억7300만 달러(약 2300억원)다. 2010년 미국에서 출발한 위시는 현재 전 세계 200여개국 소비자를 대상으로 8000만여 종의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큐텐에 따르면 매달 1000만 명 이상이 위시를 이용 중이며, 거래의 대부분은 유럽과 미국에서 발생한다. 구영배 큐텐 사장은 “이번 인수로 전 세계 제조·유통사와 판매·구매자를 연결하는 포괄적 쇼핑 플랫폼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됐다”며 “국내 판매자와 제품의 해외 진출을 더욱 활성화하고 이를 통해 국내 산업 발전에도 기여하겠다”고 밝혔다.

빠르게 덩치 키우는 큐텐

큐텐을 창업한 구영배 사장. 사진 큐텐

큐텐을 창업한 구영배 사장. 사진 큐텐

싱가포르에 본사를 둔 큐텐은 인터파크 재직 시절 사내벤처로 G마켓을 설립한 구영배 사장이 2010년 창업한 쇼핑 플랫폼이다. 2009년 G마켓을 인수한 이베이는 ‘한국에서 10년간 겸업 금지’를 구 사장에게 제안한 대신 큐텐 창업시 지분 49%를 투자했고, 이후 지분 전량을 구 사장에게 넘겼다. 큐텐은 중국 제품이 주로 유통되던 싱가포르에 품질 좋은 한국 제품을 유통하면서 빠르게 성장했다. 지금은 한국, 싱가포르, 중국, 인도,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에서 현지화된 플랫폼을 서비스하고 있으며, 물류 자회사 큐익스프레스를 운영 중이다.

큐텐의 성장 전략 중 하나는 체급을 키워 규모의 경제를 이루는 것. 큐텐은 2022년 티몬을 인수한데 이어 지난해 인터파크 쇼핑부문과 위메프까지 차례로 끌어안았다. 국내 이커머스 업계는 쿠팡과 네이버 양강 체제 아래 SSG닷컴(G마켓), 11번가, 롯데온 등이 10% 안팎의 점유율 경쟁을 벌이고 있다.

지난해 12월 SK스퀘어가 11번가를 매물로 내놓으며 큐텐은 11번가의 유력한 인수 후보로도 떠올랐다. 투자업계(IB)에 따르면 11번가의 재무적 투자자(FI)인 나일홀딩스컨소시엄은 알리익스프레스를 운영하는 중국 알리바바와 큐텐에 각각 11번가 인수 의향을 타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티몬·위메프·인터파크의 시장 점유율 합계는 약 6%로 추산된다. 만약 큐텐이 11번가를 인수하면 쿠팡, 네이버에 이어 국내 3위 이커머스 업체로 단숨에 뛰어오르게 된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큐텐의 전략은 인수합병(M&A)을 통해 점유율을 키우는 방식이기 때문에 11번가에도 관심을 가져왔을 가능성이 크다. 11번가 매각 절차가 늦어지며 몸값이 많이 떨어진 상태”라면서도 “큐텐이 이미 글로벌 플랫폼을 인수했기 때문에 국내 플랫폼을 추가로 사들일 여력이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커머스 M&A 큰손, 장사는 잘할까

큐텐이 사들인 플랫폼 기업들의 수익성이 개선되지 않고 있다는 점도 11번가 추가 인수에 부담이 되는 부분이다. 티몬과 위메프의 경우 2018년 이후 영업손실이 이어지며 자본 잠식에 빠졌다. 또 다른 유통업계 관계자는 “큐텐이 적자 기업을 사들여 규모를 키웠지만 각 기업간 시너지가 없어 인수합병 효과에 의문이 든다”고 평가했다.

이 때문에 큐텐의 주요 관심사가 유통 사업이 아닌 물류 사업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물류 자회사 큐익스프레스를 미국 나스닥에 상장시키기 위해 일단 플랫폼 규모를 키우는 데 집중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큐텐 산하의 플랫폼을 늘리고 직구·역직구 사업을 강화해 큐익스프레스의 매출과 거래액을 높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지난해 티몬·위메프·인터파크는 각각 T프라임·W프라임·I프라임이라는 풀필먼트 서비스를 런칭했다. 국내 판매자들이 해외 지역에 제품을 판매할 때 큐익스프레스 물류망과 연계해 빠르게 배송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큐텐 관계자는 “큐텐 그룹의 궁극적인 목적은 전 세계 판매자와 소비자를 연결하는 마켓플레이스를 구축하는 것”이라며 “위시 인수가 큐익스프레스의 글로벌 경쟁력에도 힘을 더할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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