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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나토 협박'·바이든 '틱톡 운동'…당도 못 말리는 후보들

중앙일보

입력

재대결이 유력해진 미국의 두 대선 후보들이 자신의 정당에서까지 비판을 받고 있다. 방위비를 부담하지 않으면 러시아가 나토(NATOㆍ북대서양조약기구)를 공격해도 돕지 않겠다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발언, 지난해 자신이 금지령을 내렸던 SNS 틱톡에서 선거운동을 벌이는 조 바이든 대통령의 결정을 두고 소속당에서도 비판과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두 사람은 오는 11월 대선에서 맞대결이 유력해지고 있다. AP=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두 사람은 오는 11월 대선에서 맞대결이 유력해지고 있다. AP=연합뉴스

지난 10일(현지시간) 나온 트럼프의 발언은 세계를 뒤흔들었다. 그는 러시아가 공격해도 방위비를 부담하지 않는 동맹국에 대해선 “당신들을 보호하지 않을 것이다. 그들(러시아)이 원하는 것을 내키는 대로 모조리 하라고 격려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발언에 나토 국가들 사이에선 “트럼프의 무모한 발언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도움이 될 뿐”이라는 비판과 우려가 나왔다.

트럼프가 소속된 공화당 내에서도 발언이 과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대선후보 경선에 출마했던 크리스 크리스티 전 뉴저지 주지사는 NBC에 “이것이 내가 트럼프는 미국의 대통령이 되기에 적합하지 않다고 오랫동안 말해왔던 이유”라고 말했다.

톰 틸리스 상원의원(노스캐롤라이나)도 폴리티코에 “트럼프의 보좌관들이 미국 역시 나토의 일원이고, 동맹이 공격을 받으면 방어해 줄 의무가 있다는 점을 인식시키는 데 실패했다”고 비판했다. 랜드 폴 상원의원(켄터키)도 “트럼프의 발언은 어리석다”고 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6일 아이오와 코커스 유세장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의 행동을 흉내내며 바이든의 '고령 논란'을 강조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6일 아이오와 코커스 유세장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의 행동을 흉내내며 바이든의 '고령 논란'을 강조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하지만 트럼프는 문제의 발언을 재차 꺼내며 특유의 ‘말폭탄 정치’를 이어갔다. 그는 12일(현지시간) SNS에 “그들(나토)은 우리(미국)가 내는 것보다 훨씬 적게 내겠다고 주장했고, 그것은 잘못됐다”며 “나토는 동등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들은 적절하게 요청받으면 그렇게 할 것이고, 만약 그렇지 않다면 미국이 최우선(America first)”이라고 압박했다.

트럼프는 특히 “내가 나토를 강하게 만들었다”며 “내가 정당한 몫을 내지 않던 20개국에 (방위비를) 지불하라고 했고, 그렇지 않으면 미국의 군사적 보호를 받지 못하게 될 것이라고 말하자 돈이 들어왔다”고 주장했다.

나토 회원국 정상들은 트럼프의 발언을 재차 비난했다. 그러면서도 트럼프의 주장처럼 방위산업 강화의 필요성에 대한 논의를 시작했다. AP, AFP 등에 따르면 유럽 국가 정상들은 연쇄 회담을 통해 유럽의 안보를 강화하겠다는 뜻을 일제히 밝혔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오른쪽)과 도날드 투스크 폴란드 총리가 12일 파리 엘리제궁에서 정상회담 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오른쪽)과 도날드 투스크 폴란드 총리가 12일 파리 엘리제궁에서 정상회담 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와 도날드 투스크 폴란드 총리는 정상회담을 후 기자회견에서 “나토는 앞으로도 계속 공동 방어의 축으로 남을 것이고, 누구도 유럽의 안보를 갖고 놀거나 거래할 수 없다”면서도 “미국과 유럽의 긴밀한 방어 협력 문제에 대해선 어떠한 대안도 존재할 수 없다”며 나토 체제가 유지돼야 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방어 능력을 강화해야 한다”며 방위비 지출을 늘릴 뜻을 밝혔다.

투스크 총리를 먼저 만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역시 “우리가 러시아보다 군사적으로 약해야 할 이유가 없다”며 “(무기) 생산을 늘리고 협력을 강화하는 것은 논쟁의 여지가 없는 우선순위”라고 말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2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전국카운티협회 입법회의에서 연설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2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전국카운티협회 입법회의에서 연설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오는 11월 미 대선에서 트럼프와의 재대결이 유력한 바이든 대통령은 중국으로의 정보 유출 등을 이유로 지난해 행정부에는 ‘사용 금지령’을 내린 중국산 SNS ‘틱톡’을 활용한 선거운동을 시작하면서 논란을 자초했다.

워싱턴포스트(WP) 등에 따르면 바이든은 미국프로풋볼(NFL) 결승전 ‘수퍼볼’이 열린 11일 틱톡에서 공식적인 대선 선거운동을 시작했다. 백악관은 틱톡의 모기업이 중국 기업 바이트댄스라는 이유로 지난해 모든 연방정부의 전자 기기에서 틱톡 삭제를 지시했는데, 정작 지시를 내린 바이든 대통령이 금지된 틱톡을 사용했다는 의미다.

틱톡은 '사용 금지령'에도 불구하고 젊은층을 중심으로 압도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국민의 관심이 수퍼볼에 집중된 시점에 바이든 캠프가 틱톡을 통한 선거운동을 벌인 배경도 젊은층의 표심을 노렸을 가능성이 있다. 실제 바이든 캠프의 틱톡 게시물은 젊은층을 겨냥해 미식축구를 주제로 문답을 펼치는 내용이었다.

캘리포니아 컬버시티에 있는 틱톡 건물. AP=연합뉴스

캘리포니아 컬버시티에 있는 틱톡 건물. AP=연합뉴스

이에 대해 폴리티코는 “이번 캠페인은 바이든이 민주당 지지층의 핵심인 젊은 층에 확실한 기반을 구축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이뤄졌다”며 경솔한 판단이 이뤄진 점을 지적했다.

민주당 내 기류도 부정적이다. 상원 정보위원장인 마크 워너 의원은 “틱톡을 금지한 인도를 따르는 방법을 찾을 필요가 있다고 본다”며 “혼재된 메시지가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하원 중국특위 민주당 간사 라자 크리슈나무르티 의원도 “나는 틱톡 계정을 가지고 있지 않고, 개인 기기에서 틱톡을 사용하는 것은 현명하지 않은 일”이라고 했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전략소통조정관이 12일 바이든 캠프의 틱톡 사용과 관련한 질문을 받고 난감한 표정을 짓고 있다. AP=연합뉴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전략소통조정관이 12일 바이든 캠프의 틱톡 사용과 관련한 질문을 받고 난감한 표정을 짓고 있다. AP=연합뉴스

백악관은 틱톡 사용 금지 원칙을 재확인하면서도, 바이든 캠프의 결정에 대해선 입을 닫았다.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틱톡을 연방 정부 기기에서 사용하는 것은 금지돼 있고, 이 정책에서 어떤 것도 변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카린 장 피에르 백악관 대변인은 “틱톡 선거운동 문제와 관련해 어떤 언급도 할 수 없다”며 “선거운동은 캠프에 문의하기 바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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