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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본 동물원 합의했지만…천연기념물 수달 日 못 간다

중앙일보

입력

천연기념물 '수달'. 문화재청 국가문화유산포털

천연기념물 '수달'. 문화재청 국가문화유산포털

서울대공원이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이자 천연기념물인 수달을 일본의 한 동물원에 기증하려 했으나 허가받지 못했다.

13일 문화재청에 따르면 문화재위원회 산하 천연기념물 분과는 최근 열린 회의에서 서울대공원 동물원(서울동물원) 측이 수달 1쌍을 일본으로 수출할 수 있도록 허가해달라며 낸 신청 안건을 부결했다.

문화재보호법에 따라 국보, 보물, 천연기념물 등은 수출하거나 국외로 반출할 수 없다.

다만 ‘특정한 시설에서 연구 또는 관람 목적으로 증식된 천연기념물’의 경우, 문화재청장의 허가를 받아 수출할 수 있는데 동물원에서 번식한 수달은 이에 해당한다.

서울대공원은 일본 측과 오랜 기간 협의하며 수달 기증을 준비했다.

한국동물원수족관협회(KAZA)와 일본동물원수족관협회(JAZA)가 2016년 레서판다의 서식지 외 보전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한 이후 서울대공원은 타마동물원과 동물 상호 기증을 논의해왔다.

이에 따라 양측은 수달과 레서판다를 서로 기증하기로 합의했고, 작년 11월 말 레서판다 암·수 1쌍이 국내로 들어왔다.

서울대공원은 레서판다 세 마리가 이달 해외에서 들어와 검역 과정을 거치고 환경 적응 중이라고 지난해 12월 1일 밝혔다. 사진은 일본에서 온 레서판다 한쌍(왼쪽 암컷, 오른쪽 수컷) . 사진 서울대공원

서울대공원은 레서판다 세 마리가 이달 해외에서 들어와 검역 과정을 거치고 환경 적응 중이라고 지난해 12월 1일 밝혔다. 사진은 일본에서 온 레서판다 한쌍(왼쪽 암컷, 오른쪽 수컷) . 사진 서울대공원

서울대공원 동물원에 있는 수달 1쌍은 올해 6월 일본으로 나갈 예정이었다. 대상은 2018년 7월 태어난 수컷과 2023년 6월 태어난 암컷 1쌍이다.

서울대공원 측은 “수달은 국내·외적으로 보전 노력이 요구되는 동물”이라며 “일본 내 수달 혈통 갱신에 기여하고 한국 수달의 보전 노력을 알리고자 한다”고 수출 추진 이유를 밝혔다.

그러나 회의에 참석한 문화재위원 13명 가운데 7명은 수출을 허가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나머지 위원 4명은 조건을 달아 수출을 허가하자는 의견을 냈지만 절반을 넘지 못했고, 2명은 보류 의견을 단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결정으로 한·일 두 동물원의 상호 기증 사업은 일부 차질을 빚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안건을 조사한 한 문화재위원은 수출 허가에 신중한 입장을 밝혔다.

문화재위원회에 따르면 그는 “이번 건이 승인될 경우, 한국 최초의 천연기념물 수출 사례가 되므로 수출국과 수입국 모두 상세한 사전·사후 관리 계획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서울대공원 측에서는 수출 대상 개체의 혈액 등 유전자 시료를 미리 확보해 장기 냉동 보관해야 하고 일본 측에서도 수달의 활용 계획, 관리 방안 등의 자료를 제시해야 한다”고 의견을 냈다.

수달은 족제비과에 속하는 동물로 유럽, 아프리카, 아시아에 널리 분포한다. 일본에서는 이미 멸종된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우리나라에서도 희귀종으로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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